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도 오는 레드불 [만물상]
에너지 음료 ‘레드불’을 창업한 오스트리아 기업가 디트리히 마테시츠는 1980년대 초 태국에 출장 가서 마신 현지 카페인 음료에 반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카페인과 탄산을 혼합한 음료를 내놨지만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탄산음료는 코카콜라가 장악했고, 카페인 음료는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일부 유럽 국가는 지금도 청소년 건강을 이유로 카페인 음료 광고를 규제한다. 돌파구를 찾던 마테시츠의 눈에 익스트림 스포츠가 들어왔다.
▶유튜브에 레드불을 치면 회사명 뒤에 ‘공중곡예’ ‘암벽등반’ ‘F1′ 등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 이름이 자동 완성으로 따라붙는다. 모두 이 회사가 지원하거나 팀을 만들어 운영하는 분야다. 그 분야 중엔 후원이란 말만 나와도 다른 기업들은 “사고 나면 회사 이미지만 나빠진다”며 손사래를 치는 것도 있다. 날다람쥐의 다리 사이 피막처럼 생긴 옷을 입고 낙하하는 ‘윙슈트’가 대표적이다. 사망 사고 잦기로 악명 높다. 그런데 마테시츠는 ‘레드불 에어포스’라는 스카이다이빙 팀까지 만들었다.
▶2021년 윙슈트를 입은 스카이다이버가 칠레의 비야리카 활화산 연기 속을 시속 280㎞로 뚫고 지나가며 분화구 속 용암이 끓는 무시무시한 장면을 찍었다. 유튜브로 볼 때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2012년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가 지상 39㎞ 성층권에서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린 모험도 이 회사가 후원했다. 바움가르트너는 마하 1.25(시속 1342㎞)로 낙하해 비행기를 타지 않고 음속을 돌파한 최초의 인간이 됐다. 이 장면의 유튜브 누적 조회 수는 4600만건을 넘는다.
▶서울시와 레드불이 이달 중 한강 양화대교에서 클리프(절벽) 다이빙 대회를 연다고 한다. 건물 7층 높이인 27m를 시속 85㎞로 낙하해 입수한다. 부상 위험이 커서 어지간히 훈련받은 다이버도 뛰어내리길 망설인다. 그런데도 각국에서 대회가 열릴 때마다 수만명이 현장을 찾아 환호하고 평균 30만명이 중계를 시청한다. 개최지가 된 도시들도 반긴다. 프랑스 파리의 센강, 일본 규슈의 다카치호 협곡, 호주 시드니항 등을 돌며 연 7회 대회를 연다.
▶모험을 후원하는 레드불 방식의 마케팅을 ‘스토리 두잉(story doing)’이라고 한다. 제품에 이야기를 입히는 스토리텔링을 넘어 제품 이미지를 스토리로 만들어 행동으로 옮긴다는 뜻에서다. 칠레 활화산 비행에 성공한 다이버는 착지 후 “나를 100% 집중하게 해 주는 두려움이 좋다”고 했다. 기업이 못 하고, 안 하는 것이 없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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