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파괴의 결과물 ‘도시’, 그 잿빛서 발견한 ‘새로운 생태계’[책과 삶]
어반 정글
벤 윌슨 지음·박선령 옮김
매일경제신문사 | 384쪽 | 2만4000원
회색 건물이 가득한 도시의 풍경은 ‘망가진 자연 환경’의 표상이다. 인간은 산을 깎고 습지를 메운 자리에 아스팔트를 부어 도시를 건설했다. 무분별한 도시화는 실제 많은 것을 파괴했다. 토착 동식물들은 밀려나거나 멸종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도시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도시에 정말 희망은 없는 걸까?
<어반 정글>은 방대한 사례를 통해 도시가 갖고 있는 ‘초록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 벤 윌슨에 따르면 뉴욕에는 요세미티 국립공원보다 더 많은 생물종이 살고 있다. 로스엔젤레스의 자연 지역에서는 4종의 나무가 발견된 반면, 주택가에서는 564종의 나무가 관찰됐다. 동물학자인 제니퍼 오웬이 1971년부터 자신의 741㎡(224평)짜리 뒷마당에서 30년간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영국에 서식하는 모든 종 중 약 9%가 그의 뒷마당에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저자는 여러 원인을 짚어낸다. 환경적으로는 더 야생 상태에 가깝지만 단일한 작물만 재배하는 시골의 농경지와 달리, 도시의 정원에는 주인의 취향과 유행에 따라 다양한 식물이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토착종과 외래종이 섞이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하이브리드’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인간이 가꾼 정원뿐만이 아니다. 지저분하다고 무시받고 버려졌던 도시 변두리의 땅에서도 생물 다양성이 더 증가했다. 영국 에식스주에 있는 버려진 정유 공장 부지는 희귀한 식물과 곤충이 풍분해 ‘열대 우림’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저자는 모두에게 ‘솔직해지자’고 제안한다. 도시는 인간이 의도치 않게 만들어낸 새로운 생태계이며, 좋은 싫든 그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할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심화되는 기후위기에 죄책감을 느끼는 도시인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기적은 우리 문 앞에서 일어난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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