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바라기[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15〉

나민애 문학평론가 2023. 9. 8. 23: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청보리밭 청하늘종다리 울어대면어머니는아지랑이로 장독대 닦아놓고나는아지랑이로마당 쓸어놓고왠지 모를 그리움에눈언저리 시큰거려머언하늘 바라기했지―이준관(1949∼) 김영하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를 읽다 보면 '호모 비아토르'라는 단어가 나온다.

'여행하는 인간'이라는 뜻인데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인간을 이렇게 정의했다는 설명이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여행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코로나 시절에 그렇게 갑갑했던가 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청보리밭 청하늘
종다리 울어대면

어머니는
아지랑이로 장독대 닦아놓고

나는
아지랑이로
마당 쓸어놓고

왠지 모를 그리움에
눈언저리 시큰거려

머언
하늘 바라기
했지

―이준관(1949∼)



김영하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를 읽다 보면 ‘호모 비아토르’라는 단어가 나온다. ‘여행하는 인간’이라는 뜻인데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인간을 이렇게 정의했다는 설명이다. 인류란 무엇인가를 쫓아가고 이동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한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여행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코로나 시절에 그렇게 갑갑했던가 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동이라든가 여행은 반드시 몸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상상 속에서도 알지 못하는 대상을 쫓아갈 수 있다. 우리는 희망만으로도 도래하지 않은 미래로 달려 나갈 수 있다. 인류에게는 먼 곳을 이동하는 능력만 있었던 게 아니다. 우리에게는 먼 곳을 상상하는 힘도 있었다. 때로 우리의 영혼은 사냥꾼이 쏜 화살보다 멀리 날아갈 줄 알았다.

영혼이 미래와 먼 곳을 직감한다는 사실은 이 시를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에는 가보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먼 곳을 그리워하는 한 마음이 등장한다. 철학자의 말을 조금 바꾸자면 호모 비아토르가 아니라 ‘영혼 비아토르’인 셈이다. 시는 바로 이 떠나는 마음, 쫓아가는 마음에서 나온다. 여행하는 인간이라는 우리들은 진작부터 시를 쓰기로 예약된 존재인지도 모른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