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화웨이폰 7나노칩 조사”…한국 반도체에도 불똥 튀나
미, SMIC ‘제재 우회’ 여부 추적…“DUV로 생산” 의견 지배적
삼성·하이닉스 등 중국 공장 규제 ‘1년 유예’ 내달 종료에 촉각
반도체업계선 “칩 설계 능력 확인”…수출규제 전략 바뀔 수도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華爲)가 최신형 스마트폰에 7나노(㎚·1㎚는 10억분의 1m)급 반도체를 탑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중 반도체 전쟁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 등이 상당한 기술 자립을 이뤄낸 셈이기 때문이다. 수출통제 속에도 중국이 ‘기술굴기’를 이룬 게 사실이라면 대응 전략 등도 다시 짜야 할 수 있다.
미국 상무부는 SMIC가 미국 제재를 어떻게 우회했는지에 대한 공식 조사에 7일(현지시간) 착수했다. 해당 스마트폰에 SK하이닉스의 D램과 낸드플래시도 포함되면서 국내 업계도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화웨이발 충격의 핵심은 SMIC가 미국의 첨단장비 규제를 뚫고 어떻게 7나노 공정을 구현했느냐다. 7나노 구현을 위해서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필요한데, 이는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 즉 외국산 핵심장비 없이 어떻게 중국이 자체적으로 첨단 반도체를 만들었느냐는 문제다.
그러나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앞서 지난해 중국 가상통화 채굴업체에 공급된 SMIC 칩도 7나노 제품으로 파악된 바 있다. SMIC가 EUV 없이도 이전 세대 기술인 심자외선(DUV) 장비를 고도화해 7나노 제품을 생산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강효주 KB증권 연구원은 “네덜란드 정부가 (반도체 장비업체)ASML에 7나노 공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NXT1980 DUV’ 수출을 올해 말까지 허가한 상황이라서, SMIC가 부진한 수율 부분만 받아들일 수 있다면 7나노 파운드리가 가능하다는 것은 추측하고 있던 사실”이라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오히려 놀라운 점은 중국의 전자설계자동화(EDA) 기술 진보 부분”이라고 짚었다. EDA는 반도체 제조에 들어가기 전 시뮬레이션을 돌려 회로 설계·오류를 사전에 판단하는 소프트웨어다. 미국은 반도체 장비뿐만 아니라 EDA에 대해서도 대중국 수출 제재를 단행한 바 있다.
국내 업계에 불똥이 튈지도 관심사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에 필요한 미국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는 해당 규제를 1년간 미뤄줬다. 유예 종료 시한인 다음달 11일이 다가오면서 한·미 양국은 유예 연장을 두고 협의 중인데, 지금까지는 연장 쪽으로 의견이 모이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그러나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인 ‘LPDDR5’와 낸드가 발견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SMIC에 이어 SK하이닉스도 미 정부의 조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유예 조치 연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반도체를 화웨이에 직접 공급했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미국의 제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SK와 삼성이 중국에 메모리를 직접 수출하지 않더라도 우회 유입은 막을 길이 없다는 건 수출규제 당시에도 예상된 전망이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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