셉템버 페스티벌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진짜 농구 축제가 열렸다!
2020년과 2021년 한국의 각 대학교들은 코로나 19로 인해 대부분의 야외 축제를 열지 못했다.
대신 각 학교별로 온라인 축제를 기획하고 야외 행사를 대체할 수 있는 간이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참석자 수도 현저히 떨어질 뿐 아니라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 행사에 그치게 되면서 적극성 역시 결여됐다.
온라인 축제의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학생, 학부모들도 많았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해부터 다시 야외 페스티벌로 펼쳐진 고연전 or 연고전은 젊음이 용솟음치는 창구로 또 한 번 자리매김했다.
2023년 올해는 연세대학교 주관으로 시행되어 정기전의 정식 명칭은 ‘고연전’으로 정해졌다. 상대 학교를 예우한다는 차원에서 주관 학교의 명칭이 뒤로 사용하지만 각 학교는 이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정기전 이름(고연전/연고전)을 쓸 수 있는 게 원칙이다.
원래부터 고연전은 단순 스포츠 경기와 대학축제를 넘어선다. 정체성과 소속감을 배양하고 공통된 스포츠 이벤트 경험은 공동체 의식을 형성한다. 독수리와 호랑이, 푸른색과 붉은색은 집단의 정체성을 표출하며, 각 집단을 하나로 통일한다.
9월 7일 고양체육관 관계자들은 고연전 농구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원래 프로농구단 소노의 홈 체육관이지만 다음날 열릴 고연전 농구 준비로 인해 쉴 틈이 없었다.
그리고 대망의 9월 8일, 젊음이 용솟음치는 고연전 농구가 점프볼 했고 고려대가 연세대를 눌렀다.
2023 정기 고연전 스코어는 64-60으로 막을 내렸다. 고려대는 이날 승리로 최근 정기 고연전 농구 3연승과 함께 역대 상대 전적을 24승 5무 22패로 만들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국가대표팀에 차출된 문정현의 공백이 예상됐다. 하지만 나머지 고려대 선수들은 박무빈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고려대는 연세대의 추격을 따돌리고 승리를 따냈다. 박무빈이 19점, 이동근이 16점을 올리며 맹활약했고 1학년 가드 문유현(13점)이 4쿼터에 깜짝 해결사 역할을 하며 고려대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연세대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4학년 유기상(19점)과 1학년 이주영(16점)이 분투했다. 하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역전까지 시킨 상황에서 더 치고 나갈 힘이 부족했다.
승리의 주역은 박무빈과 이동근이었다.
경기 시작과 함께 1, 2쿼터가 박무빈의 타임이었다면 이후엔 이동근이 약방의 감초 역할을 했다.
2쿼터 유기상의 3점 슛 등으로 연세대가 반전을 노렸던 시점, 고려대는 박무빈과 이동근이 또다시 고비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다.
고려대는 3, 4쿼터에도 이동근이 존재감을 뽐냈고 선수 전원이 똘똘 뭉쳤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저력의 연세대에 잠시 역전을 허용했지만, 문유현이 앤드원 플레이를 만들어냈고, 곧바로 고감도 3점포를 명중시키며 고려대의 기세를 이어갔다.
뚝심의 고려대는 뒷심에서도 앞섰다. 연세대의 추격을 이겨내고 종료 부저가 울리는 순간 고려대 양준이 쐐기 슬램 덩크까지 꽂으며 승리를 자축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문정현과 박무빈(이상 고려대), 유기상(연세대) 등 이른바 ‘문유박’이 유력한 1~3순위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 가운데 1순위 지명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는 문정현이라는 게 중론이다.
결국, 고려대는 문정현 없이도 고연전을 이겼다는 큰 수확이 있었던 경기였다.
승리의 주역이 된 박무빈은 "졸업하기 전 마지막 고연전이라 꼭 이기고 싶었다. 남은 유일한 동기인 (문)정현이가 국가대표 차출로 아쉽게 함께할 수 없어서 내가 정현이 몫까지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고 부담감도 있었다.
작년에는 마지막에 빠졌지만 올해도 똑같이 힘들었음에도 정현이가 일본에서 응원해준 덕분에 끝까지 경기에 뛸 수 있었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번 정기 고연전 농구는 코로나 기간 동안 찬 바람이 불었던 대학스포츠 문화에 다시 한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모델임을 또한번 재확인 시키며 젊음이 용솟음 치는 창구가 됐다.
비대면? 사이버 교류전? 온라인 행사?...약 1년 전까지 각 대학엔 페스티벌 다운 흥겨운 잔치가 없었다.
2021년까지 정기 고연전은 양 대학 간 사이버 교류전으로 대체해 진행됐다. E스포츠 대회뿐만 아니라 동아리교류전 등 행사도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비대면 언택트 교류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고연전은 원래의 일상을 되찾았다.
오늘 고양체육관에서도 붉은색 상의로 통일한 고려대학교 학생들과 푸른색 옷을 입은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각각 양교를 대표하는 홍색과 청색의 깃발을 흔들며 젊음의 열정을 폭발시켰다.
평소 프로농구 코트였던 고양 체육관은 프로 경기 이상의 함성이 메아리쳤다. 화려한 색깔의 응원복을 입은 응원단의 지휘에 맞춰 양교 응원단의 노래가 울려퍼졌고 고려대의 붉은 물결, 연세대의 푸른 물결이 넘실거릴 때는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젊음의 자유가 느껴졌다.
특히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앞뒤로 몸을 흔들 때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12번째 선수’로 불리며 조직적인 응원을 펼쳤던 ‘붉은악마’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평소 동아리 농구도 즐겨한다는 고려대학교 강정모(23)는 “군 복무를 마친 뒤 고연전 응원을 준비하면서 안암동 친구들과 더욱 친해졌다. 우리 고려대학교 농구 선수들과도 더욱 하나가 된 느낌이다. 오늘 승리의 주역은 1~4쿼터 내내 코트를 종횡무진 휘저은 박무빈과 이동근이었다. ”고 말했다.
오늘의 주역이었던 양교 선수들, 응원단이 태어나기 한참 전인 1980년대 젊음의 행진이란 프로그램이 있었다.
80년대 최고 인기를 모았던 쇼 프로그램으로 송승환-왕영은, 최수종-하희라 등 떠오르는 청춘 남녀 스타들이 MC로 무대에 섰고, 송골매, 소방차, 이지연, 김완선, 박남정 등 내로라하는 당대 가수들이 출연했던 무대였다.
프로그램 제목에서 알수 있듯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젊음이란 인간이 가진 최고의 축복, 특권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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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환 기자 (baseball36@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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