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9회 끝내기 실책' 두산 8-7 진땀승…5위 KIA 2G차 맹추격[잠실 게임노트]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가 가을야구를 방불케 하는 접전 끝에 2연승을 달렸다.
두산은 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8-7로 끝내기 승리했다. 6위 두산은 시즌 성적 57승56패1무를 기록하며 5위 KIA 타이거에 2경기차로 따라붙었고, 8위 삼성은 2연패에 빠져 시즌 67패(50승1패)째를 떠안았다.
# 선발 라인업
두산: 정수빈(중견수)-김재호(유격수)-호세 로하스(우익수)-양의지(지명타자)-김재환(좌익수)-양석환(1루수)-강승호(2루수)-안승한(포수)-허경민(3루수). 선발투수 최승용.
삼성: 김현준(중견수)-김성윤(우익수)-구자욱(좌익수)-강민호(포수)-호세 피렐라(지명타자)-오재일(1루수)-류지혁(3루수)-이재현(유격수)-김호재(2루수). 선발투수 김대우.
# 두산 최승용-삼성 김대우 대체 선발 매치, 최승용이 웃었다
국내 선발투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산과 삼성은 이날 나란히 대체 선발투수를 내보냈다. 두산은 최승용, 삼성은 김대우를 선택했다.
최승용은 지난달 중순 최원준이 불펜으로 이동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는데, 손가락 물집이 벗겨져 2군에서 회복하는 시간을 보내다 이날 합류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최승용은 투구 수나 이닝 제한이 없다. 손가락 문제라서 공을 던지는 컨디션은 전혀 문제 없다고 판단한다. 2군 내려가기 전에 마지막 등판이 정말 좋았다. 그런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면 긴 이닝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최)승용이가 긴 이닝을 던지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최승용은 앞으로 계속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할 만한 투구를 펼쳤다. 5이닝 74구 5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4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불펜 방화로 승리를 챙기진 못했지만, 합격점을 받긴 충분한 투구 내용이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 평균 구속은 143㎞로 형성됐고, 슬라이더(20개)와 커브(12개), 포크볼(1개) 등을 섞어 삼성 타선을 요리했다. 1회초 2사 3루 위기에서 삼성 강타자 강민호에게 좌월 투런포를 얻어맞은 걸 제외하면 흠 잡을 데 없었다.
김대우 역시 긴 이닝을 끌어줄 필요가 있었다. 삼성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울산에서 치른 롯데 자이언츠와 주중 3연전에서 접전을 펼치며 불펜을 많이 소모했고, 두산과는 9일 더블헤더를 포함해 주말 4연전을 치러야 하는 만큼 가능한 불펜을 아끼는 마운드 운용이 필요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내일(9일) 더블헤더가 있고, 대체 선발투수를 이번 주에 2번 써야 되는데 아직 퓨처스 쪽에서 선발 요원들이 지금 몸 상태가 다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김대우가 조금 안정적이고, 그나마 경기 운영을 할 줄 알아서 선택했다. 투구 수는 조정해야 할 것 같은데, 오늘은 그래도 한 80개 정도는 예상한다. 우리가 어제(7일) 불펜 소모를 많이 했기에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대우도 버틸 수 있는 만큼은 버텼다. 4⅓이닝 62구 4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2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3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치다 4회부터 두산 타자들에게 조금씩 공략 당하기 시작했다. 2-2로 맞선 5회말 1사 1루에서 김재호에게 좌월 투런포를 얻어맞으면서 결국 공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 0-2→4-2→4-5→5-5…역전에 재역전, PS 방불케 했다
선발투수들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매치다 보니 두산과 삼성 타선 모두 불을 뿜었다. 포문을 연 건 삼성 강민호였다. 1회초 2사 1루에서 1루주자 구자욱이 2루를 훔칠 때 도루를 저지하려던 두산 포수 안승한의 2루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2사 3루로 상황이 바뀌었다. 최승용이 흔들릴만한 상황에서 베테랑 강민호가 좌월 투런포를 터트려 0-2가 됐다.
두산은 부지런히 따라갔다. 4회말 1사 후 로하스의 안타와 양의지의 사구로 1, 2루 기회를 잡았다. 김재환이 우중간 적시타를 날려 1-2로 쫓아갔고, 계속된 1사 1, 3루에서는 양석환이 좌익수 왼쪽 적시타를 때려 2-2 균형을 맞췄다.
5회말에는 김재호가 나서 삼성 선발투수 김대우를 끌어내렸다. 선두타자 허경민이 볼넷을 얻고, 다음 타자 정수빈이 유격수 땅볼로 출루한 1사 1루 상황. 김재호는 좌월 투런포를 날려 4-2로 뒤집었다.
두산 벤치는 6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필승조 김명신이 나섰는데, 여기서 의도치 않게 계산이 어긋났다. 6회초 오재일의 볼넷과 류지혁의 안타로 1사 1, 2루 위기에 놓인 뒤 이재현에게 1타점 적시 2루타, 김호재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아 4-4가 됐다. 두산은 1사 1, 3루 위기가 계속되자 김강률로 마운드를 바꿨는데, 김현중이 중전 적시타를 때려 4-5로 역전했다.
6회말 곧장 반격에 나섰다. 선두타자 김재환이 안타로 출루한 상황. 다음 타자 양석환의 타구가 2루수 머리 위로 높이 떴는데, 이때 2루수 김동진이 타구를 놓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당연히 김동진이 포구할 줄 알았던 1루주자 김재환은 1루로 귀루하다 2루로 갈 타이밍을 놓쳤고, 양석환이 1루를 밟아 2루수 오른쪽 뒤 땅볼 출루로 기록됐다. 강승호가 볼넷을 얻어 흐름을 이어 갔고, 2사 1, 2루에서 허경민이 좌익수 왼쪽 적시타를 쳐 5-5 균형을 맞췄다.
# 피렐라 타석에 대타 강한울, 스리번트까지…박진만 감독 강수 통했다
7회초 삼성이 리드를 되찾을 때는 박진만 감독의 강수가 돋보였다. 선두타자 강민호가 중전 안타로 출루하고 피렐라 타석으로 이어지자 대타 강한울 카드를 꺼냈다. 피렐라가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긴 했지만, 외국인 타자를 승부처에서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강한울이 출루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강한울은 초구와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에 번트를 시도했는데, 모두 파울 타구가 됐다. 한번 더 번트에 실패하면 자동 아웃이 되는 상황에서 박 감독은 강한울에게 스리번트를 지시했다. 강한울은 투수 앞으로 댔는데, 공을 잡고 2루로 승부하려던 김강률이 미끄러져 주저앉으면서 포구에 실패했다. 그사이 1루주자 강민호는 2루에 안착했고, 타자주자 강한울도 무사히 1루를 밟았다. 김강률의 희생번트 포구 실책이었다.
두산은 이영하로 마운드를 바꿨고 무사 1, 2루에서 강공을 선택한 오재일을 3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했다. 아쉬움도 잠시, 다음 타자 류지혁이 우전 적시타를 때리면서 5-6으로 삼성이 다시 앞서 나갈 수 있었다. 2루주자 강민호의 발이 그리 빠른 편이 아니고, 류지혁의 타구도 깊지 않았으나 삼성은 우익수 로하스의 송구 능력이 좋지 않은 걸 간파하고 강민호를 홈까지 뛰게 해 귀중한 한 점을 추가했다.
삼성은 8회초 추가점을 뽑으면서 끈질기게 따라붙던 두산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선두타자 김현준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대주자 이성규로 교체한 상황. 투수 이영하가 이성규를 견제하다 1루 악송구를 저질렀고, 이성규는 단숨에 3루까지 갔다. 이때 김성윤이 2루수 왼쪽 내야안타로 이성규를 홈으로 불러들여 5-7까지 도망갔다.
# 다시 추격 알린 김재호…양석환 대타 이유찬 통했고, 박계범이 끝냈다
두산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붙었다. 8회말 선두타자 대타 박준영의 안타와 정수빈의 볼넷으로 1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김재호는 최근 좋은 타격감을 살려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때려 6-7로 거리를 좁혔다.
분위기를 살려야 할 상황에서 작전에 실패해 잠시 찬물을 끼얹었다. 계속된 1사 2, 3루 기회에서 조수행이 초구에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는데, 투수 김태훈이 침착하게 타구를 잡고 가볍게 포수 강민호에게 글러브 토스를 해 홈으로 파고들던 3루주자 정수빈을 넉넉하게 태그아웃시켰다.
두산은 9회말 선두타자 김재환이 볼넷으로 걸어나가면서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재환은 대주자 김태근으로 교체됐고, 이승엽 감독은 다음 양석환 타석에 대타 이유찬을 쓰면서 번트를 성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유찬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고, 강승호가 중전 적시타를 쳐 7-7 동점이 됐다.
계속된 1사 2루 기회에서 삼성은 박준영을 자동고의4구로 거르고, 박계범과 승부를 선택했다. 박계범의 타구는 3루수 앞 땅볼이었으나 3루수가 포구 실책을 저지르면서 8-7로 승리할 수 있었다.
# 승장 코멘트
이승엽 두산 감독은 경기 뒤 "선발 최승용이 5이닝을 막아주며 자기 몫을 다했다. 홍건희가 8, 9회를 무실점으로 막아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타선에서는 김재호가 찬스마다 타점을 기록해 줬고, 김재환이 4출루를 해주면서 고참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9회 찬스에 동점타를 친 강승호, 경기를 끝낸 박계범도 같이 칭찬하고 싶다. 오늘(8일)도 끝까지 육성 응원으로 힘을 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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