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주렁, 곰팡이 가득…경비원 "수용소에서 쉬라고?"
<앵커>
지난달부터,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휴게시설을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사업장이 대폭 확대됐습니다.
특히 경비원이나 미화원 같은 취약 직종은 2명 이상인 경우, 반드시 쉴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게 잘 지켜지고 있을지 그 현장을 배성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경비원 휴게실입니다.
두 달 전 아파트 지하에 마련됐습니다.
입구에는 폐가구가 쌓여 있고 곳곳에 거미줄도 처져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이렇게 먼지가 쌓여 있고요, 또 벽에는 곰팡이가 슬어 있습니다.
경비원들이 누워 자는 방.
천장에 노출된 배수관에서는 종일 물 흐르는 소리가 나고, 환기 시설도 없어 습기로 바닥도 눅눅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휴게실의 적정 습도는 50~55% 사이를 유지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휴게실 안에서 습도를 측정해 보니까요, 55%보다 높은 수치가 측정됐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 잘 수가 없어요, 저기는. 가뜩이나 나이들이 다 먹었는데. 1시간만 있어도 코가 매캐하고 온몸이 식은땀이 나는데, 있을 수가 없어요.]
강남 또 다른 아파트의 경비원 휴게실, 열악한 건 둘째 치고 너무 멀어서 경비원들이 잘 안 갑니다.
경비실 한 곳에서 직접 가봤습니다.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왕복 10분 넘게 걸렸는데, 고령의 경비원들은 훨씬 오래 걸립니다.
식사 시간을 포함해 1시간 남짓한 휴식 시간 동안 이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 (새 휴게실까지) 왕복으로 20분이 걸려요. 그런 데다가 그 지하에서, 눅눅한 지하에서 모르는 사람들하고 어떻게 잠을 자나요. 그게 무슨 휴식처입니까. 완전히 그냥 수용소지.]
미화원들은 상황이 더 안 좋습니다.
초소도 없는 데다 휴게실도 멀다 보니 아파트 지하에서 쉬거나 밥을 먹습니다.
[아파트 미화원 : (여기 아예 창문 없어요?) 창문 없어요. 저거 밖에. (저기 있네, 저거 뭐예요?) 저거 창문인데 뭐 만날 닫아놓고 높아서….]
현행법상 휴게시설은 적정한 온도와 습도, 조명을 유지하고 소음에 노출되지 않아야 하며, 환기도 가능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아파트들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득균/노무사 :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휴게공간을 지하에 마련해 놓은 경우가 많은데, 계도 기간이 끝나면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의 휴게시설을 조사해서 과태료 처분이 될 수 있는 거죠.]
계도기간이 끝나는 내년부터는 휴게시설 미설치는 최대 1천500만 원, 기준을 준수하지 못하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영상취재 : 윤형, 영상편집 : 김준희,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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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배성재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아파트 경비원 휴게시설, 왜 개선 안되나?
[배성재 기자 :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만나봤는데 우선 비싼 땅에 새로운 가건물을 지을 면적도 부족하고, 또 짓더라도 불법 건축물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또 이미 휴게시설에 충분한 돈이 들어갔다면서 더 개선할 여지가 적다, 힘들다. 이렇게 말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현행법상 설치 의무를 세 차례 이상 위반을 해도 최대 1천만 원까지 과태료 처분만 받습니다. 한 노무사는 수천만 원이 드는 시설을 개선을 하느니 차라리 과태료를 내고 말겠다는 아파트들도 많다. 이런 말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Q. 제도 있어도 무용지물…앞으로 대안은?
[배성재 기자 : 노동계에서는 휴게소 설치, 그리고 개선을 위한 아파트 측의 자발적인 의지를 확인하기는 힘들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의 적극적인 현장 파악, 그리고 점검,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특히 아파트 경비원들의 휴게시설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이게 지하에 있기 때문에 지금 문제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것을 좀 지상으로 올려보자 이러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고, 조립식 건물이나 컨테이너 같은 가설 건축물들은 지자체 조례에 따라서 허가가 아닌 신고에 따라서 설치가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 조금만 노력을 하면 개선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아 보이는 상황입니다.]
배성재 기자 ship@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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