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차기 회장에 양종희 KB부회장..."은행·비은행 겸비한 전문가"

김도엽 기자 2023. 9. 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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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를 이끌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이 선정됐다. 내부 출신이면서 국민은행장을 역임하지 않은 첫 회장 후보다. 양 부회장은 KB금융 내 비은행을 대표하는 인물로, KB금융의 비은행 수익 강화를 위한 적임자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회의를 개최하고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달 29일 회추위에서 회장 최종 후보자군(Short List)로 선정된 김병호, 양종희, 허인 후보자(성명 가나다순)가 참여했으며,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고 투표를 통해 양종희 부회장을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KB금융의 비은행권을 키워낸 핵심인물…KB손보 대표만 3연임
양 후보자는 회추위 운영 이전부터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다. KB금융의 비은행권을 키워낸 핵심인물로, KB금융이 리딩금융 자리를 꿰차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KB금융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조9967억원으로, 전년(2조6705억원) 대비 12.2% 증가하면서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최상단에 자리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 순이익은 2조6824억원에서 2조6262억원으로 2.1% 감소했다. 보험사 실적이 KB와 신한의 성적표를 갈랐다. KB손해보험은 525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신한EZ손해보험은 1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양 후보자는 2014년 KB금융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했다. 다음해 전무 자리를 건너뛰고 부사장으로 고속승진했고, LIG손해보험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이후 양 후보자는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3연임하며 2020년 12월까지 KB손해보험을 이끌었다.

KB손보는 KB금융에 편입된 뒤 2017년까지 꾸준히 순이익이 증가했다. KB손보 순이익은 2018년 2620억원에서 지난해 5577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양 후보자가 KB금융 인사로는 처음으로 KB손보(옛 LIG손해보험) 대표이사를 맡으며 기반을 착실히 다졌기 때문에 가능한 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회추위도 양 후보자의 비은행 부문 경력을 높이 샀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지주·은행·계열사의 주요 경영진으로 재직하면서 쌓은 은행과 비은행 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을 겸비한 후보"라며 "KB손해보험 사장 및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보여준 성과와 경영능력은 그룹의 리더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KB내부인사로는 최초로 비은행장 출신 KB금융그룹 회장…윤 회장 지근거리서 일하며 은행 전략에 개입
그는 주로 비은행 부문에서의 활약에 기반해 초고속 승진을 이뤘다. 이번에 양 후보자가 회장 후보자로 최종 선출되면서 KB금융은 최초로 내부 출신이면서 국민은행장을 역임하지 않은 회장을 맞이하게 됐다. KB금융은 전통적으로 은행장 출신이 회장에 올랐다. 윤종규 현 KB금융 회장도 은행장을 역임했다. 그룹 내 비중이 높은 은행이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국내 금융사 전반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양 후보자는 윤 회장과 오랜기간 합을 맞춘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KB국민은행 서초역지점장을 거쳐 2010년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 윤 회장의 지근거리에서 일했다. 당시 윤 회장은 KB금융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KB금융의 계열사 사장은 통상 한번 가량 연임하는데, 양 후보자가 세 차례나 연임한 것도 윤 회장이 양 후보자가 보여준 성과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양 부회장은 20년 넘게 은행 일선에서 지점장 등으로 근무했으며, 지주로 자리를 옮기면서도 은행의 전략 수립에도 적극 개입했다"며 "윤 회장과 가장 오래 발맞추면서 은행을 포함한 그룹 전체의 비전과 전략에 가장 이해가 넓은 인물이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리더십 갖췄으나, 직원들에게는 소탈하고 권위적인 태도 보이지 않아
양 후보자는 KB금융 재무 부사장을 역임하는 등 소위 '재무통'으로 불리지만, 적극적인 리더십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전혀 다른 DNA를 가진 LIG손보과 KB금융의 결합을 이끌어내는 데 양 후보자의 리더십이 적중한 것으로 알려진다. 양 후보자는 2016년 KB손보 사장 취임사에서 "실천 중심의 솔선수범 리더십을 바탕으로 KB손보가 보험업계를 리딩하는 일류 보험사로 도약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리더십을 강조하면서도 직원들과의 소통에서는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KB손보 사장으로 있으면서 대등합병이 아닌 인수합병이었던 LIG손보 직원들의 불만을 직접 달래기 위해 현장 소통도 강화했다. 실제 현장 직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본사 직원 전화응대 모니터링' 제도를 도입했다. 본사 직원들이 현장 직원의 문제점을 해결해주고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라는 의도다.

제도를 도입하면서 양 후보자는 "영업점 직원이 모셔야 하는 게 고객이듯이, 본사 직원이 서포트해야 하는 대상은 영업점 직원들이다"며 "본사 직원들이 영업점 직원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문의에 친절하고 성실하게 답변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계열사 직원은 "소탈하고 권위적인 태도가 전혀 없는 분으로 잘 알려져있다"며 "양 부회장이 LIG손보 직원들에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스킨십을 통해 조직의 융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편 양 후보자는 관계 법령 등에서 정한 임원 자격요건 심사를 거쳐 오는 12일 이사회에 회장 후보자로 추천되며, 11월 20일 개최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임기 3년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양 후보는 "기회를 주신 회추위에 감사드리고 아직은 후보자 신분이지만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며 "KB금융이 시장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금융산업의 스탠다드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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