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들떴다가 가라앉는 증상이 반복되는 '이 질환'

권대익 2023. 9. 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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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조울증, 70%가 우울 증상이 먼저 생긴 뒤 조증 발생
게티이미지뱅크

①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욕이 넘친다. ②잠을 몇 시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다. ③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고, 한 번 말을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④주의가 산만해 일에 집중할 수 없다. ⑤충동적이고 즉흥적인 행동을 자주 한다. ⑥계획은 많이 세우지만 실행하는 데 문제가 있다. 이들 6개 증상 가운데 3개 이상이 1주일 넘게 계속되면 ‘조울증(躁鬱症·양극성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는 우울증(憂鬱症)과 기분이 들뜬 상태인 조증(躁症)이 번갈아 나타나는 정신장애가 조울증이다. 우울 증상이 먼저 발생한 뒤 기분이 들뜬 상태인 조증이 생길 때가 70% 정도로 더 많다. 조울증(躁鬱症)이라고 불리는 양극성장애(兩極性障碍)에 대한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들어보았다.

-양극성장애는 무엇인가.

“조울증으로 불리는 ‘양극성장애(bipolar disorder)’는 비정상적 흥분 상태인 ‘조증 삽화(躁症揷話·manic episode)’와 우울 상태인 ‘우울증 삽화(憂鬱症揷話·depressive episode)’가 번갈아 나타나는 질환이다. 양극성장애는 기분장애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기분이 들뜨는 조증과 가라앉는 우울증의 양극단에서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양극성장애라고 한다.

양극성장애는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고양되면서 생기는 다양한 증상의 조증 삽화를 보이는 ‘양극성장애 I형(bipolar I disorder)’과 조증 삽화보다 증상이 경미하고 상대적으로 지속 기간이 짧은 ‘경조증(輕躁症) 삽화(hypomanic episode)’를 보이는 ‘양극성장애 II형(bipolar II disorder)’이 있다. 일반적으로 병 진행 상 주요 우울증 삽화(depressive episode)가 독립적으로 또는 혼합돼 나타날 수 있다.

조증 삽화 혹은 경조증 삽화일 때 환자는 비정상적으로 기분이 들뜨거나 에너지가 증가하고, 잠자지 않아도 피로감을 느끼지 않으며 말과 생각이 빨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양극성장애의 조증 삽화는 우울장애와 임상적으로 뚜렷하게 구분된다. 그러나 양극성장애의 우울증 삽화는 우울장애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데, 보통 우울한 상태일 때 병원을 찾기에 양극성장애 환자들은 처음에 우울장애로 진단되기 쉽다.

같은 우울 상태라고 하더라도 양극성장애의 우울증과 우울장애의 우울증은 치료 방향이 다를 수 있기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과 병력 청취, 평가 등을 통해 잘 감별하는 게 중요하다.”

-양극성장애가 발생하는 원인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현재까지는 여러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맞물려 작용해 양극성장애가 발생한다고 추정된다. 모든 양극성장애 환자들이 가족력이 있지 않지만 유전되는 경향이 상당히 높다. 기존 연구들에서는 생물학적 요인이 70~80%를 차지하며, 나머지 20~30%는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적 요인이 차지했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나.

“양극성장애는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고양되는 조증 삽화를 특징으로 하는 ‘양극성장애 Ⅰ형’과 조증 삽화보다 증상이 경하고 상대적으로 지속기간이 짧은 경조증 삽화를 특징으로 하는 ‘양극성장애 Ⅱ형’으로 구분된다.

양극성장애 Ⅰ형은 조증 삽화와 우울증 삽화가 함께 나타난다. 조증 삽화기에는 기분이 고양되며, 과장된 자신감 및 팽창된 자존심 등이 특징이다. 또한 수면 욕구가 감소해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한다. 목표 지향성 활동이 증가하게 되고,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쾌락적 활동이나 무분별한 도박 등에 몰두하기도 한다.

조증 삽화에서는 보통 자신이 병에 걸려 있다는 자각(병식·病識)이 없기에 본인 스스로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보호자에 의해 내원할 때가 많다. 조증 증상이 심할 때는 빠른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양극성장애 Ⅱ형에서는 경조증 삽화와 우울증 삽화가 함께 나타난다. 경조증 삽화기에는 기분이 들뜨지만 조증 삽화기만큼 심하지 않으며, 오히려 창의적인 생각들이 많이 떠오르고 예술적 혹은 생산적인 활동을 보이기도 한다.

양극성장애 Ⅱ형에서 경조증이 문제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경조증 이후에 나타나는 우울증 증상이 문제가 된다. 경조증 이후의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보다 기간도 더 길고 치료가 더 어려우며, 자살의 위험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양극성장애 Ⅱ형에서 우울증 삽화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경조증부터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양극성장애 환자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치료는 약물 치료다. 약물 치료를 중심으로 정신 치료적 접근을 통합한 포괄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진료 현장에서는 리튬을 포함한 다양한 약물이 활용되고 있다.

양극성장애 환자는 대부분 우울한 상태로 병원에 내원하는데, 양극성장애의 우울 삽화에서 항우울제를 사용하면 우울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충동성이나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때에 따라서는 자살 위험성을 더 높일 수도 있기에 항우울제 사용은 조심해야 하며, 기분조절제 혹은 항정신병약제를 위주로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특히 양극성장애 환자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양극성장애 환자는 수면 시간이 변하면 기분에 더 큰 영향을 받으므로 규칙적으로 수면과 적절한 운동으로 건강한 생활 리듬을 유지해야 한다. 음주는 기분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기분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술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

또한 환자가 매일같이 약을 챙겨 먹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따라서 같이 살고 있는 동거인·가족·보호자는 환자가 약을 잘 복용하는지 꼭 살펴보고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에게 조언한다면.

“양극성장애를 꾸준히 치료받으면 증상이 전혀 없거나 증상이 있더라고 비교적 잘 지내는 환자가 많다. 본인의 적극적인 치료 의지와 가족들의 따뜻한 관심을 통해 환자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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