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불교 아우른 ‘열린 종교학자’ 길희성 교수 별세
동서양 종교와 철학을 아우르는 폭넓은 연구를 펼쳐온 종교학자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가 8일 별세했다. 향년 80세.
고인은 기독교인이면서도 불교를 연구해 ‘열린 종교학자’의 면모를 보였다.
고인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에서 신학으로 석사학위를,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철학과 교수,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 등을 지냈으며 2009년 학술원 회원이 됐다.
고인은 한국종교학회장, 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 등을 역임했고, 2011년부터 인천 강화 고려산 자락에 ‘심도학사-공부와 명상의 집’을 열어 연구와 수련을 해왔다.
탈종교 시대의 그리스도교 신앙을 다룬 ‘아직도 교회 다니십니까’를 비롯해 ‘길은 달라도 같은 산을 오른다’, ‘지눌의 선(禪) 사상’,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영성 사상’ 등 다양한 저서를 펴냈다.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에 초점을 맞춘 책 ‘보살예수’에서는 두 종교의 창조적 만남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사상을 심화시켜 평화적 공존을 꿈꿀 수 있다고 봤다.
그는 2021년 쓴 ‘영적 휴머니즘’ 책에서 탈종교 시대에 종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논하며 ‘영성이란 신을 향한 갈망이며 신과의 일치를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1984년 열암학술상, 2011년 경암학술상 인문ㆍ사회 부문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박남미 씨와 딸 재은·영은 씨 등이 있다.
고인의 뜻에 따라 빈소는 차려지지 않았다. 추모 예배는 10일 오후 6시 심도학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조문은 같은 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받는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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