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정책 바꾸는 시빅 데이터의 힘[책과 삶]
우리에게는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
김재연 지음
세종 | 372쪽 | 2만2000원
경제적으로 어려운 젊은 부부가 정부 웹사이트에서 육아복지 지원을 신청했다. 정부 사이트가 이들에게 주택복지 정책을 같이 지원하라고 추천하는 일은 없다. 어느 사이트에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님’을 위한 추천은 정부 사이트에선 찾아볼 수 없다.
<우리에게는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낯선 ‘시빅 데이터(civic data)’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시민을 위한 데이터라는 의미다. 정부가 시민과 함께 시민을 위해 데이터를 쓰기 위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내용을 정리했다. 저자는 미국의 대표적인 시빅 테크 단체인 ‘코드 포 아메리카’ 소속 데이터 과학자이자 존스홉킨스대 SNF 아고라 연구소 김재연 연구위원이다.
책은 미국 저소득층이 식품 할인권(푸드 스탬프)을 받기 위해 평균 1시간 넘게 걸려 서류를 작성해야 했던 절차를 온라인상에서 10분이면 끝낼 수 있도록 단축한 일 등 미국과 한국의 공공 정책 영역에서 기술과 데이터가 적용된 사례들을 소개한다. 실리콘밸리 수많은 테크기업들의 공통 관심사는 불편함을 0으로 만드는 것이듯이 정부 서비스의 핵심도 쉽고 간단해야 한다는 논리다. 저자는 공문서의 난해함을 해결할 방법, 정부가 필요한 데이터를 잘 모을 방법 등을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했다. ‘4차 산업혁명’을 가장 많이 외치는 한국 정부가 고민해야 할 지점들도 조목조목 짚었다.
저자는 “더 많은 데이터가 더 나은 정책을 만들지는 않는다”며 “왜곡된 데이터는 정책을 통해 차별을 낳고 이 차별은 세대를 잇는 견고한 불평등을 만든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접근하기 쉬운 정부일수록 차별은 줄이고, 기회는 늘린다”고 강조한다. 데이터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 공공영역에서 데이터는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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