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라” 지시하는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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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 비공개 자리에서 국무위원들에게 "당당하게 대응하라" "공격에도 움츠러들지 말고 싸워달라"는 당부 메시지를 남긴 뒤, 정치권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무위원들이 당당하게 싸워야 할 대상은 야당, 언론, 시민단체 등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과 10월, 두차례 시정연설에 나선 바 있지만 지난해 10월 연설은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 보이콧으로 반쪽짜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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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 비공개 자리에서 국무위원들에게 “당당하게 대응하라” “공격에도 움츠러들지 말고 싸워달라”는 당부 메시지를 남긴 뒤, 정치권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무위원들이 당당하게 싸워야 할 대상은 야당, 언론, 시민단체 등이다. 전직 대통령의 부친을 들먹이며 이념전을 이어가고(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어떻게 정부가 얘기하는데… (중략) 기본적인 예의가 없으신 것”(한덕수 국무총리)이라며 야당 의원에게 발끈하고, 대선 기간 중 의문점이 적지 않던 언론 보도 내용의 전말을 파헤치겠다며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등 볼썽사나운 사건들이 매일 추가된다.
여야가 맞붙는 곳에서도 공세 수위가 올라갔다. 여당은 법안 통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고, 야당은 정부·여당을 견제하며 대안을 제시할 줄 기대했건만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쓰레기” “무뢰배” 같은 거친 단어들뿐이다. 국민 통합 책무를 가진 대통령이 나서서 “싸워달라”고 지시하니 누가 먼저 반기를 들 수 있을까. 여당은 대통령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 야당은 그에 맞서기 위해 더 자주, 격정적으로 분노할 뿐이다. 용산과 여의도엔 성난 사람들로 그득하다.
정부·여당이 야당과 협치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대통령실이 이번 정기 국회 중점 과제로 정한 △공정채용법(고용세습·노조원 특혜채용 근절) △교원지위법(교권 보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 회계 공시) △우주항공청 설치법은 모두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합의해야 통과될 수 있다. 정부가 제출한 2024년도 예산안 또한 민주당 동의가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어떻게 정부안을 관철할지를 고민하기보다 ‘야당이 발목 잡는다’는 프레임만 부각하려는 모양새다.
통상 행정부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할 땐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시정연설을 한다. 올해도 이변이 없는 한, 윤 대통령은 오는 10월 국회를 찾아 정부의 내년도 국정 운영 기조를 밝히고 국정 운영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해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과 10월, 두차례 시정연설에 나선 바 있지만 지난해 10월 연설은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 보이콧으로 반쪽짜리가 됐다. 이번에도 정상적인 시정연설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하기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와 극단적 양극화 정치만 탓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더탐사’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입당 직전인 2021년 7월 국민의힘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저는 대통령도, 저는 그런 자리 자체가 귀찮습니다, 솔직한 얘기가. 그러나 이거는 어쨌든 엎어줘야 되고… 그리고 국힘에 이걸 할 놈이 없어” 같은 날것의 소리였다. “그때 제가 들어갔으면 최재형이도 못 들어오고 국힘의 101명 중에 80명은 앞에다 줄을 세웠어”, “개판 치면은 당 완전히 뽀개버리고”, “국힘의 지도부 다 소환해. 바꿔버려. 전부”라는 표현에선 지난해 ‘내부 총질’ 문자 사태와 용산만 쳐다보는 당 지도부에 따라붙는 ‘윤아일체’라는 비아냥이 겹쳐진다. 과장 섞인 발언이었어도 정치권을 바라보던 그 시각은 여전하다. 여당도 ‘졸로 보는’ 제왕적 대통령에게 야당·의회 존중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 수도 있겠다.
김미나 정치팀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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