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의 경제읽기] 지금 미국 금리는 높은 수준인가
최근 투자자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상당수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머지않아 기준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금의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이어서 실물경제를 둔화시키고, 재정 적자가 엄청난 정부의 부채 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미국 금융시장에서도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 연준이 금리 인하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전망은 현재 5%가 넘는 미국 기준금리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여기서 본질적인 질문이 시작된다.
5%가 넘는 기준금리는 높은 수준일까? ‘높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5.25~5.50%로 2001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과거보다 금리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높은 수준의 금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연준 내에서도 추가 긴축을 주장하는 ‘매파’와 어느 정도 긴축이 마무리 단계에 왔음을 강조하는 ‘비둘기파’로 나뉜다.
연준 매파 주장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높은 금리라는 것은 금융시장에 어느 정도 충격을 줄 수 있는 제약적(restrictive)인 금리로 정의할 수 있는데, 지금의 기준금리가 충분히 높은 수준이라면 경기를 빠르게 식혀버리고 연준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인플레이션도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기준금리가 5%를 넘는데도 미국 실업률은 여전히 반세기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4%를 넘어서며 연준의 목표치(2%)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의 기준금리가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물가를 안정시킬 정도로 충분히 제약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이 아닐 수 있기에 매파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비둘기파는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정점에 달했다고 주장한다. 비둘기파 주장의 핵심은 ‘시차’(time lag)다. 기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보면 금리 인상 직후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1년~1년6개월 정도 지난 뒤 금리 인상 충격이 다가오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했고, 6·7·9·11월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끌어올린 바 있다. 3%가 넘는 기준금리는 지난해 8~9월 이후 현실화됐기에 금리 인상 충격을 1년가량이 흐른 지금 판단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는 게 비둘기파의 주장이다. 시차를 두고 충격이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 과도한 긴축을 하는 우를 범하게 되고, 실물경제에 불필요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 내 매파와 비둘기파, 과연 어느 쪽 주장이 맞을까? 시간이 지나고, 실물경제 데이터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 그래서 연준도 향후 금리 인상은 매번 ‘라이브’(live)로 결정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7월 미국 실물경제는 여전히 탄탄한 흐름을 이어갔다. 물가 상승률도 쉽게 꺾이지 않았다. 이에 매파는 추가 금리 인상을 주장했고, 비둘기파는 시차를 고려해야 함을 강조하며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연준은 지난해 0.75%포인트씩 빠른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다 0.50%포인트로, 올해 3월부터는 0.25%포인트로 인상 폭을 낮췄다. 이후 0.125%포인트를 인상하기는 어렵기에 6월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7월에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것이다.
만약 향후 발표되는 경제성장률이나 물가 관련 지표가 상당 수준 둔화된다면 금리 인상은 현재 수준에서 멈출 것이다. 반면 강한 흐름을 이어간다면 연준은 추가 금리 인상을 고려할 것이다. 다만, 속도를 조절해야 하기에 9월보다는 11월 또는 12월에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 고려할 게 있다. 연준 내 매파는 추가 인상을, 비둘기파는 현 수준에서의 동결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빠른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금리 인하로 이어지려면 연준의 물가 목표치(2%) 수렴 가능성이 뚜렷해지고, 고용을 중심으로 한 경제성장세가 둔화되는 흐름이 확인돼야 한다.
연준 내 매파는 인상을, 비둘기파는 동결을, 시장 참여자들은 인하를 원하고 있다. 현재 금리 수준에 대한 각자의 평가가 다른 것인데, 결국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의 둔화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과거 대비 높다는 단순한 경험적 데이터에 근거해 섣부르게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향후 데이터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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