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들이 ‘군사작전’하듯…방심위 ‘여권 우위’ 재편

정대연·유새슬·강한들 기자 2023. 9.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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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방 중 윤 대통령, 권익위 ‘이해충돌’ 결론 3시간 만에 정민영 해촉 재가
남은 위원 7명 중 4명이 여권 성향…단독으로 사건 심의·의결 가능해져
신임 류희림 위원장 “가짜뉴스 척결 총력”…야당 “권력 청부 기관 전락”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야권 추천 인사인 정민영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을 해촉했다. 방심위 내 여권 4 대 야권 4의 기존 구도가 여권 우위(여 4 대 야 3)로 재편됐다. 이를 통해 이날 선출된 류희림 신임 방심위원장(사진)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적 존재가 된 내·외부의 가짜뉴스 척결을 위해 위원회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가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날 오전 긴급 현안 분과위원회를 열고 정 위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며 “소속 기관의 징계 및 과태료 부과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 직후 권익위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사실을 발표했다. 앞서 보수 성향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는 지난달 29일 변호사인 정 위원이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 보도 등 관련 소송에서 MBC 측을 대리한 것 등을 문제 삼아 권익위에 고발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권익위 발표 3시간 후 인사혁신처에서 상신한 정 위원 해촉안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의 재가 직후 방심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 후임 위원으로 위촉한 류희림 위원을 위원장으로 호선했다. 회의에는 야권 위원들도 참여했으나 전체 9명 위원 중 7명밖에 없는 상황에서 위원장 호선은 전례가 없다고 주장하며 퇴장했다. 김유진 위원은 “이번 위원장은 전례 없이 위원장, 부위원장이 매우 불공정한 방식으로 해촉된 뒤, 권한대행 체제에서 국가기관들이 군사작전처럼 손발을 맞춰서 되는 피 묻은 자리”라고 했다. 하루 만에 권익위·인사처·대통령실·방심위가 군사작전하듯 총동원돼 방심위 재편이 완성된 것이다.

류 위원장은 KBS·YTN 기자를 거쳐 YTN DMB 이사, YTN 플러스 사장, 보수 성향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그는 언론노조가 2017년 발표한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언론인 50인’에 올랐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월 한 달간 방심위 국고보조금 집행 회계감사를 실시해 정 전 위원장을 포함한 임원진이 업무추진비를 과다 사용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지난달 10일 밝혔다. 이를 근거로 윤 대통령이 정 전 위원장, 이광복 전 부위원장을 지난달 해촉하고, 하루 만에 류 위원장을 위원으로 임명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여야 3 대 6이었던 방심위 구도는 4 대 4가 됐다.

이 구도가 이날 정 위원 해촉으로 여권 우위(4 대 3)로 바뀌면서, 방심위는 앞으로 여권 위원만으로 심의·의결이 가능해졌다. 방심위는 정 전 위원장 때 임명된 김진석 사무총장도 지난달 면직했다. 감사원은 공언련 공익감사 청구에 따라 사실상 방심위 감사에 착수했다. 방심위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셈이다.

방심위는 방송·통신 내용을 심의·제재하는 민간독립기구다. 민원인이 방송이 공정하지 않다 등을 사유로 민원을 넣으면 방심위원은 행정지도부터 법정 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 징계’ ‘과징금’ 처분을 할 수 있다. 법정 제재를 받으면 방송사의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가 된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의 정 위원 해촉안 재가에 대해 “방심위의 방송 심의를 좌지우지해 방송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독립기관 방심위를 권력의 청부심의기관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촉된 정 위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변호사로 담당했던 언론 사건이 방심위 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되면 예외 없이 그 사실을 밝히고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임기가 2년 넘게 지난 지금에 와서 여권 위원들이 나를 해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대연·유새슬·강한들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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