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정신 해치는 옷 입지 말라” 中 법률 개정안에 비판 봇물
중국 정부가 최근 “중화 민족의 정신을 훼손하는 의상을 입으면 처벌하겠다”는 법률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난 7일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중화 민족 정신’이라는 모호한 잣대로 사법 당국의 무분별한 체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7월 개정 반(反)간첩법을 시행한 중국이 이번에는 ‘복장 점검’ 개정안을 마련하자, 권위주의 행보를 강화해온 시진핑 주석이 독재 체제에 방해되는 이들을 처벌하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판 국가보안법으로 불리는 반간첩법은 ‘국가 안보·이익과 관련된 자료 제공’ ‘간첩 조직에 의지[投靠]하는 행위’ 등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해 모호한 법 집행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치안관리처벌법’ 개정안 초안엔 ‘공공장소에서 중화 민족의 정신을 훼손하고 감정을 해치는 의상·표지를 착용하거나, 착용을 강요하는 행위’ ‘중화 민족의 정신을 훼손하고 감정을 해치는 물품이나 글을 제작해 전파·유포하는 행위’ 등에 대해 최대 15일 구류시키고 5000위안(약 91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했다. 2005년 제정된 치안관리처벌법은 성매매·폭행·재물손괴 등 범죄 처벌을 다룬 법률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모두 적용된다. 법 개정안은 입법 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의결을 거쳐 시행된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웹사이트엔 3만9000여 건의 시민들 의견이 올라왔다. 주로 ‘중화 민족 정신을 훼손하고 감정을 해치는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없다는 이유다. 한 네티즌은 “양복에 넥타이를 매도 문제가 되는가”라며 “서방에서 시작한 ‘마르크스주의’도 중화 민족 감정을 해치는가”라고 적었다. 개정안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기모노 등 일본식 복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2월 윈난성 다리시에서 한 중국인 여성이 기모노를 입고 관광지에 입장하려다 경비원으로부터 제지받는 일이 있었다. ‘왕우시’라는 필명의 한 평론가는 “기모노를 입으면 중화 민족의 감정을 해치는 것이고 일본의 음식을 먹으면 중화 민족의 정신을 위험에 빠트리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대만 대륙위원회 잔즈훙 대변인도 “가장 무서운 것은 모호한 개념이다. 앞으로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양안(중국과 대만) 왕래 및 세계 각국에서 중국을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가장 큰 어려움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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