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엄마도 반했다…다가오는 가을에 제격인 수원 한옥 명소 3선

김혜성 여행플러스 기자(mgs07175@naver.com) 2023. 9. 8.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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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팅 뮤지엄 한옥 건물 외관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우리나라 전통가옥 형태인 ‘한옥’을 보면 괜히 반갑다. 과거에는 한옥을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었다.

1970년대 이후 아파트 붐이 불며 대다수의 한옥이 헐렸고 현재는 일부 지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관광 상품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문화유산인 한옥은 세계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2010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오른 ‘경주 양동 한옥마을’이나 1977년 한옥마을 보존 지구로 지정한 ‘전주 한옥마을’ 등은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한 한옥 관광지다. 최근 이 두 곳 못지않게 한옥 명소가 많이 생기고 있는 곳이 경기도 수원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자랑하는 수원은 역사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행궁동 일대에 한옥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 있다는 수원 한옥 명소의 풍광이 궁금해 여행 플러스가 직접 다녀왔다.

100년 된 한옥에서 맛보는 파스타
‘테이스팅 뮤지엄’
테이스팅 뮤지엄 입구 / 사진=김혜성 여행+기자
(좌) 테이스팅 뮤지엄 입구 한옥 처마 (우) 테이스팅 뮤지엄 입구 장식 / 사진=김혜성 여행+기자
행궁동 골목길 귀퉁이를 돌면 나오는 테이스팅 뮤지엄은 지은 지 100년이 넘은 한옥을 개조한 양식당이다. 붉은색과 청록색을 섞어 절 입구처럼 만든 간판이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빨간 문을 열고 돌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우아한 한옥과 마주할 수 있다. 한옥의 특징 중 하나인 건물 밑 부분의 돌 기단(基壇)부터 매끄럽게 잘 빠진 처마까지 전통미가 물씬 넘친다.

테이스팅 뮤지엄 외관 / 사진=김혜성 여행+기자
이곳이 식당으로 변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원래 이 한옥은 과거에 절로 사용했던 건물이다. 절이 문을 닫자 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계약이 이뤄지지 못했다. 신재용 테이스팅 뮤지엄 사장이 우연히 이 기회를 잡아 운 좋게 들어선 것이다. 다양한 집단에서 탐냈던 한옥인 게 단박에 이해 갈 정도로 과연 건축미가 남달랐다.
테이스팅 뮤지엄 외관 / 사진=김혜성 여행+기자
테이스팅 뮤지엄 포토존 / 사진=김혜성 여행+기자
바닥에는 자갈을 깔고 그 위에는 돌다리를 놓아 자연미를 더했다. 한편에는 안쪽이 파인 원형 조각상 겸 벤치와 한옥 정자도 있다. 이곳은 신 사장이 손님이 편히 쉬면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꾸며 놓은 공간이다. 좌석은 한옥과 그 옆에 딸린 빨간 벽돌 건물 총 두 가지로 나뉘어 있다.
(좌) 테이스팅 뮤지엄 내부 (우) 서까래를 그대로 노출해 만든 연등천장 / 사진=김혜성 여행+기자
한옥 안은 사뭇 달랐다. 세련된 대리석 식탁과 푹신한 의자가 한옥과 어우러져 신선한 조화를 이뤘다. 내부는 별도로 천장을 만들지 않고 서까래를 그대로 노출해 만든 연등천장 건축 양식을 사용했다.​ 천장을 굳이 가리지 않아도 한옥에 사용하는 가구 부재료들의 원형이 그 자체로 아름답기에 이런 건축 양식이 가능하다.
테이스팅 뮤지엄 건물 세부 장식/ 사진=김혜성 여행+기자
신 사장은 “오시는 손님들이 바깥은 한옥인데 내부는 또 분위기가 달라서 더 예쁘다고 말씀해 주실 때 기분이 좋다”며 “경치를 내려다보며 식사할 수 있는 옥상 좌석도 이번 가을부터 이용할 수 있으니 많이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올리브 오일 감베리 파스타 / 사진=김혜성 여행+기자
한옥과 양식의 조화라는 아이러니한 조화를 느끼기 제격인 대표 메뉴는 ‘올리브 오일 감베리 파스타’다. 유럽 멸치 안초비와 양파를 기름에 넣고 볶아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풍미가 일품이다. 또 파스타에 비법 육수를 넣고 볶아내서 면발에 감칠맛이 고르게 배어있다.
(좌) 올리브 오일 감베리 파스타 (우) 내부에서 본 전경 / 사진=김혜성 여행+기자
100년 된 한옥에서는 서양 음식인 파스타를 돌돌 마는 익숙한 행위마저 새삼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곳에서는 식당에서 쉽게 보기 힘든 손잡이처럼 기다란 갈비뼈에 등심이 붙어있는 토마호크 스테이크도 판매한다.

“방문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신 사장은 “우리 가게가 행궁동에서 제일 맛있는 집이 아닐까 싶다”며 “이곳에서 여유를 만끽하며 맛있는 식사를 즐기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안에 중정이?’… 전망 끝내주는 신상 카페
‘온유여월’
온유여월 외관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이름에서부터 전통미가 흐르는 온유여월은 생긴 지 채 1년도 안 된 신상 카페다. 온유여월(溫柔與月)은 ‘달과 더불어 따뜻하고 부드럽게’라는 뜻이다. 손님들을 따스하게 맞이하겠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보통 주택으로 사용하던 한옥을 개조해 상업시설로 만드는 것과 달리 온유여월은 오로지 카페를 위해서 새롭게 지은 한옥이다.
초목이 가득하다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초목이 가득하다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깔끔하게 조경한 나무 한 그루가 가운데 심겨 있고 그 주위를 좌석이 ‘ㄷ’ 형태로 둘러싸고 있다. 어디서든 균일하게 중정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배려가 엿보인다. 바위 모양 스피커에서 국악과 옛 가요가 흘러나와 예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꽃과 나무 사이에 거울을 둬서 한옥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좌) 아래서 올려다본 온유여월 한옥 (우) 돌모양 스피커 / 사진 =김혜성 여행+ 기자
양효성 온유여월 사장은 “수익을 내야 하는 가게 입장에서는 마당 같은 공간을 만들면 면적이 줄어들어서 손해다. 손님들이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통 가옥 한옥에서 진짜 여유를 누리길 바라는 마음이 커서 이런 공간을 만들었다”고 속사정을 밝혔다.
온유여월 사랑방 / 사진=김혜성 여행 + 기자
가게 안의 모든 공간은 흰색 벽 아니면 한옥 부재인 나무로 구성해 깨끗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이 든다. 온유여월은 규모가 상당히 큰데도 좌석 수가 그리 많지 않다. 사람에 치이지 않고 여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픈 양 사장의 의도가 담긴 좌석 배치다. 카페 2층에는 ‘사랑방’을 마련해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도 있다.
온유여월 대표 메뉴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아이부터 노인까지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이 카페는 메뉴도 담백하다. 곶감 안에 크림치즈와 호두를 넣고 말아서 만든 ‘호두 크림치즈 곶감 말이’가 가장 인기 있는 후식이다. 귀하다는 상주 곶감을 사용해 만들어서 쫄깃한 식감이 두드러진다.

아이들에게는 ‘오란다 아이스크림’을 추천한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수제 오란다 강정을 얹어 주는 음식인데,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현미에 조청을 입힌 뒤 직접 튀겨 오란다 강정을 만드는 정성이 담겨 있다.

온유여월 대표 메뉴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거하게 식사를 마치고 배가 더부룩할 때 이 카페를 찾은 손님에게는 ‘메실 에이드’가 제격이다. 매실의 신맛이 위액을 분비해 소화를 돕고 거기에 청량한 탄산이 더해져 인기 만점이다. 달콤한 옛 다방 커피 맛을 선호하는 손님은 연유를 넣어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온유 라테​’를 가장 많이 찾는다.
온유여월 2층에서 내려다본 전망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온유여월은 주말에 사람이 가장 많고 평일 중 수요일에 사람이 가장 적어서 한산하다고 하니 취향껏 방문해 보자. 양 사장은 “절대 초심 잃지 않고 지금처럼 모든 부분을 세심하게 관리하겠다”며 야심 차게 운을 뗐다. 또 그는 “행궁동에 좋은 카페가 참 많다. 꼭 우리 가게가 아니어도 좋으니까, 여기 구경 오셔서 들러 보시라. 찾아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고 마음을 전했다.
‘국민 엄마’ 고두심도 반했다는 ‘경안당’
경안당 입구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경안당 입구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행궁동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카페 ‘경안당’을 소개한다. 흰색 페인트로 칠해진 벽을 따라 걷다 보면 불쑥 등장하는 이질적인 목재 문이 경안당의 입구다. 안으로 들어가면 널찍한 한옥을 배경으로 바위와 풀을 적절하게 배치한 정원이 나온다.
인공미가 느껴지지 않았던 경안당 인공 바위 폭포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정원을 둘러보다 졸졸 물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가 보니 바윗덩어리에서 물이 시원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인공적으로 만든 바위 폭포지만 전혀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자연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폭포를 그대로 옮겨 작게 줄여놓은 듯한 진풍경이다.
전통 건축 방식을 살려 지은 경안당 / 사진=여행+김혜성 기자
경안당(景安堂)은 크고 편안한 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옛날 전통 건축 방식을 살려 한지 장판을 사용했다. 소박하고 예스러운 느낌을 내기 위해 단층으로 설계한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거북이 등 껍데기를 닮은 ‘거북등무늬’와 크고 작은 사각형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아자무늬’ 등 전통 문살무늬를 살린 문을 찾아볼 수 있었다.
경안당 대표 메뉴 / 사진=김혜성 여행+기자
은 아니다. 곶감의 맛을 널리 알리고 싶었던 경안당 사장은 고심 끝에 곶감에 상큼한 과일을 곁들인 메뉴를 개발했다.

경안당 사장이 가장 추천했던 메뉴는 귤 곶감 말이. 쫄깃하고 달큼한 곶감 안에 과육이 탱탱하게 살아있는 귤을 넣어 맛은 물론이고 씹는 재미도 있다. 겨울에는 딸기 곶감 말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 재료가 다 떨어질 때도 있다고

(좌) 경안당 대표 메뉴 (우) 자개 쟁반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경안당 내부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경안당 사장은 “우리 카페에 온 모든 손님이 누군가를 데리고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다. 이제는 손님들이 공간을 누리기 위해 카페를 찾는데 늘 새로움을 줄 수 있게 단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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