[횡설수설/이정은]SK하이닉스칩 몰래 심은 中 화웨이 ‘7나노’ 최신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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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의 소셜미디어에는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을 화웨이 대변인 혹은 홍보대사로 묘사하는 밈(meme)이 넘쳐난다.
그가 화웨이 최신폰인 '메이트 60 프로'를 손에 들고 홍보하는 것처럼 사진을 합성하거나 브리핑 동영상에 끼워넣은 콘텐츠들이다.
화웨이가 보란 듯이 이 제품을 선보인 것은 지난주 러몬도 장관의 방중 기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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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술의 승리’로 치켜세워진 화웨이 최신폰에서 한국 기업의 부품이 나왔다. 반도체 조사업체인 테크인사이트가 제품을 해체해 본 결과 SK하이닉스의 D램과 낸드플래시가 들어 있었다. 휴대전화의 두뇌에 해당하는 AP인 7나노 반도체를 비롯해 부품의 90%가 중국산으로 채워진 제품에서 예외적으로 나온 해외 기업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없다”며 경위 파악에 들어간 상태다. 미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화웨이는 어떻게 이 칩을 확보했는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2020년 전후 미국의 수출통제 강화에 앞서 반도체를 미리 대량으로 매입해놨던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안팎의 중개업체들을 통해 여러 단계를 거친 뒤 화웨이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불붙으면서 중동 등지에선 “반도체값이 금값보다 비싸졌다”고 할 정도로 사재기 현상이 벌어진 시점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한미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이간질하기 위해 일부러 넣었다”는 음모론까지 나왔다.
▷화웨이는 휴대전화 판매 목표량을 최근 4000만 대까지 늘려 잡았다. 9월 10일부터 오프라인 판매가 시작되는 ‘메이트 60 프로’는 중국의 ‘애국 소비’ 열풍이 가세하면서 온라인에서는 벌써 80만 대가 넘게 팔려나갔다고 한다. 수요는 급증하는데 미국의 수출통제를 따르는 해외기업들의 제품을 공급받을 길은 막혀 있는 상황이다. 한국 제품만 썼겠느냐는 의구심과 함께 외신들은 미국 마이크론 등 다른 이름들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실패한 게 아니냐”는 워싱턴 정치권의 질타 속에 미국 정부는 더 강력한 수출통제를 벼르는 중이다. 화웨이 휴대전화에 내장된 7나노 반도체의 생산 공정 조사에도 착수했다. 미중 간 충돌 속에 반도체 기술 견제와 공급망 확보전이 더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움직임들이다. 그 과정에서 튀는 불똥에 애꿎은 한국 기업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제재를 뚫었다고 큰소리치면서 판매가 금지된 남의 회사 부품을 몰래 쓰는 것부터가 민망한 일이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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