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뇌졸중이 올까? 피는 알고 있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뇌졸중(뇌중풍)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과음·흡연, 관상동맥질환, 심장부정맥, 비만 등이 주요 위험인자로 꼽힌다. 뇌졸중의 단계별 위험인자를 파악하는 '3단계' 검사와 뇌졸중 예방-치료-재활의 '3계단' 수칙을 알아본다.
1단계는 혈액 검사다. 피를 응고시키는 기능을 하는 혈소판수가 정상에 비해 너무 적으면 출혈성 경향이 있고, 지나치게 많으면 혈전 형성이 잘 일어난다. 적혈구 수도 고려 대상으로, 많으면 끈적끈적한 점도가 증가해 피 흐름의 속도가 느려져 혈전이나 경색(막힘)이 생기는데 영향을 준다.
피가 나왔을 때 자연스럽게 굳는 혈액 응고 시간(정상 6~10분)이 너무 짧아도 혈전을 초래할 수 있다. 적혈구에 들어있고 산소 운반 기능을 하는 혈색소(헤모글로빈)의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많으면 피의 점도가 높아져 혈전이 생기기 쉽다. 낮으면 빈혈 증상이 올 수 있고, 높으면 얼굴이나 손바닥 등이 붉어진다.
50세 이상, '경동맥 초음파' 필요
호모시스테인 수치도 뇌졸중에 영향을 미친다. 호모시스테인은 단백질의 대사 과정에서 나오는 독성 아미노산으로, 몸 안에 과도하게 축적되면 혈관 벽을 손상시켜 동맥경화, 치매,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기 쉽다. 고지혈증, 즉 혈중 콜레스테롤(고콜레스테롤혈증)과 중성지방(이상지질혈증)도 판단의 근거다. 몸에 좋은 HDL-콜레스테롤이 낮거나, 몸에 나쁜 LDL-콜레스테롤이 높은 것이 문제다.
2단계는 경동맥 초음파 검사다. 혈액검사에서 위험 요인이 많으면 경동맥(목 혈관) 초음파나 경동맥 CT, 뇌 CT 등 정밀검사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경동맥은 뇌로 가는 혈액의 80%가 통과하는 중요한 혈관이다. 초음파 영상을 보면 뇌로 흐르는 혈류를 감소시키는 부분적 동맥폐색이나 동맥협착 등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있는 50세 이상의 성인은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3단계는 뇌 CT와 뇌 MRI 검사다. 뇌질환이 의심되거나 65세 이상의 고령, 뇌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흡연, 당뇨, 고혈압 등 뇌졸중의 위험요인이 있다면 1~2년에 한번 정도 뇌 MRI(형태 검사)와 MRA(혈류 검사), 혹은 뇌 CT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뇌 조직과 뇌 혈관의 이상 유무를 영상으로 검사하는 것이다.
음식은 싱겁게, 찬바람 조심해야
다음은 뇌졸중 예방, 치료, 재활의 3계단 수칙이다. 1단계는 평소 위험인자 관리를 통한 예방이다. 찬바람에 말초신경이 노출되지 않도록 보온에 신경을 쓰고, 짜고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몸에 무리가 안 가면서 오랜시간 지속할 수 있는 걷기 등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근육량을 유지할 수 있게 근력운동을 곁들이는 것이 좋다. 수시로 혈압을 측정하고 당뇨환자는 혈당 조절과 함께 고혈압 조절을 철저히 한다. 고지혈증이 있으면 관상동맥질환 등 다른 질환도 점검한다. 비만이면 복부 둘레나 체중을 표준에 가깝게 조절한다. 흡연자는 금연하고, 음주는 하루 1~2잔 이하로 줄인다
2단계는 뇌졸중 발병 시 초기 대처법을 숙지하는 것이다. 뇌졸중은 여러 가지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 한쪽의 팔과 다리가 저리거나 마비가 오고 힘이 빠진다, 입술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밥알이나 침을 흘리기도 한다, 갑자기 시야가 흐릿해지거나 눈이 안 보인다, 하나의 물건이 두 개로 겹쳐 보이기도 한다, 말이 어눌해져 상대방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 어지럽고 갑자기 머리가 심하게 아프면서 토한다, 평소와 달리 걷기가 불편하다 등이다.
증상 발생 시 빨리 119에 연락
증상이 경미하게 10~20분 지속되다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골든타임'이라고 불리는 3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해 응급조치를 해야 후유증의 부담이 줄어든다. 평소에 골든타임 안에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잘 파악해 둬야 한다. 자가 응급조치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빨리 119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 병원으로 향한다.
3단계는 치료 후 재발방지를 위한 재활이다. 뇌졸중의 특징은 후유증과 합병증뿐만 아니라 재발의 위험성이 높다는 점이다. 발병했던 사람 4명 중 1명이 5년 내에 재발하며 발병 후 첫 30일이 고비다. 뇌졸중이 재발하면 처음보다 후유증이 더욱 심하게 남을 수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꾸준한 약물 치료와 식단조절, 정기적인 검진, 뇌기능 향상을 위한 노력 등이 필요하다.
이요세 기자 (yos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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