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일본의 ‘잃어버린 시대’ 전철 밟을 것인가[동아시론/안유화]
기업부채 폭증, 부동산 의존 경제 만들어
中 지속 가능한 발전 가늠할 중요한 시점
그러나 중국 경제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자 해외 수요가 축소되면서 바로 생산 과잉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위기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1998년의 경험을 되살려 과감하게 국내 인프라 투자를 확대 실시하게 하였다. 이는 정부 임대주택 건설과 농촌 인프라 시설 투자 확대 및 철도와 도로, 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10년까지 4조 위안의 투자를 진행하였다. 사실 4조 위안 투자가 바로 중국 버전의 케인스주의다. 중국식 케인스주의 주도하에 중국 경제는 한편으로 지속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다른 한편으로 부동산 시장을 키워 왔다. 인프라와 부동산 투자를 통해 중화학공업 수요를 견인하고 이는 중국 전체 제조업 성장을 이끌어 결국 중국 경제가 큰 위기를 겪지 않고 2010년 이후 곧바로 G2까지 성장하였다.
그러나 케인스주의 시장 구제책은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아래와 같은 3가지 위기의 근원을 만들었다. 인위적인 인프라 투자 정책에 의한 만들어진 수요가 한계에 달할 때 생산 과잉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일시적인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기업의 확대재생산 투자에 따라 기업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경제가 실물경제와 점점 동떨어져 부동산 중심의 금융에 의존하여 돌아가게 하였다. 위의 3가지 문제가 바로 현재 중국 경제가 겪는 가장 큰 문제이며 중국 정부가 ‘공급측 개혁’과 ‘시스템 리스크 방지’ 정책을 실행하게 된 배경이다.
2022년 중국의 GDP는 121조 위안이며, 중국 주민과 기업, 정부가 매년 지급해야 하는 이자는 17조 위안으로 GDP의 14%를 차지한다. 점점 높아지는 채무 부담은 기업의 이익을 잠식하고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축소시킴과 동시에 주민의 소비 공간을 압축시켜 사회 수요를 침체시켜 버림으로써 위기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부동산 기업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기업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채권자로서의 은행은 바로 부실 대출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지금의 부채 규모로 봤을 때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사실 중국 정부는 미래 10년의 주택 건설을 이미 당겨서 소진한 상황이다. 앞으로 중국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해야 할지 커다란 의문이 든다. 유일하게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이 주식 시장에서 기업들이 충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중국 주민들의 자본시장 투자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사실상 은행을 통한 자금 공급 체제로는 가기가 힘들다. 부채는 상승하다 보면 터지게 되어 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갔는지 은행의 재무제표를 보고는 알 수 없다. 부동산으로 흘러간 대량의 돈은 모두 자산관리금융상품으로 포장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정부가 부동산은 거주용이지 투기용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서 실물경제로 들어오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중국 은행들의 자금은 점점 금융시장으로 흘러갔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금융자본이 제조업의 이익을 대체하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현재 중국 정부는 부동산에 들어간 자금들을 고부가가치 제조업에 흘러가도록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선 신재생에너지와 배터리, 반도체 등 미래 산업 기업들에 대한 대출 금리를 최대한 낮추어 집행하고 주도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대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또한 중국 경제 경착륙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부동산 기업에 대한 금리 지원 정책도 펼쳐 첨단 제조업이 주도 산업으로 성장하기 이전에 무난하게 부동산 경제를 연착륙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 성장과 경제 안정을 동시에 실현해야 하는 시진핑 정부는 역사 이래 가장 중요한 시점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승패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결정될 것이다. 주도 산업의 대표선수 교체가 잘 이루어지면 중국 경제는 새로운 성장 가도를 달릴 것이고, 잘 안될 경우 잃어버린 일본의 과거가 될 수도 있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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