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요] 아침편지 고도원"파괴적이고 적대적인 사회로 가는 게 걱정"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날짜 : 2023년 9월 10일 (일요일)
■ 진행 : 이성규 교수
■ 대담 :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시만요] 아침편지 고도원"파괴적이고 적대적인 사회로 가는 게 걱정"
◇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독서의 계절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독서' 하면 이분을 빼놓고 말하긴 어렵죠. 오늘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의 주인공인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이하 고도원)> 네, 안녕하세요.
◇ 이성규> 참 오랜만에 뵙습니다.
◆ 고도원> 이렇게 뵙게 되는군요.
◇ 이성규> 청취자 여러분께 인사 한번 해 주시죠.
◆ 고도원> 오늘 또 '행복한 쉼표' 자리에 와서 제가 '행복한 쉼표' 하나 찍고 갑니다. 반갑습니다.
◇ 이성규> 지금 힐링센터도 하고 계시고 그러잖아요.
◆ 고도원> 그러죠. 지금 충주에서 왔는데 충주의 깊은산속 옹달샘이라는 마음치유센터를 한 15년째 운영하고 있고,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지금 22년째 계속 쓰고 있고, 그러다가 오늘 이렇게 우리 이 교수님 만났습니다.
◇ 이성규> 그러니까 요즘 근황으로 말씀을 드리면 힐링센터에 계시면서 하시던 거 계속하고 여러분들한테 좀 쉬는 공간을 마련하신 거네요.
◆ 고도원> 그러면서 근래에 코로나 이후에 사회적 힐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왜냐하면 사각지대에 자기 돈을 내고 오기가 어려운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정작 필요한 분들이 계시잖아요. 이런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 생각하고 있고. 사회적 힐링, 그리고 K-디아스포라 세계연대라고 그래서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제일동포의 2~3세 중 아버지의 땅, 할아버지의 땅에 가보고 싶은 아이들을 초청해서 그것도 무료로 해서 정체성도 찾고 또 한글 교육도 하고, 요즘은 한글이 대세니까요. 그런 것도 시작을 해서 1차 한 번 이제 했어요. 며칠 전에 마쳤습니다. 그런 거 하고 있어요.
◇ 이성규> 여전히 뭐 바쁘게 움직이시는군요. 힐링은 어떻게 하세요? 선생님 자신의 힐링을 좀 하셔야할 것 같아요.
◆ 고도원> 사이 사이에 합니다.
◇ 이성규> 요즘 뉴스레터들이 여기 저기 정말 많아요. 그런데 사실은 원조가 고도원 이사장님이신데, 지금 몇 년째죠? 아직도 아침편지 보내고 계신데.
◆ 고도원> 그게 2001년이니까 벌써 한 22년 정도 됐고, 정말 감사하게도 그 사이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할 수 있는 건강을 주셔서 지금 계속하고 있고 그렇죠.
◇ 이성규> 그런데 어떻게 하시다가 2001년에 그 일을 시작하셨어요?
◆ 고도원> 그게 이야기가 길지만 짧게 말씀드리면은 저도 산전수전 겪다가요. 글쟁이 생활하다가, 신문 기자도 하고, 그러다가 김대중 대통령 연설비서관으로 5년 동안 일을 하던 그 중간 지점이에요. 제가 한 번 쓰러졌고 완전히 번 아웃이라고 하잖아요.
◇ 이성규> 그게 무슨 병이었던가요?
◆ 고도원> 일종의 뇌졸중 같은 거죠. 제 의식을 잃고 사람이 이렇게 죽는구나. 이제 그 경험을 하고 나서 인생관이 바뀐 거죠. 눈을 떴을 때 내가 뭘 놓치고 살았는지, 뭐가 소중한지. 가치관도 바뀌고, 그때 제가 살기 위해서 바늘구멍 하나 내는 마음으로 터지기 전에, 그때 대통령 연설문은 무겁잖아요. 역사적이고. 그런데 제가 갖고 있는 독서 카드 가지고 그때 이메일 주소가 막 확산되던 초창기여서 제가 살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 이렇게 됐습니다. 그게 2001년이죠.
◇ 이성규> 그거를 쓰시면서 뭔가 몸과 마음이 정리 정돈되고 그러셨나요?
◆ 고도원> 일종의 마음의 비타민, 우리가 비타민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결정적인 순간에 비타민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기잖아요. 자동차로 치면 이제 볼트 하나가 마모되면, 잘못되면 평소에는 몰랐다가 큰 사고 나는 것처럼 그런 거죠. 우리 마음에도 그런 비타민이 필요하고 그게 정작 저에게 필요했는데 하다 보니까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그게 필요한 것이고요. 정서적으로 감정 관리, 마음 관리하는 데 글 하나가 주는 그 힘을 제가 느끼고 있죠.
◇ 이성규> 올 2월에 또 그런 글들을 모으셨는지 <고도원 정신>이라는 책을 내셨어요. 고도원 정신은 어떤 정신이죠?
◆ 고도원> 그러니까 그 글들을 모은 건 아니고, 그렇게 시작을 해서 지금 깊은산속 옹달샘 만들고 K-디아스포라 세계연대하고, 국제형·기숙형 대안학교, 링컨학교, 청소년들에게 언어 교육시키고 독서 교육시키고 이런 것들을 쭉 해왔거든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어찌 보면 혼자서 때로는 외롭게 걸어왔는데 고도원 정신이라고 해서 뭐 거창한 건 아니고 소소하게 제가 살아온 과정을 좀 정리하는 글이에요. 그때 생각나는 분이 백범 김구 선생님도 백범 일지를 쓰실 때 이 글은 그때 아들 김인, 김신인가요? 9살, 12살 배기 아들이 이 애비가 무슨 일을 했는지 나중에 알고 싶을 때 그 아들에게 해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하는 게 백범 일지인데 전 국민의 거의 필독서가 같은 거잖아요. 그래서 저도 아버지가 어떤 생각을 하고 했는지, 정말 좀 험한 말로 '맨땅에 헤딩' 해온 얘기인데 그거를 아들, 딸에게 전해주는 마음으로 그리고 저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아침지기'라고 하는데 한 70~80명 되죠. 이분들에게 세세하게 이야기하지 못한 게 많아요. 그리고 지금 아침편지를 받는 분들이 한 400만 되는데 조용히 받고 계시죠. 이분들도 궁금해 하는 게 많아요. 그때 어떻게 했고 어떻게 만들고, 이런 것들. 건축물 하나하나가 다 의미가 있는 건축물이 한 20개 들어서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과정을 좀 담담하게 적어서 그때 어떤 판단하고 어떤 목표를 갖고 했는지 정리한 게 고도원 정신입니다.
◇ 이성규> 앞에서도 말씀을 잠깐 드렸지만 가을인데요. 왜 독서를 가을에 이렇게 붙여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때 좀 읽으면 좋은 책 하나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 고도원> 글쎄요. 이제 가을은 정말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죠. 너무 덥거나 너무 춥거나 하면 이제 집중도 잘 안 되고 짜증나기도 하고 이러는데. 정말 좋은 계절인데, 요즘 제가 좀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이 한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유진 피터슨이라는 미국의 작가이고 목사인 분이 쓴 <이 책을 먹어라> 그거 지금 재미있게 읽고 있고 이인화 교수가 쓴 <2061년>이라는 소설을 또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우리 한글과 관련된 것을 잘 풀었는데 제가 한글에 관심이 많아서 아주 놀랍게 읽고 있고요. 그래서 한번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다. 가을일수록 그래서 혹시 좀 시간 여유가 있거나 한 번 읽을 각오가 되어 있는 분은 제가 권하고 싶은 책은 함석헌 선생님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이건 우리 역사를 고난으로 보고, 고난의 역사인데 여기에 뜻이 있다고 보는 것이 이분의 역사관이거든요.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요.
◇ 이성규> 너무 많이 소개 해주시면 우리 청취자분들이.
◆ 고도원> 그래도 가을이니까. 한 권 더 하면 제 인생의 책이기도 해요.
◇ 이성규> 머리띠 묶고 어디로 들어가서, 힐링센터 가서 읽어야 될 것 같아요.
◆ 고도원>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한번 도전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 정도 말씀드릴게요.
◇ 이성규> 고도원 선생님 역시 보니까 책을 많이 읽으시나 봐요. 그렇게 소문이 났는데, 책을 읽으시다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 고도원> 책은 어쩌다 보니까 책을 가까이 하게 됐어요. 저희 아버님이 시골교회 목사였는데 왕따 당하고 똥통에 빠진 경험 때문에 실어증에 걸리면서 밖에 못 나가는 아이여서 아버지의 책을 읽기 시작하고 여기까지 왔죠. 그러다가 글 쓰는 직업이 되고, 그러다가 또 이제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쓰게 되고, 그러니까 독서는 저의 어찌 보면 삶 자체인 것이고 밥과도 같은 거죠. 그래서 책과 관련된 얘기를 하면 말이 많아집니다.
◇ 이성규>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사장님, 이야기를 또 이어가기 전에 우리 노래를 이쯤에서 하나 듣거든요. 한번 잠시 쉬어가는 노래 하나 소개시켜 주시죠.
◆ 고도원>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제시 노먼의 <Deep River>라고 하는 흑인영가예요. 흑인영가, 그거 하나 들었으면 좋겠네요. 이분이 캐네디홀에서 열창에서 정말 갈채를 받았던 노래인데요.
◇ 이성규> 고도원 이사장님이 추천해 주시는 제시 노먼의 <Deep River>, 깊은 강 듣고 오겠습니다.
♫ 제시 노먼(Jessye Mae Norman)- <Deep River>
◇ 이성규>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님이 추천하신 제시 노먼의 <Deep River> 듣고 왔습니다. 카네기홀 얘기 말고 또 여기에 얽힌 사람들이 있나요?
◆ 고도원> 그러니까 이 흑인영가, negro spiritual이라고 그래서 영가라고 불리는 것은 흑인 영가밖에 없거든요. 그중에 대표적인 곡인데 우리가 상상해보면 어떤 게 나오느냐 하면 안에서 엄청난 복받친 슬픔과 탄식과, 이런 것을 표현해서는 안 되는 거죠. 또 아버지처럼 매달려 죽으니까. 그런데 목화밭에서 일을 하는데 누군가가 "Deep River...", 한이 담겨 있지 않으면서도 다 토해내는. 이게 그 넓은 목화밭에서 일하는 흑인 노래들이 함께 부르면서 그것을 극복해 가는 노래의 대표적인 거거든요. 이 말씀을 듣고 들었으면 훨씬 더 나을지 모르지만요.
◇ 이성규> 사후 해석도 중요하네요.
◆ 고도원> 네, 그래서 저도 이제 힘들고 안에 어떤 탄식이나 슬픔이 있을 때 이 노래 들으면서 위로를 받습니다.
◇ 이성규> 다양한 일을 하시면서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이게 참 추상적인 질문이기는 한데요. 그렇게 질문을 드리면 뭐라고 답을 하세요?
◆ 고도원> 공통적인 점에서는 아마 저도 벗어나지 않으리라고 봐요. 우선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의료적인, 생체적인, 육체적인 건강도 중요하지만 저는 마음의 건강, 정서, 감정 관리 그래서 마음의 회복력, 면역력 이런 게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 거고요. 그래서 불굴의 생각, 의지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보고 거기에 한 걸음 더 나가면 인생의 어떤 목표. 이렇게 말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꿈, 또 그 너머의 꿈 너머 꿈, 그 꿈을 이룬 다음에 내가 뭘 할 거냐. 백만장자가 꿈이면 그다음에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 거냐. 백만장자가 돼서 좀 이타적인 의미 있는, 다른 넥스트 드림, 비욘드 드림이 있느냐. 그게 저는 중요하다고 보고 특히 이 꿈 너머 꿈과 관련된 부분은 정말 도처에 가서 강조해서 그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씀하고 그렇죠.
◇ 이성규> 그렇게 사시면서 고도원 이사장님 개인은 언제 행복하세요?
◆ 고도원> 지금 행복합니다. 지금 이런 얘기 나누고, 매일 저에게 일상에서 주는 행복이 몇 가지가 있지만 아침마다 제가 커피 한잔 마시는데 특히 카푸치노를 좋아해요. 이름이 좋아서 그렇습니다. 그거 먹으면서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우리 일상 속에서 소소한 데서 발견되는 그런 행복감을 느끼고요. 이렇게 이런 말씀 나눌 수 있고 매일 아침편지 쓸 수 있고 행복하죠. 책 읽고 노래 듣고 글 쓰고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쓰는 게 저한테는 정말 무한한 행복입니다. 사실은 고통이 많아요. 매일 한다는 게. 그런데 보람이 크니까 그것도 행복이죠.
◇ 이성규> 해외 출장이나 여행이나 이런 거 가실 때는 그거 어떻게 올리세요?
◆ 고도원> 예전에는 현장에서 했어요. 그런데 아주 열악한 데가 너무 많아요. 제가 오지를 많이 가거든요. 몽골, 바이칼 이런 데 가면.
◇ 이성규> 거기는 카톡도 잘 안 되는데.
◆ 고도원> 안 돼요. 그래서 그때는 불가피하게 앙코르 메일이라고 그래서 예전에 보냈던 것 중에 반응이 좋았던 걸 골라서 이제 다시 보내고 그렇게 하죠. 여행 때만.
◇ 이성규> 여행 때만, 궁금한 게 하나 풀렸습니다. 근데 그 아침편지가 고통스러우면서도 참 행복감도 주고, 건강도 주고,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그게 없었다. 아침편지가 고도원 인생에 없었다. 그러면 어떤 일을 하고 계실 것 같아요. 지금?
◆ 고도원> 글쎄요. 지금 계속 기자 생활을 하거나 일반적인 작가 생활을 좀 하거나 아니면 저는 또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언어학자 역할을 좀 하거나, 뭐 그랬을 거예요. 근데 아침편지가 특별한 것은 그래서 마음치유센터, 힐링센터를 만들었지만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는 거예요. 슬퍼하고 비탄에 빠져 있고 절망하고, 이런 분들하고 이렇게 벗하고, 한 사람에게 편지잖아요. 편지. 400만에게 흩뿌려지는 게 아니고 어떤 한 사람을, 오늘 예를 들면 우리 이성규 이사장님 만나 뵀잖아요. 용모도 봤고, 제 목소리도 직접 들었고, 언젠가는 이 교수님 생각하면서 편지를 보내는 거죠. 그러면 읽으실 때 '아 나한테 보내는 편지구나?' 그러면 저는 성공한다고 보죠. 그래서 한 사람이 인격적으로 글로 교감하는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이 감사하죠.
◇ 이성규> 그리고 평소에 독서하시는 거 하고 또 글을 쓰시는 거 하고가 또 이렇게 영감하고 이렇게 같이 붙기도 하고 떨어지고 그러나요?
◆ 고도원> 그렇죠. 그러니까 독서라고 하는 것은 간접 경험이잖아요.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 뭐 중첩될 수도 있지만. 그 경험 중에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어떤 구절을 하나 선택을 해서. 이 구절을 읽을 때 저의 생각, 저의 경험 이걸 덧붙여서 한 30초 만에 읽을 수 있는 게 '고도원의 아침편지'잖아요. 그러니까 원재료, 생각의 발상은 내가 읽은 독서의 어떤 구절이었고, 이것을 해석하고 덧붙일 때에는 저의 생각을 덧붙인 거니까. 그러나 본래의 글에 해하지 않게, 오히려 더 그 글이 맛이 살아나게. 이것은 제가 글쟁이였기 때문에 가능한 거고 감사한 거죠. 그래서 이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치유의 효과도 되고, 인생의 터닝, 극단의 결심을 했던 사람이 생각을 바꾼다든지, 용기를 다시 갖는다든지. 이렇게 되는 거죠.
◇ 이성규> 독서를 하시면서 어떤 구절, 그런 거를 밑줄을 치셔서 표시하시나요? 아니면 다시 어디다가 적어놓으시나요?
◆ 고도원> 밑줄을 긋죠. 밑줄을 긋고 포스트잇을 하고, 그것을 예전에는 독서 카드를 만들었어요. 컴퓨터 없을 때는. 독서 카드가 무진장하게 쌓였던 거죠. 그게 이제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됐고 지금은 컴퓨터에 입력을 해놓으면 키워드만 딱 쳐도 나오고 그러죠. <고도원의 정신>을 쓰면서 편집자 하고 앞으로 얼마나 쓸 수 있을까를 해보니까 한 70년 쓸 만큼이 남아 있어요. 오랜 독서의 결과가 이렇게 된 거죠.
◇ 이성규> 글을 쓴다는 것, 아까 글쟁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모든 사람이 다 글쟁이가 될 수는 없겠지만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 고도원> 글쎄요. 이 얘기는 한참 해야 될 것 같은데 그 핵심만 얘기를 하면요.
◇ 이성규> '고도원의 아침편지'식으로 표현을 해주시죠.
◆ 고도원>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서 깊은 관심과 사랑 애정이 있어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관찰이 먼저 돼야 돼요. 관찰을 먼저 잘해야 그게 재료가 돼서 하는 거고, 그다음에 여기에 골조가 들어가야죠. 그러니까 틀이죠. 이 틀을 갖춰야 되고, 그게 소설이냐. 시냐. 아니면 에세이냐에 따라서 틀이 달라지잖아요. 근데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글은 불과 수학의 결합이다." 이런 얘기하거든요. 불은 막 상상력이잖아요. 어떻게 타오를지 모르잖아. 막 이리로 갔다 저리로 갔다. 어마어마하잖아요. 근데 그 안에 수학이 있어야 되는 거죠. 아주 치밀한 뼈대가. 이게 결합이 돼야죠. 그래서 불은 독서 재료를 가지고 태우고 상상하고 이리로 갔다 저리로 갔다 할 수 있는데 그 견고한 틀이 있어야 이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거죠.
◇ 이성규> 틀과 변이네요.
◆ 고도원> 네, 좋은 말씀입니다.
◇ 이성규> 요즘 글을 쓰시고 하시면서 정신 세계가 좀 정리되면서 발전이 됐다. 그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요즘 고민하시는 게 또 있으세요?
◆ 고도원> 고민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우리가 나이가 들면 보이는 것들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우선 전 세계의 여러 부문에서 리더십의 부재라든가, 존경받을 만한, 전 세계인의 정신을 이끌고 갈 만한 이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고, 그리고 전 세계가 다 극단과 극단이 부딪히는. 그거는 반드시 어떤 파괴적이고 적대적이고 이런 사회로 가는 거거든요. 그것은 경제에도, 우리의 정신 세계에도, 국제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그런 것을 봤을 때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다. 그걸 느껴요. 근데 우리 나이는 대충 살다가 가도 되는 건데, 우리 자라나는 아기들한테는 좀 걱정이 되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지? 그런 게 좀 걱정이에요.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 이성규> 어떤 분 말씀하신 것이 생각이 나는데 어느 순간부터 준마가 문 틈 사이로 확 지나가듯이 시간이 빨리 간다. 그렇게 표현하더라고요.
◆ 고도원> 맞아요. 허송세월 안 해야 되는데, 그런 고민이 있습니다.
◇ 이성규> 지금 먹구름 말씀도 하시고 그랬는데 지금 현재 먹구름 속을 헤매고 계신, 사는 것이 힘들고 또 지친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 주시죠.
◆ 고도원> 제가 명상을 49살에 알았어요. 명상, 메디테이션이라고 하죠. 기독교에서 묵상이라고도 하고, 명상을 좀 시작해보셔라. 내가 왜 40살, 30살, 20살 이때 명상을 몰랐나. 이것을 좀 안타까워하거든요. 근데 명상을 알고 난 다음에는 지금 말씀하신 말씀드렸던 먹구름도 체계적이지만 개인에게도 인생에 있어서 온갖 이런 것들이 있잖아요. 그럴 때 이 구간을 넘길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명상을 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아까 말씀드린 건강이라든지 마인드, 마음 훈련 이런 것들을 하게 되고 또 자연과 가까워지고 명상을 시작하셔라.
◇ 이성규> 명상, 그러면 알 듯 모를 듯 하거든요.
◆ 고도원> 그렇죠.
◇ 이성규> 그런데 어떻게 하면 명상인가요? 눈 감고 가만히 모든 걸 내려놓고 생각 안 하는 게 명상인가요?
◆ 고도원> 그것도 명상의 한 부분인데, 이게 명상은 제가 <잠깐 멈춤>이라는 책도 썼어요. 지금 '쉼표'잖아요. '행복한 쉼표' 찍는 거예요. 쉼표를 찍으라는 거지. 그러니까 타이밍이, 그러니까 번아웃되기 전에. 자동차 엔진 불나기 전에. 뚜껑 열리기 전에. 멈추는데 어디에서 멈추느냐? 가스실이면 안 되잖아요. 숲, 아름다운 꽃이 있는 곳. 그게 명상의 시작이에요. 그런 곳을 찾아가는 것, 맨발로 찾아갈 수도 있고. 그러고 나서 명상이 앉아서 가만히 있는 것도 명상이지만 아주 핵심적인 것은 깊은 호흡을 하는 거죠. 우리 일상의 호흡이 아니라 깊은 호흡, 긴 호흡, 고요한 호흡. 아까 그 흑인영가의 핵심도 긴 호흡에 있어요. 이게 다 토해내는 거거든요. 시름도, 탄식도. 그게 명상입니다.
◇ 이성규> 밤새워서 더 들었으면 좋겠는데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 모시고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이사장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고도원> 이렇게 뵙게 돼서 반가웠습니다.
YTN 박준범 (pyh@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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