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수도권 지하철·버스 무제한 승차권 도입 ‘만지작’

경기도·인천시·코레일과 통합 정기권 논의 중

7월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역 9호선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서울시가 지하철과 버스, 마을버스 등을 일정 금액으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을 도입한다.

서울시는 8일 “대중교통 무제한 통합 정기권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 지하철 정기권(월 60회) 운영 방식을 시내버스와 마을버스에도 확대ㆍ적용해 모든 대중교통을 횟수 제한 없이 자유롭게 탑승ㆍ환승하도록 설계됐다.

정기권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월 5만~7만 원 수준이 적당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령자와 외국인을 위한 전용 정기권 도입도 검토 중이다.

정기권을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교통정책 책임자들이 만나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기자설명회를 통해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수도권을 통합한 정기권이 발행되면 경기도와 인천에서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교통비 절감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부터 서울 시내버스 기본요금이 300원(간선ㆍ지선)~700원(광역) 오른 데 이어 다음달 7일부터는 지하철 기본요금이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 인상돼 서민들의 교통비 부담이 커졌다.

또 정기권 도입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활성화되면 자가용 이용량이 줄어 온실가스 감축에도 도움이 된다. 독일은 올해 5월 고속열차를 제외한 전국 모든 대중교통을 월 49유로(약 7만 원)에 무제한 탈 수 있는 ‘도이칠란드 티켓’을 도입해 7~8월에만 1,000만 명이 이용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독일 정부는 도이칠란드 티켓 덕에 줄어드는 탄소 양이 2030년까지 2,260만 톤 규모일 것으로 추산했다.

오스트리아도 1,095유로짜리(약 156만 원) 전국 대중교통 무제한 티켓을 운영 중이다. 프랑스는 고속철도 이외 모든 열차를 무제한 탑승할 수 있는 49유로짜리 교통권을 내년 여름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대중교통 정기권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대중교통을 매달 21회 이상 이용할 경우 교통비 20~53%를 환급하는 ‘K패스’를 내년 7월부터 시행한다. 정의당도 ‘3만 원 프리패스’를 제안한 데 이어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