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빙빙 돌면 귀추주목 ‘돌’을 의심하라

김태훈 기자 2023. 9. 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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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의 날’…이석증 원인과 치료
미세 탄소칼슘 알갱이 ‘귓속의 돌’
제자리 벗어나 반고리관으로 이동
평형감각 무뎌지고 어지럼증 동반
전은주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환자의 귀를 검사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 제공

9일은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정한 ‘귀의 날’이다. 귀 건강에 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귀 모양과 비슷한 숫자 9가 두 번 겹치는 날로 정했다.

귀의 대표적인 역할은 소리를 듣는 것이다. 청력에 이상이 생기면 음성언어 소통이 어려워져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소리를 듣는 일 외에 몸의 균형을 잡는 평형감각 또한 담당한다. 귀 건강이 악화하면 나타나는 어지럼증 역시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수 있다.

이석증은 모든 어지럼증의 원인 질환 중 30~4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병이다. 귀 안쪽 평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 중 하나인 이석기관에서 이석이 제자리를 이탈해 또 다른 전정기관인 반고리관에 들어갈 때 발생한다. ‘귓속의 돌’이라는 뜻인 이석은 사실 미세한 탄산칼슘 알갱이다. 이석이 어떤 이유로 내림프액이라는 액체로 채워져 있는 반고리관에 들어가면 문제가 생긴다. 머리를 움직일 때 반고리관 안에서 내림프액의 비정상적인 흐름을 유발해 평형감각을 자극한다. 머리를 움직일 때뿐만 아니라 가만히 있을 때도 천장이나 주위가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이석증이 발생하는 귓속 전정기관의 구조.

전은주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석증은 머리의 위치 변화로 발생하는 갑작스럽고 짧게 반복되는 회전성 어지럼증이다”라며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즉시 진단할 수 있고 진단만 정확히 되면 물리치료로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만큼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석증의 어지럼 증상은 앉아 있다가 누울 때나 누워서 좌우로 돌아누울 때 가장 흔히 나타난다. 주변이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럼증을 느끼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으며 보통 1분 이내에 멈춘다. 그러나 머리를 움직이거나 자세를 바꾸면 또다시 같은 증세가 반복되므로 심하면 환자들이 구역, 구토, 안구의 비정상적 움직임(안진), 식은땀을 호소하기도 한다. 난청과 이명, 통증 등 귀와 관련된 다른 증상은 동반하지 않는다.

2018년 100만명 돌파 후 매년 증가
40대 이상, 남성보다 여성이 많아
위치별 12개 유형, 적극 치료 필요

통상 이석증이라고 하는데 정식 의학 명칭은 ‘양성돌발체위변환현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이 질환을 포함해 어지럼증과 평형감각 이상 등 전정기능 장애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지난해 114만9215명에 달했다. 2018년 102만8058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한 이래 4년 새 11.8% 늘었다. 전 교수는 “이석증은 주로 40대 이상 중·노년층에서 발병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내이의 허혈로 이석이 불완전하게 형성되기 쉽고 이석기관 퇴행에 따라 유동성 석회화 물질이 쉽게 생길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의 발병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석증은 가만 놔두면 수 주에서 수개월 후 저절로 없어지지만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훨씬 더 빨리 좋아질 수 있다. 진단을 위해선 해당 증상이 언제 어떤 자세나 상황에서 나타났는지를 파악한 뒤 실제 이학적 검사를 실시한다. 회전성 어지럼증이 갑자기 발생한 적이 있거나 머리 움직임에 따라 증세가 더 심해졌다면 다른 원인의 어지럼증이 아닌 이석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학적 검사를 통해서는 머리와 몸을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환자의 안구가 의지와 상관없이 일정 방향으로 반복해서 움직이며 떨림과 흔들림 등을 보이는지 확인한다.

이석증은 비교적 단순해 보이는 질환이지만 세부적으로는 여러 유형으로 나뉜다. 크게는 반고리관 결석증과 팽대부릉형 결석증으로 분류되고, 양쪽 귀에 있는 3개 반고리관 각각으로 발생 위치를 구별하면 이것만으로 12가지 유형이 나온다. 여기에 2개 이상 반고리관에서 동시에 이석증이 생기는 다발성 이석증 등 기타 유형까지 파악해야 빠른 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 전 교수는 “이석증에 대한 세부 지식을 숙지하고 안진 양상을 면밀히 관찰·분석해야 병변이 온 곳을 찾아낼 수 있고 치료 정확도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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