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40인분 밥 짓는 급식 노동자, 아파도 못 쉰다

이정은 2023. 9. 8. 21: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학교 급식노동자 가운데 폐암 확진자가 21명 추가로 확인됐다는 소식, 어제(7일) 전해드렸습니다.

위험한 노동 환경도 문제지만, 급식 노동자들은 몸이 아파도 제대로 쉬질 못 한다고 말합니다.

해결책은 없는지, 이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황경숙 씨는 초등학교에서 동료들과 함께 매일 1,100인분의 밥을 지었습니다.

식자재를 옮기다 갈비뼈가 부러져 휴직하려 했지만, 대체인력을 못 구해 결국 사표를 냈습니다.

[황경숙/전 급식 조리사 : "옆집 사람, 뭐 이런 사람까지 다 동원을 했는데도 못한 거였어요. 저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몸이 이미…."]

일하다 다치고도 18년 다닌 직장을 떠나야 한다는 게 억울했지만, 동료들 부담이 커지는 게 더 미안했다고 합니다.

[황경숙/전 급식 조리사 : "미안하죠. (동료들이) 거기를 이렇게 다 안고 가야 되는 힘든 상황인데 대체자가 없이 나오게 되니까."]

전국 초중고 급식실에서 조리사 한 명이 책임지는 인원은 146명으로, 공공기관 급식실 평균의 두 배가 넘습니다.

노동강도가 높아서 아픈 사람이 많지만, 황 씨처럼 대체인력을 못 구해 휴가나 병가를 쓰긴 어렵습니다.

결원에 대비해 퇴직자 등으로 대체인력 명단을 만들기도 하지만, 실효성은 떨어집니다.

[정경희/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장 : "명단은 쫙 있어요. 있는데도 관리가 안 되니까 필요할 때 도움 못 받죠. 이미 다른 직장을 찾아갔거나…."]

대안으로는 거점 학교에 정원보다 많은 인원을 배치했다가 인근 학교에 결원이 생기면 바로 투입하는 '거점형 전담 대체인력제도'가 거론됩니다.

하지만 예산 등을 이유로 6개 교육청만 시행 중입니다.

노동자들은 국회를 찾아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김미경/전국교육공무직노조 노동안전위원장 : "결원이 지속되는 학교에서 산재가 되풀이되고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동료들이 죽어 나가지 않도록 많은 관심 가져 주시기를…."]

국회에는 교육부가 급식종사자에게 안전한 노동 환경을 만들고 관련 계획도 세우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있지만, 석 달째 논의는 시작조차 못 했습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촬영기자:박준석 고영민 김재현/영상편집:송화인/그래픽:여현수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정은 기자 (2790@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