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현진]피드백 권하는 사회에서 ‘쓴 말’도 달콤하게 하려면

김현진 DBR 편집장 2023. 9. 8.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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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임원과 처음 일하게 된 대기업 직원 A 씨는 내심 그에게 남성 상사들과는 다른 '따뜻한 리더십'을 기대했다.

미국의 한 미디어그룹에서 일하는 50대 후반의 작가 B 씨는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자리에서 20대 후배 작가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2020년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솔직한 피드백을 전달할 때, 여성이 더 공격적인 사람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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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DBR 편집장
여성 임원과 처음 일하게 된 대기업 직원 A 씨는 내심 그에게 남성 상사들과는 다른 ‘따뜻한 리더십’을 기대했다. 하지만 단호한 태도로 잘못을 지적하는 상사와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종종 마음에 상처를 입곤 했다. 사실 그가 다른 남성 상사들과 비교해 ‘표준 편차’에서 벗어난 언행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도 왜 더 공격적으로 느껴지는 걸까.

미국의 한 미디어그룹에서 일하는 50대 후반의 작가 B 씨는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자리에서 20대 후배 작가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아들뻘 직원의 공개적인 지적에 B 씨는 불쾌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지적 내용 자체는 일리가 있었지만 전달 방식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사례는 지인에게서 들은 한국 기업 내 모습, 두 번째는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최신 호에 소개된 미국 기업에서 일어난 일화다.

최근 많은 조직에선 이처럼 피드백 때문에 발생하는 갈등이 더욱 빈번히 목격되고 있다. 이는 기업 현장에 두 가지 상황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먼저 최근 5년 새 넷플릭스 등 혁신기업들이 채택한 ‘급진적 솔직함(radical candor)’이 조직문화의 미덕으로 떠올랐다. 한편 미투 운동, 인종차별 반대,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 등 복합적인 이유로 다양성이 시대적 정서를 반영하는 필수 요소로 부상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 피드백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지만 이로 인해 서로 상처를 받을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이유를 불문하고 지적을 받는 것은 일단 유쾌한 경험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건설적 피드백을 위해선 먼저 다양성으로 인한 서로 간의 차이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예컨대 앞서 소개한 A 씨의 사례는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이 작용했을 수 있다. 2020년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솔직한 피드백을 전달할 때, 여성이 더 공격적인 사람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았다.

한편 남성은 여성에게 요청받지 않은 조언을 할 확률이 여성이 남성에게 조언을 할 확률 대비 5배 더 높았다. ‘맨바이징(manvising·남성과 조언의 합성어)’으로 불리는 이 행동은 묘한 권력 관계를 형성해 여성 동료를 불편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사가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부하 직원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할 경우, ‘역할 전도’라는 부조화 심리를 자극해 직원의 행복도를 크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다양성의 차이를 인지했다면 인간의 노력이 아닌 제도의 힘으로 발생 가능한 오해를 극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에린 마이어 인시어드대 교수는 피드백은 반드시 정기적, 쌍방향으로 주고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어 교수는 “피드백을 나누는 자리를 정례화해야 조직원들은 피드백을 잘난 체나 공격이 아닌 업무의 필수 요소로 인식하게 된다”며 “피드백의 내용 또한 잘하는 것 한 가지, 개선점 한 가지 등으로 비중을 맞춰 제시하게 해야 갈등 소지가 적다”고 말했다.

어느새 도래한 피드백 권하는 시대. 쓰디쓴 피드백도 달콤하게 전할 수 있도록 돕는 지혜와 조직 내 제도 수립에 관심을 가질 때다.

김현진 DBR 편집장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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