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 대위! 문화재 지킴이 명받았습니다"

문원빈 기자 2023. 9. 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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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동행한 라이엇게임즈 문화재 보존 사업 체험기

"외국계 게임사가 왜 이렇게 문화재에 진심이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라이엇게임즈는 가장 현대적이면서 재밌는 놀이 문화를 만드는 것을 슬로건으로 삼고 있다. 문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 문화를 지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라이엇게임즈가 왜 문화재 보존 사업에 열중하는지를 설명한 구기향 라이엇게임즈코리아 PR 총괄의 메시지다.

라이엇게임즈는 문화재 보존에 진심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보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또한 2012년부터 한국 문화재를 지키고 그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중이다. 

그 중 하나가 게이머 대상 역사 교육 프로그램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소환사문화재지킴이'라는 이름으로 4대 고궁을 비롯한 한양도성 등 문화 유적지를 거점으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 정도 중단했다가 올해 3월 개편 후 재개했다.

과연 어떤 프로그램인지 궁금해 기자도 직접 체험해 봤다. 먼저 소환사문화재지킴이에서 왜 티모를 내세웠는지 물었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 관계자는 "티모는 LoL 대표 챔피언이면서 정찰대원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 콘셉트가 문화재 원정대와 잘 어울려 선택했다"고 답했다.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는 '서촌 골목길 이야기'와 '한양도성 이야기'로 구분된다. 기자는 서촌 골목길 이야기에 참여했다. 보통 서울 속 문화재를 떠올리면 경복궁, 창경궁, 숭례문, 남한산성 등 대형 문화재를 떠올린다. 하지만 도심 속 곳곳에서는 "이게 문화재야"라고 놀랄 정도로 많은 우리 유산이 포진하고 있다.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는 역사 속에서 꽤나 의미 있는 장소, 건물, 조형물인데 눈에 너무 익숙해 놓치고 있었던 문화재들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다.

- 이상의 집
- 라이엇게임즈의 문화재 보존 노력을 엿볼 수 있다
- 한옥들이 나열된 골목
- 깨진 유리병을 위에 올려둔 담벼락
- 이상범 가옥
- 가이드들의 설명은 정말 알차고 친절했다
- 내부도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다
- 곳곳에서 문화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표시를 볼 수 있다

서촌 탐방은 가이드 2명을 필두로 5~6명 참가자가 1조를 이뤄 움직인다. 많은 인파가 왕래하는 좁은 길이라 안전을 위해 소수로 조를 꾸린다. 시작은 서울 지하철 경복궁역 3번 출구다. 설명을 듣기 위한 수신기를 받은 후 문화재들을 감상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기자는 취재를 위해 축약 버전으로 체험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건물들이 남아있는 보안여관 등은 위치만 확인하고 곧장 시인 '이상'의 집으로 찾아갔다. 가이드가 이상의 집이라고 말하기 전까진 전혀 눈치챌 수 없었다.

주변 건물들도 대부분 한옥이라 복고풍 카페로 착각하기 쉽다. 저택 옆에 '이 공간은 문화재지킴이 기업 라이엇게임즈와 함께 합니다'라는 문구를 보자 확실하게 실감했다. 아쉽게도 8일은 휴무라서 내부까진 돌아볼 수 없었다.

골목길에는 담벼락 위에 깨진 유리병을 올려 안전을 지키는 등 옛 전통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옥이 줄을 이었다. 조금만 옆으로 걸어도 대형 빌딩들이 즐비한 도심 속에 이런 마을이 있다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이상의 집 다음 찾은 곳은 한국 유명 화가 '이상범' 가옥이다.

다른 건물들과 다르게 보존 상태가 좋았다. 내부에서 이 화백이 어떻게 작업했는지도 알 수 있도록 물건들이 배치돼 있다. 가끔 아파트가 아닌 한옥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넓지도 그렇다고 좁지도 않은 이 화백의 가옥이 아늑하면서도 평온한 느낌을 주니까 그 생각이 더욱더 강해졌다.

- 좁은 골목은 계속 된다
- 통인시장 내부로는 들어가지 않는다
- 평범한 거리인데 중요 문화재 터인 곳이 많다
- 벽수산장기둥

통인 시장을 넘어 박노수 미술관으로 향했다. 시간상 전시관은 관람하지 못했다. 외관이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게임 하우징 외관으로 사용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거창하게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다. 작은 공간에 평화가 느껴지는 따뜻한 공간이었다.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가면 서촌의 풍경을 한 눈에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길을 걷다가 아스팔트 위로 뜬금없이 솟아오른 특이한 조형물이 눈을 사로잡았다. 벽수산장기둥이다. 한국전쟁 당시 조선인민공화국 청사로 사용됐던 터였다. 1966년 화재로 소실되고 벽수산장 정문 돌기둥만 남은 상태다. 이후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 터, 티베트 박물관을 지나 '수성동 계곡'에 도달했다.

수성동 계곡에 도착하자마자 경치가 좋은 곳에서 쉬려고 왔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무 것도 없이 평범한 계곡이었다. 가이드는 기다란 돌다리를 가리키며 기린교라고 말했다. 본래 옥인시범아파트가 있었는데 아파트를 철거하면서 기린교를 발견해 복원한 것이다. 이를 보며 인지하기 어려운 문화재가 티모 버섯처럼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가이드는 "서촌은 서울이라는 대도시 정중앙에 위치했지만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오랜 시간 간직된 장소다. 서촌에서 만나는 모든 풍경들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고 있다. 골목 사이 서려 있는 옛 이야기를 알고 느끼며 더욱 깊어가는 서촌만의 매력을 즐긴 시간이었길 바란다"며 마쳤다.

- 박노수 미술관
- 뒷쪽 풍경이 아름답고 평온하다
- 윤동주 하숙집 터
- 티베트 박물관
- 기린교
- 옥인시범아파트 철거 후 복원된 수성동 계곡

문화 원정을 마친 후 제철 먹거리 미식 체험 장소로 향했다. 김태윤 아워플래닛 셰프와 장민영 아워플래닛 작가가 울릉도 특산 재료로 다이닝을 제공했다. 솔직히 음식에는 관심이 많이 없다. 특별히 누가 먹자고 하지 않는 이상 매번 먹는 것도 라면, 서브웨이 샌드위치, 도리토스 등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장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한국에도 정말 다양한 식재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이닝 메뉴는 울릉도 찰옥수수로 만든 멕시코 에스퀴테스, 오징어 누런창맛 홍감자칩, 산마늘 아이올리와 미더덕 젓갈로 맛을 낸 홍따밥, 오징어 흰창과 대황 그리고 섬엉겅퀴로 맛을 낸 '똠 쌥 무', 왕호장 소스와 발표 금귤을 곁들인 아이스크림이었다.

특유의 냄새가 강하거나 맛이 독특하면 입에 대지도 않는 편이다. 오징어 누런창과 똠 쌥 무 설명을 듣고 "과연 먹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가득했다. 막상 먹어보니 꽤나 맛있어서 놀랐다. 개인적으로 홍따밥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을 거라 생각될 만큼 맛있었다.

장 작가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깨어있으며 헌신적인 구성으로 이뤄진 작은 집단이다. 이는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실이다"라는 인류학자 마가릿 미드의 코멘트를 공유했다.

장 작가 설명에 따르면 울릉도 왕호장은 잡초 취급을 받는 식재료였다. 다들 명이 나물 등 대중들의 인기를 얻은 식재료만 귀하게 취급했다. 하지만 소수의 미식가들에 의해 고평가를 받으며 이제는 울릉도 특산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즉, 하찮게 보일 수 있는 것도 시선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 "더운 날 여정 고생 많으셨어요"
- 장민영 아워플래닛 작가
- 김태윤 아워플래닛 셰프가 맛있는 요리를 준비하는 중이다
- 에스퀴테스, 홍감자칩
- 홍따밥

형식만 소개하는 속성 버전인 만큼 4시간 분량이 2시간으로 줄어서 그런지 스케줄을 소화하는 데 힘들진 않았다. 정식 프로그램은 다를 수 있다. 참가자들은 날씨에 맞춰 의상을 선택하고 반드시 편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체험을 마치니까 정말 잘 왔다고 느꼈다. 하루 종일 PC 앞에 앉아 업무와 게임만 반복하다가 이렇게 유의미한 활동을 하니까 뿌듯했다. 가이드들도 쉽게 설명하니까 언젠가 누군가에게 전해줄 만한 지식이 늘었다는 것도 나름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가이드에 따르면 숨겨진 문화재가 정말 많다고 한다. 더 많은 게임사가 한국 문화재 보존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구 총괄 말대로 놀이 문화를 보다 더 멋지게 성장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게임과 게임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보다 긍정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와 같은 유익한 프로그램이 더욱더 긍정적인 반응과 호응을 이끌어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외 다른 게임사들도 대거 참여하는 풍경을 기대해 본다.

- 똠 쌥 무
- 아이스크림
- 구기향 라이엇게임즈코리아 PR 총괄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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