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공해가 된 현수막 정치
"오랑캐 무찌르고 38선 돌파"
"이것이 민족적 민주주의더냐?"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6·25전쟁 38선 돌파, 4·19민주혁명과 5·18민주화운동, 그리고 6·10 민주항쟁.
역사의 주요 변곡점을 생생히 기록한 영상 속엔 현수막이 빠짐없이 등장합니다.
집회나 시위에서 제기되는 주장은 물론 행사 성격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고, 때론 울림 있는 호소로 감동을 주기도 하죠.
하지만 이랬던 현수막이 이젠 일상에 불편을 주는 수준을 넘어 환경 재앙이 돼버렸습니다.
각 정당이 한번 쓰고 버리는 선거 관련 현수막 이야기입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폐현수막 발생량은 무려 천418톤. 이 가운데 재활용된 건 4개 중 하나꼴, 24.3%에 불과합니다. 그럼 나머지는 어떻게 됐을까요.
문제는 앞으로 현수막 공해가 더 심해질 거라는 겁니다.
지난달 24일,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현수막 설치 금지 기간이 선거일 전 180일에서 120일로 단축됐거든요.
보는 국민 입장에서는 60일이나 더 정치 현수막에 더 시달려야 하는 겁니다.
국회에는 현수막 공해를 막기 위한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10여 개 발의돼 있지만, 상임위 소위에 회부된 뒤 논의는 시작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되레 자기들이 거는 현수막 일수를 늘리고 있으니 국민이 원하는 바와 거꾸로 가는 거 맞죠?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정당 현수막에 자전거를 타고 가던 시민이 다치고 현수막 줄에 걸려 넘어지고 심지어 교통신호를 가려 아찔한 순간을 맞는 게 비일비재하다고 그렇게 보도가 됐는데도 말입니다.
버려진 천막이나 차량 안전벨트를 재활용해 단 하나뿐인, 나만의 가방을 만들어 파는 스위스 업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
버려지는 의류가 환경을 해친다며 '제발 우리 옷 사지 말고 수선해 입으라'는 미국 아웃도어 기업 파타고니아.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데, 우리 국회는 동네방네 자기 자랑에 남 비방이 목적인 현수막을 내거는 데 진심이죠.
그것도 제 돈 아닌 국민 혈세로 말입니다.
국민을 위해 일하게 뽑아달라면서요.
우선 국민이 보기 싫고, 심지어 국민이 다친다는 자기들 현수막부터 줄여주시는 건 어떨까요.
지켜준다면서 다치게 하는 사람을 그 누가 믿을 수 있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공해가 된 현수막 정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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