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POINT] '5경기 4골' 클린스만이 추구하는 '공격 축구'란 무엇인가?
[인터풋볼] 이종관 기자 =
클린스만호가 이번에도 첫 승 사냥에 실패했다. 어느덧 5경기 째다. 이번 경기 무승부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역대 외국인 감독 중 '최장기간 무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잦은 해외 출장', 'K리그에 대한 무관심' 등 많은 외부적인 논란과 함께 묻혀 있었던 경기력 문제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웨일스전에서는 클린스만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는 온데간데 볼 수 없었다. 또한 유럽 각지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선수들 역시 무색무취가 되어있었다. '축구는 감독 놀음'이라는 말이 여실히 드러났던 한 판이었다.
단순히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클린스만 감독 본인이 추구하는 축구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한 색채를 드러냈던 전임자 파울루 벤투 감독과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축구 철학을 확실하게 밝혔다. 1-0 승리보다는 4-3 승리를 추구하는 '공격 축구'를 한국에 접목하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클린스만 감독은 콜롬비아와의 데뷔전에선 강력한 전방 압박과 빠른 공격 전개로 시원시원한 축구를 선보이기도 했었다. 비록 일각에선 벤투 감독의 색채가 아직 남아있었기에 그런 축구가 가능했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클린스만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하지만 점차 그 색깔마저 희미해지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추구하던 축구는 이번 웨일스전에서도 명확히 볼 수 없었다. 직전 번리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절정의 경기력을 보여준 손흥민은 침묵했다. 또한 시즌 초 각 팀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재성, 홍현석, 조규성의 영향력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후 답답한 공격력을 해소하기 위해 투입된 황희찬, 황의조, 양현준 역시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날 경기 한국의 슈팅 숫자는 4개, 그중 유효슈팅은 1개에 불과했다.
이전 경기들과는 달리 체계적인 압박 또한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공격과 미드필더 라인은 상대방의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약속된 압박 체계 없이 따로 움직이는 듯 보였다. 이로 인해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인 4-4-2 포메이션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되려 공수 간격이 벌어지며 몇 차례 기회들을 허용하기도 했다.
전술적 유연성에서도 아쉬움을 드러낸 클린스만 감독이었다. 이날 경기 웨일스는 압박 시 4명의 미드필더와 1명의 공격수를 전방에 배치하며 한국의 후방 빌드업을 방해했다. 이러한 이유로 사실상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동했던 박용우는 중원에서 큰 부담을 느꼈고 3선 지역에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원활하게 소화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비록 '프리롤' 역할을 소화했던 손흥민이나, 황인범이 낮은 지역까지 내려와 후방 빌드업을 돕는 모습이 몇 차례 있었으나 중원에서의 숫자 부족으로 인해 단조로운 빌드업 형태가 나온 것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린스만 감독은 별다른 전술 변화 없이 답답한 경기력을 지속했다.
'5경기 4골' 공격 축구를 지향한다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초라한 득점력이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단단해져야 하는 팀이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점은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유럽파 점검을 명목으로 해외에 상주하던 클린스만 감독은 명단 발표 기자회견까지 취소했지만 오히려 행보에 의문만 남기고 있다.
첫 승 사냥에 실패한 대표팀은 13일 뉴캐슬로 이동해 두 번째 유럽 원정 평가전을 갖는다. 상대는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의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잡아낸 사우디아라비아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다. 다른 외부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경기장에서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4년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경험했던 굴욕을 다시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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