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선생님’... 대전 사망 여교사 신체조직 기증하고 떠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것으로 알려진 대전의 한 40대 초등학교 여교사의 유족들이 화상 환자들을 위해 고인의 신체 조직을 기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숨진 40대 여교사 A씨의 유족은 지난 7일 오후 6시쯤 A씨의 사망선고를 받은 뒤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신체 조직(피부) 기증을 결정했다. 기증된 A씨의 신체 조직은 향후 긴급 피부 이식 수술이 필요한 화상 환자 등 100여 명에게 전달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A씨의 유족은 평소 A씨의 신념을 지키고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시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지난 5일 오후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이틀 후인 7일 오후 6시쯤 결국 숨졌다.
이날 대전지역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마지막까지 선생님이셨습니다. 어려운 결정해 주신 유가족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올린다고 밝힌 게시자는 “선생님께서 영면 직후 화상 환자분께 피부를 기증하고 가셨다”면서 “유가족께서는 장기 기증도 검토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고 밝혔다. 신체 조직과 안구를 제외한 장기기증은 통상 뇌사 상태 환자가 사망 선고를 받기 전에 가능하다고 한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대전 시민들은 “마음이 너무 아프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안타깝게 숨진 교사를 추모했다.
교사노조에 따르면 올해로 24년차 교사인 A씨는 지난 2019년 유성구의 다른 초등학교에서 근무할 당시 아동학대 시비에 휘말렸다. A씨는 2019년 11월 친구 얼굴을 때린 학생을 교장실로 보냈는데, 해당 학생 부모가 학교로 찾아와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며 A씨에게 수차례 사과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어 같은 해 12월 이를 문제 삼아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A씨의 아동학대 혐의는 관계기관의 1년여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이후 우울 증세를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경찰 조사에서 “최근 서울 서이초 교사 등의 사망 사건을 접하면서 많이 힘들어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서이초 사건이 마지막 비극이길 바랐는데 이같은 일이 또 일어나 참담하다”며 “대전시교육청은 숨진 선생님의 사망 원인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교사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에 힘들어 했다’는 유족 진술이 있어 이 부분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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