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전기차로 바꾼 ‘개조전기차’...친환경차 보급 기폭제 될까

김동진 2023. 9. 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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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동진 기자] 전기차 보급이 주춤하고 있다. 연이은 화재와 줄어드는 보조금, 부족한 인프라 등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전기차 구매를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보급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글로벌 시장에서 115.5%까지 치솟았던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61.2%, 올해는 50%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존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개조전기차(EV-conversion) 사업이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내연기관 엔진과 연료통 제거…모터와 배터리로 동력원 교체한 개조전기차

개조전기차란 추진 방식을 내연기관에서 전기로 개조한 차량을 뜻한다. 기존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연료탱크 등 부품을 제거하고,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을 탑재하는 방식이다.

내연기관을 전기차로 개조하는 과정 / 출처=제이엠웨이브

개조전기차는 출력이 강하고 소음이 적으며,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등 기존 전기차의 장점을 대부분 지녔다. 특히 올드카의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전기차를 새로 구매하는 것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내연기관을 개조할 수 있어 전기차의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하는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개조전기차에 10%의 세금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산업 활성화를 촉진하고 있다. 차량을 개조해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된 미국에서는 스스로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개조할 수 있도록 전용 키트를 출시한 기업(EV West)도 등장했다.

전기차 개조 DIY 키트 / 출처=EV west

일본 국토교통성 역시 내연기관을 전기차로 개조한 차량이 안전기준을 통과할 경우,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전기개조차 서비스를 출시한 스타트업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개조전기차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은 몇몇 제약이 있다. 자동차관리법 제34조 및 자동차 튜닝에 관한 규정 제2조 등에 따르면, 전기차 튜닝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전기차 개조 기술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차 정비를 위한 시설과 장비까지 갖춰야 한다는 까다로운 규제가 존재한다.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개조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췄더라도, 규제를 충족할 수 없었던 전기차 개조업체들은 해외로 눈길을 돌리곤 했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개최, 내연기관 트럭을 전기 트럭으로 제작하는 국내 기업 ‘제이엠웨이브’에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해당 기업은 노후 1톤 트럭의 내연기관 부품을 해체하고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 부품을 장착해 전기트럭으로 개조하는 기술을 지녔다. 글로벌 시장에서 사용하는 모듈 및 플랫폼 방식을 활용한 전기차 기술을 자체 개발하며 해외 투자와 수주를 따냈지만, 규제로 인해 국내에서 사업을 펼치기 어려웠던 기업이다. 이에 국토부는 자동차정비업 시설·장비를 갖추는 대신 자동차 제작자로서 튜닝 작업 요건을 갖추고, 고전원 전기장치를 다룰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해당 기업에 특례를 허용했다.

정부는 개조전기차 사업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특구 사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국무총리 주재 제8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서 전라남도를 ‘개조전기차’ 특구로 지정했다. 해당 사업은 개조전기차 안전성을 실증해 관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2024년 해당 사업이 끝나면 노후 택배차 등을 시작으로 상용화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개조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평균 운영비용이 절반 이하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많은 소비자가 고려할 만한 옵션”이라며 “다만 기존 차량에 새 부품을 끼우는 방식인 만큼, 안전 규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기차 전용 차량에 비해 주행 성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으므로 관련 사업 활성화로 경쟁을 통한 품질 상승을 유도해야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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