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서 하이볼 찾는 막내, 진짜 대세네”…소맥민국의 권력이동
브랜디 제외 모든 주종 성장
맥주 작년 4조원 넘게 출고
프리미엄소주도 돌풍 일으켜
인기끌던 와인은 성장 정체
20대 직장인 심 모씨의 경우 매달 4만원 가량 내면 전통주 3병씩 선별해 배달받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심씨는 “전통주가 유행이기도 하고, 손쉽게 새로운 전통주를 계속 접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며 “양주같은 다른 주종도 온라인 구입이 가능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10조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주류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다변화’다. 맥주와 소주에서 벗어나 위스키, 하이볼, 전통주 등으로 주류 소비가 개인들의 취향에 따라 세분화되고 있다. 젊은층 위주로 독특한 맛을 찾으려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며 개성있는 주류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8일 국세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시장은 브랜디를 제외하고 맥주, 소주, 탁주, 위스키 등 전 주종에서 일제히 성장세를 나타냈다.
전체 주류시장 41.6%를 차지해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맥주는 지난해 국내 출고가액이 4조1486억원으로 전년(3조6261억원)보다 14.4% 늘며 전체 성장을 주도했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며 점차 소비가 살아나자 주요 업체들이 일제히 신제품을 내놓으며 ‘파이’를 키웠다.
주류업계는 새롭게 부각된 소비 트렌드를 겨냥해 발빠르게 맞춤형 마케팅에 나섰다. 오비맥주는 7년 만에 카스 브랜드 신제품인 밀맥주를 내놨고 프리미엄 발포주 ‘오엠지(OMG)’ 등도 잇따라 출시하며 제품군을 강화했다. 농심은 수제맥주 스타트업 더쎄를라잇브루잉과 손잡고 대표 제품인 새우깡을 모티브로 한 ‘깡맥주’를 선보였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는 지난해에만 수제맥주 52종을 내놓으며 틈새 시장 공략에 나섰다.
최근 주류시장에서 최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프리미엄 소주, 위스키, 전통주다. 이들 3대 주종 출고가액은 코로나19 국면인 2021년만 해도 1675억원으로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만 2배가 급증하며 3233억원까지 급격히 몸집이 커졌다.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 등 프리미엄 소주가 주력인 증류식 소주 규모는 646억원에서 1412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2030세대 소비가 왕성한 위스키는 58억원에서 192억원으로 3배 이상 껑충 뛰었다. 주류 무형문화재나 식품 명인 등이 만든 법정 전통주 시장은 941억원에서 1629억원으로 73.1% 커졌다.
프리미엄 소주는 지난해 2월 출시돼 이른바 ‘박재범 소주’로 품귀 현상을 빚은 원소주를 필두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7월 창사 99주년을 맞아 알코올 도수가 43도에 달하는 고도주 ‘일품진로 오크43’을 출시했다. 2020년 전통주 업체와 손을 잡고 증류주 ‘혼’을 출시한 골든블루는 최근 증류주 유행을 맞아 해당 제품으로 추석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GS25는 국내 ‘위스키 장인’으로 꼽히는 김창수 대표와 협업해 ‘김창수 하이볼’ 3종을 지난 7월 출시했다. 위스키 붐을 타고 주류 명인과 함께 제품을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김창수 위스키’는 경기도 김포의 자체 증류소에서 증류부터 병입까지 처리해 출시한 유일한 위스키로 인기를 끈 바 있다.
김창호 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음주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어났다”며 “회식 자리에서 취할 때까지 마시는 술 문화에서 나에게 맞는 술과 즐길 수 있는 술을 찾아 마시는 가치소비 문화가 자리잡으며 생기 변화”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전통주의 경우 새롭고 트렌디한 제품이 나오며 종전 낡은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다”며 “젊은 세대들이 단순히 술을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통주 교육을 이수하거나 양조장 체험에 나서는 등 주류 산업 영역에 활발히 진입하고 있어 당분간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막걸리 등 탁주(1.8%), 와인을 비롯한 과실주(0.2%), 연간 출고액이 4000만원 미만으로 시장 규모가 미미한 브랜디(-42.9%) 등은 약세를 보였다.
또 국내 와인 소비는 여전히 왕성하지만 대부분 주력 소비군이 수입 와인이기 때문에 국내 과실주 성장세는 정체 상태에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와인 수입액은 2021년 사상 최고치(4억6925만달러)를 기록한 후 지난해에도 4억6699만달러로 역대 두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소비 활황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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