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죽음을 애도해 온 인류[책과 삶]
아는 동물의 죽음
E B 바텔스 지음·김아림 옮김
위즈덤하우스 | 296쪽 | 1만8000원
최근 롯데백화점을 비롯한 국내 여러 기업이 ‘반려동물 장례휴가’를 도입해 화제가 됐다. 키우던 동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 직원에게는 하루의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반려동물을 직원의 가족으로 인정하는 이 같은 움직임은 많은 사람에게 환영받았다. 하지만 차가운 시선도 여전하다. 관련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는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댓글이 달린다.
이런 댓글의 작성자들은 반려동물을 귀하게 여기는 풍조를 전통적 가치관의 해체나 가족 붕괴 결과로 읽는 듯하다. 과연 그럴까? <아는 동물의 죽음>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키우던 고양이가 죽으면 애도의 의미로 온 가족이 눈썹을 밀었다. 털이 자라면 밀고 자라면 밀고를 반복해 3개월간 눈썹이 없는 채 살았다. 때로는 죽은 동물을 미라로 만들었다. 영혼에는 몸이라는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쓴 논픽션 작가 E B 바텔스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동물 집사들의 마음을 ‘박탈당한 슬픔’이라고 말한다. 슬퍼할 권리를 박탈당한다는 것은 ‘제대로 애도할 방법’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평생 동물과 함께해온 저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죽은 동물 친구들을 기리고 그들의 생명을 애도하는 최선의 방법을 알려줄 백과사전과 안내서”가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
책은 기원전 300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반려동물의 죽음을 받아들여온 방식을 살펴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슬픔에서 빠져나올 지름길 같은 건 없다. 대신 저자와 함께 ‘인간은 왜 기꺼이 동물과 만나고 이별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은 ‘펫로스’로 허우적대거나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애써 외면 중인 사람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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