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푸틴, 무엇을 주고 받을까

황정호 2023. 9. 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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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릴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평양과 모스크바로 향했습니다. 미국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직접 나서 북러 간 무기거래 논의를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게 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오는 10~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을 계기로 북러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양국간 어떤 논의가 오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김정은-푸틴 '두 번째 만남' 성사될까?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현지시간 지난 4일 미 정부 당국자 등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뒤, 미 행정부는 이 같은 보도 내용을 신속하게 확인해 줬습니다.

정상회담은 외교 관계나 경호 등에 있어 매우 민감한 사안인 만큼 미 당국자들이 북러 정상회담 정보를 사전에 공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북러 간 군사협력의 조짐이 속속 포착되는 가운데, 양국의 군사협력을 견제하고, 특히 무기 거래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성훈 한국외대 노어과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나 푸틴 대통령이 나라 밖으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백악관을 긴장하게 한 모양새"라며 "양국에서 이렇게 됐으니 진짜 협력해보자며 '정면 돌파'식으로 만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정상회담은 하되 무기 거래를 전면으로 다루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사전에 정보를 공개하고 경고하면서 회담 성사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은 "(북러정상회담을 할 경우) 북한 입장에서는 유럽에서 러시아와 북한은 동일 선상에 놓게 되고, 북한에 대한 제재가 확대될텐데 그런 자충수를 둘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2019년 이후 4년여만,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은 2번째입니다. 2019년 당시 김 위원장은 열차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났는데, 이번 회담은 어떻게 진행될지, 일정과 방식을 놓고 여러 예측이 분분한 상황압니다.

■ 북러 무기거래에 '촉각'… 정상 회담에서 뭘 주고 뭘 받을까

지난 7월 북한의 정전협정일, 이른바 '전승절'을 계기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함께 '무장장비전시회'를 관람하면서 양국 간 무기 거래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포탄 등 재래식 무기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와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북한은 지난 5월부터 군사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2차례 쏘아 올렸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다음 달 3차 발사를 예고하고 있는데, 기술적 한계가 뚜렷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군사정찰위성을 비롯해 북한이 개발 중인 무기들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첨단 기술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러시아가 북한의 포탄 등을 받고, 북한은 러시아의 기술을 이전받으려 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옵니다. 더불어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식량과 물자 등을 원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하지만 군사 기술의 경우 북한이 원한다고 해서 러시아가 이전해 줄 리 없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기술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구 소련 시절 동맹국이라도 첨단 기술은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 때문에 수출이 막혀 있는 식량이나 에너지, 비료 등을 제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겁니다.

특히 국제사회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는 상황에서 양국이 무기 거래 등 군사 협력을 전면에 내세우기는 어려울 거라고 보는 전망도 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러시아가 군사기술 대신 다른 걸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며 "양국 간 경제 협력을 전면에 내세워 식량이나 에너지, 광물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제성훈 교수는 "현재 러시아가 겪는 극심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북한 노동자 파견이 이뤄질 수 있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선명해진 대결 구도…"외교적 자율성 확보 중요"

북한은 오늘(8일) 수중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첫 전술핵 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을 건조했다고 밝혔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본인이 발표한 '무기체계 5개년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하는데 기술 발전이 큰 과제"라며 "이런 부분에서 러시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략적 동맹 관계를 맺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한미일 정상이 만나 진행한 '캠프 데이비드 합의'의 핵심은 3국의 군사 훈련이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선명해지는 상황"이라며 " 한미일 안보 협력 수준이 이전과는 다르게 밀도 있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북한이나 러시아 입장에서도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철저한 대북제재 기조를 이어가되 중국 등 주변국을 계속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박 교수는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북러와) 틈이 생긴 중국과의 협력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남 교수는 "우리 정부의 비난만으로는 북한과 러시아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우리는 미국 등과 함께 기존의 대북 제재를 지속하고, 만약 북러간 무기 교환으로 군사적 위협이 높아질 경우 '캠프 데이비드'의 대응이나 전략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 교수는 "한미일 협력 강화는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북한·러시아·중국을 적대시하면 우리의 외교적 자율성은 좁아지고 주변 지정학적 경쟁 구도에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며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실리를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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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호 기자 (yellowcar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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