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도 자면서 꿈 꿀까…"동물도 렘수면 한다"
주기적으로 신체 떨고 뇌 전기활동 활발해져
갑오징어, 자면서 피부색·모양 화려하게 변화
"꿈 꾼다면 상상력 있음을 암시"..."입증은 난제"
잠자면서 꿈을 꾸는 것은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일까. 아닐 수도 있다는 증거가 갈수록 쌓이고 있다.
사람들은 렘(REM)수면을 하는 동안 주로 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렘수면 중 꿈을 꾸면서 대뇌활동이 활발하지만 안구를 제외한 운동신경은 억제돼 전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동물들도 렘수면을 한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BBC는 이달초 보도에서 과학계에 잇따르는 동물의 렘수면 현상 발견 소식을 전하면서, 꿈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닐 수 있다고 전했다.
거미도 렘수면을?…도마뱀·갑오징어·제브라피시도
독일 콘스탄츠대학의 행동 생태학자 다니엘라 로슬러 박사팀은 지난해 거미에서 렘수면처럼 보이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들은 깡충거미 34마리의 수면 중 움직임을 관찰했는데, 거미들이 약 17분마다 렘수면을 하듯이 눈 망막을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냈다. 어린 깡충거미들은 실험실 상자 안에서 밤새도록 있으면서 이따금씩 다리가 말리고 몸을 떠는 한편 눈의 망막이 앞뒤로 움직였다. 로슬러 박사는 "이 거미들이 하는 행동은 사람의 렘수면과 매우 흡사해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팀은 거미들이 이때 다른 활동을 하지 않지만,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은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했다. 거미들이 잠을 자는 것으로만 밝혀지면, 그리고 실제로 렘수면을 한다면 꿈을 꾸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로슬러 박사는 말했다. 시각 능력이 뛰어난 동물인 거미가 낮에 받아들인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으로 꿈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
거미뿐만이 아니다. 최근 과학자들은 도마뱀, 갑오징어, 제브라피시 등 다양한 동물에서 렘수면 징후를 발견하고 있다. 그러면서 인간만 꾸는 것으로 여겨졌던 꿈을 동물도 꿀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는다.
렘수면은 빠른 안구운동 외에도 골격근의 일시적 마비, 주기적인 신체 경련, 뇌 활동과 호흡·심박수 증가 등 다양한 특징이 있다. 1953년 잠자는 영아도 렘수면을 한다는 것이 발견된 데 이어 고양이, 생쥐, 말, 양, 주머니쥐, 아르마딜로 같은 포유류에서도 확인됐다.
고래·돌고래는 렘수면 없는 듯
사람의 렘수면 중 뇌 활동은 이미 많은 연구가 돼 있다. 렘수면 동안 뇌는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할 정도로 전기적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반면 비렘수면은 신체의 회복 과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 선수가 경기 후 수면을 취하면 서파수면의 길이가 경기 전보다 훨씬 더 길어진다. 또 어린이에서 성장호르몬이 주로 비렘면 때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유류에서는 렘수면 양상이 종마다 차이가 있다. 바늘두더지라고 불리는 유대류 포유류는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특징을 동시에 보인다. 고래와 돌고래는 렘수면을 하지 않는 것 같다는 보고가 있다. 새는 렘수면 중에 부리와 날개가 경련을 일으키고 머리를 지탱하는 근육의 긴장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에 연구자들은 갑오징어에서 렘수면과 유사한 상태를 발견했다. 수면 중에 주기적으로 눈을 빠르게 움직이고 다리를 떨면서 몸의 색을 바꾸는 등 렘수면과 유사한 행동을 했다. 매사추세츠주 우즈홀의 해양생물학연구소에서 펠로우십을 받는 동안 행동생물학자 테레사 이글레시아스는 갑오징어 6마리의 행동을 동영상에 담았다. 6마리 모두 약 30분마다 렘수면과 유사한 활동을 보였는데, 팔을 움직이고 눈동자를 움직이며 피부가 다양한 색상과 패턴으로 바뀌었다. 두족류의 피부 패턴은 뇌가 직접 제어한다.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연구소의 이글레시아스 박사는 "이런 활동은 잠자는 중 두뇌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갑오징어, 자면서 피부 색상·패턴까지 화려하게 바뀌어
연구자들은 문어에서도 비슷한 상태를 관찰했다. 이글레시아스 박사는 "문어와 갑오징어가 꿈을 꾼다면 인간이 특별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제브라피시의 수면 중 뇌신호를 봤을 때 최소 두 가지 수면 상태가 있다고 보고했다. 한 상태에서는 포유류의 비렘수면 같은 신경 활동이 일어났다. 또 다른 상태에서는 렘수면 상태같이, 깨어 있는 상태와 유사한 신경 활동을 보였다. 다만 눈동자의 빠른 움직임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동물을 관찰하면서, 진화 과정에서 수억 년 전에 다양한 수면 유형이 생겨났을 가능성을 점친다. 파리도 두 가지 이상의 수면 상태를 오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회충은 한 가지 수면 상태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자들은 두족류가 피부 패턴을 깜빡이거나 거미가 방추를 흔드는 것처럼 동물이 렘수면 상태에서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을 봤을 때 이들 동물이 렘수면 상태에서 꿈을 꿀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한다.
독일 뮌헨 막스플랑크 생물지능연구소와 괴팅겐의과대학의 수면 과학자인 지아니나 운구레안 박사팀은 비둘기가 구애 행동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렘수면 동안 동공이 수축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는 비둘기가 꿈을 꾸거나, 아니면 깨어 있는 구애 행동 중에 일어난 일을 어떤 식으로든 다시 경험하는 것일 수 있다고 운구레안 박사는 말한다.
인간 렘수면의 역할도 아직 완전히 몰라
렘수면은 일부 동물의 경험 재생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자들은 이전에 미로를 통과한 적이 있는 잠자는 쥐의 뇌 전기 활동을 관찰한 결과, 쥐의 머리가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탐색을 돕고 머리의 방향과 연결된 뉴런이 발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눈의 움직임과 관련된 뉴런의 활동도 관찰됐다. 이 조합은 쥐가 환경을 스캔하는 꿈과 같은 경험을 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운구레안 박사는 밝힌다.
이러한 모든 관찰결과를 봤을 때 동물도 꿈을 꿀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운구레안 박사는 말한다. 다만 꿈을 꾼다는 확신을 할 만한 명확한 증거는 아직 없다고 밝힌다. 인간은 비렘수면 중에도 꿈을 꾼다.
운구레안 박사는 "사람은 꿈을 꾼다고 보고할 수 있지만 동물은 불가능하다. 이것이 우리가 과학적으로 강력하게 입증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렘수면의 용도도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의 신경과학자 폴 쇼는 "비렘수면과 렘수면 중 어떤 것이 수면의 기능인지에 대해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론 중 하나는 렘수면이 뇌가 기억을 형성하고 재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다른 이론은 렘수면이 두뇌 발달과 신체의 운동 시스템 발달을 돕는 한편 깨어 있는 활동에 필요한 회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렘수면이 동물계에서 폭넓게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지면 그 역할이 무엇이든간에 중요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이글레시아스 박사는 말한다.
비둘기, 잠잘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 사람, 렘수면 때와 비슷
동물이 렘수면을 한다는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과학자들도 있다. UCLA에서 수면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 제롬 시겔은 거미 같은 일부 동물은 심지어 잠을 자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자들은 계속해서 단서를 찾고 있다. 이글레시아스 박사와 다른 연구자들은 두족류의 뇌에 전극을 이식하고 두 가지 수면 상태에서 뇌의 전기활동이 서로 다르게 일어남을 포착했다. 운구레안 박사는 비둘기를 MRI 기계에서 잠을 자도록 훈련시킨 결과, 인간의 렘수면 상태에서 불이 켜지는 많은 뇌 영역이 새에서도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교의 철학자인 데이비드 페나-구즈먼은 갑오징어와 거미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이 꿈을 꾼다면 그들이 경험하는 것에 대한 흥미로운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한다.
"꿈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꿈을 꾸는 동물은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 꿈을 꾸는 것은 상상력이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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