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모는 영국, 인구는 중국 제쳐…한국도 ‘이 나라’ 꽉 잡는다
尹 “韓·인도 수교 50주년
포괄적 경제협정 협상 진전”
미중갈등 ‘반사이익’ 인도
“2027년 세계 3위 경제 대국”
애플·구글·엔비디아·아마존
美빅테크 기업 줄줄이 인도行
인구 14억명이 넘는 거대한 ‘코끼리 경제’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특히 서방과 중국·러시아의 진영 대립을 격화시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도의 전략적 가치는 수직상승했다. 두 세력 사이에서 중립적 외교 노선을 취하며 실리와 국익을 추구하는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의 맏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에서 인도는 중국을 대체할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외 경제로의 공급망 다변화, 즉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지향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새 안식처이자 투자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를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도 8일 인도 일간지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올해는 한-인도 수교 50주년을 맞는 특별한 해”라며 양국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 모디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K-9(인도명 바지라) 자주포로 대표되는 양국 간 방산 협력 강화는 물론, IT와 같은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공급망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포괄적 경제 동반자협정(CEPA)’ 협상을 진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복합위기 대응을 위한 G20 차원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면서, 글로벌 사우스 문제 해결을 위해 인도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 약속했다.
뉴욕 월가에서도 최근 인도가 중국을 대신해 세계의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인도가 기술·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에 힘입어 오는 2027년에는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인도 증시 규모가 오는 2030년 들어서부터는 글로벌 증시 3위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했다. 모건스탠리의 리댐 데사이 인도 담당 수석 자산 전략가는 “글로벌 해외 아웃소싱과 디지털화, 에너지 전환이라는 3가지 흐름이 전례 없는 인도 경제 성장 발판”이라고 분석했다.
인도는 외국인 투자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인도 투자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23년을 통틀어 이뤄진 외국인직접투자(FDI) 총 9190억달러 중 65%는 지난 9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더욱 깊어진 미중 패권 전쟁의 반사이익을 톡톡이 보고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6월 말에는 인도계인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워싱턴DC에서 미국을 국빈방문한 모디 총리와 만나 인도 디지털화 기금으로 100억달러(약 13조1000억원)라는 거금을 내놓았다. 당시 피차이 CEO는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에 건설 중인 국제금융기술도시(GIFT CITY)에 구글의 글로벌 핀테크(금융기술) 운용센터를 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아마존 역시 인도 투자 규모를 오는 2030년까지 260억달러로 늘린다고 지난 6월 말 밝혔다. 기존에 발표한 투자금(65억 달러) 대비 4배 늘어난 규모다.
기술 업종 뿐 아니라 그간 벽에 막혀 있던 인도 제조업도 무역 개방을 통해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지난 달 말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전에 뛰어든 인도 정부는 현지에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는 기업에 한해 수입 관세를 현재 70~100%에서 15%까지 대폭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도 경제 발목을 잡는 한계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내년 3연임을 앞둔 모디 총리의 지지기반인 ‘힌두 민족주의’와 20%대의 낮은 여성 노동 참여율이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 “힌두 민족주의가 다른 종교와 소수민족들을 소외시켜 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모디 총리의 분열적 종교 정치는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각국 정상에 보낸 만찬 초청장에서 영문 명칭인 인디아(India) 대신 산스크리트어인 바라트(Bharat)로 표기해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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