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실었으니 핵잠수함"? 北 '김군옥 영웅함'의 정체는[정다운의 뉴스톡]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김형준 기자
[앵커]
북한이 처음으로 전술핵공격잠수함을 건조했다는 내용 전해드렸는데요, 이 내용, 국방부 출입하는 김형준 기자와 더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김 기자, 이 전술핵공격잠수함이 뭔지 설명을 해 주세요.
[기자]
우리가 보통 핵잠수함이라고 하면 이건 핵무기를 실은 잠수함이라기보다는 핵연료를 통해 작동하는 잠수함, 그러니까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뜻합니다. 물론 핵무기를 탑재하기도 하지만, 사실 아닌 잠수함이 더 많습니다. 세간에서 흔히 오해를 받는 단어 중에 하나인데요.
[앵커]
김형준 기자가 안보열전 시간에 몇 번 설명을 해주셨었는데, 핵잠수함이 통상 핵발전으로 추진력을 얻어서 돌아가는 잠수함, 맞는 거죠?
[기자]
네, 그런데 이 잠수함은, 그러니까 북한이 공개한 잠수함은 정반대로 핵무기를 실은 잠수함, 그러니까 엔진 자체는 기존의 디젤 엔진이고, 이 엔진을 돌려서 배터리를 충전한 뒤에 그걸로 물 속에서 나아가는데 여기에 핵무기를 실었으니까 핵잠수함이다, 이런 논리입니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설 내용 중에 "잠수함에서는 동력체계와 잠항속도와 항해장비 수준 등의 능력이 매우 중요하며 통칭 작전능력으로 평가되지만 또한 어떤 무장을 탑재하는가가 제일 중요한 기본으로 되며, 핵무기를 장비하면 그것이 곧 핵잠수함이라는 것이 나의 견해", 이런 내용이 있는데요.
사실 핵무기를 탑재하는 잠수함의 경우 대부분 바닷속에 오래 숨어 있기 위해서 원자력 잠수함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감안해 보면 굉장히 특이한 경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냥 핵무기를 실었으니까 핵잠수함이다, 이런 논리인데 엔진이 디젤 엔진이면 아무래도 배터리 문제 때문에 오래 잠행을 못하는 건가요?
[기자]
물 속에서는 엔진을 돌릴 수가 없기 때문에 배터리만 쓸 수 있는데, 그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니까요. 며칠, 또는 길어도 몇 주가 한계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러니까 세계적으로는 그래서 핵발전을 하는 잠수함, 핵추진 잠수함, 오래 있어야 하니까, 그렇게 통용을 하는데 그냥 핵무기만 실린 사실상 일반 잠수함, 북한은 이런 걸 왜 만들고 있는 건가요?
[기자]
그 근거도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에서 밝혔는데요, 한마디로 저비용 첨단화 전략입니다.
원자력 잠수함은 원자로를 소형화해서 잠수함에 집어넣어야 하는데 크기도 커야 할 뿐더러 기술도 어렵고 비용이 아주 많이 듭니다. 그 대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잠수함을 개조해서 전술핵무기를 실은 탄도미사일을 탑재하면 비용이 적게 든다, 뭐 이런 논리입니다.
[앵커]
그럼 이번 잠수함도 원래 있던 잠수함을 개조한 건가요?
[기자]
네. 지난 2019년 7월 김정은 위원장이 신포조선소를 시찰했을 때 공개했던 바로 그 잠수함으로 추정되는데, 한미 정보당국은 구 소련에서 1950년대 개발한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조해 이번 잠수함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고요.
북한은 중국제와 자체 건조를 포함해서 로미오급을 모두 20척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됩니다. 말인즉슨 이런 잠수함이 또 출현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앵커]
기존 잠수함에 핵무기만 싣도록 개조를 하면 되니까 진짜 이런 잠수함이 여러 개 등장할 수도 있는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이건 몇 년 전부터 예측됐던 이야기인데요, 손원일급 잠수함의 초대 함장을 지냈던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지난 2020년 한국해양전략연구소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개조할 수 있는 로미오급 잠수함이 약 20척이나 있는데, 이 가운데 10척 아니 5척만 SLBM 탑재용으로 개조하고 나머지는 발사대는 없지만 함교탑 외형만 확대해서 동일하게 만든다면, 외형과 소음이 같은 다수의 잠수함들에 대한 대응이 매우 힘들어질 것이다."
잠수함은 물 속에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단으로 탐지할 수 없고 소나를 통해 소리를 듣는 방법이 유일합니다. 잠수함마다 그 소리의 특징이 있는데 이걸 음문(音紋)이라고 하거든요.
문제는 로미오급이 북한에 20척이나 되기 때문에 어떤 잠수함은 개조 잠수함이고, 어떤 잠수함은 아니라면 서로 음문이 비슷하기 때문에 구분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얘깁니다.
[앵커]
어떤 잠수함에 핵이 실렸는지 구분할 수가 없다는 거네요?
[기자]
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 내용을 보면 "모든 중형 잠수함들을 공격형으로 전환시키는 공정을 급속히 추진함으로써 그야말로 일거에 기존 잠수함들의 핵잠수함화를 실현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런 언급이 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핵 탄도미사일을 실은 잠수함, 그것도 다른 잠수함과 헷갈리는 잠수함이 한반도 근해에 여러 척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어떤 미사일을 탑재하게 되는 거죠?
[기자]
사진을 보고 계실 텐데 수직발사대가 모두 10개가 보입니다. 아직 북한이 이 잠수함에서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고 또 수직발사대 크기를 정확히 알 수 없어 확실치는 않지만 이른바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계열인 소형 SLBM 화성-11ㅅ형을 일단 4발 실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것보다 약간 작은 수직발사대가 또 6개 있는데 이건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 그러니까 SLCM을 탑재할 수 있는 약간 더 작은 발사대로 추정이 되고요.
일각에서 2010년대 시험발사했었던 북극성 계열 미사일로 추정하기도 하는데 전략이 아니라 전술핵무기를 언급했다는 점, 북극성-3형부터는 실제 잠수함 발사를 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일단은 좀더 작고, 잠수함에서 쏴 본 적이 있는 이런 미사일들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그냥 일반 잠수함을 개조하는 것만으로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문제가 없는 수준이 되는 겁니까?
[기자]
합동참모본부가 오늘 기자들에게 그 부분을 설명했는데요. "외형을 분석한 결과 미사일을 탑재하기 위해 함교 등 일부 외형과 크기를 증가시킨 것으로 보이나,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기만하거나 과장하기 위한 징후도 있어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합참은 구체적인 근거는 설명하지 않았는데, 전문가들은 로미오급 잠수함 자체가 오래돼서 소음이 심하고 함교탑이 커졌기 때문에 무게 균형이라든가 기동성 같은 점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곤 합니다.
물론 이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쏜 적이 아직 없으니까 실제로 발사를 해 보면 그걸 통해서 확인되는 부분도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볼 사항이기도 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비용적인 부분에서는 확실히 이득인데, 실제 공격 능력에 있어서는 실효성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거네요.
[기자]
그런데 북한 입장에서 이런 개조 방식이 비용 말고도 이점이 있습니다.
원래 핵무기 탑재 잠수함의 존재 의의는 바닷속에 계속 숨어 있다가 본국이 공격을 받으면 상대국에 핵보복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핵전쟁을 누구도 일으키지 못하게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걸 2차 보복 능력이라고 부르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재래식 잠수함을 개조했다는 특성상 은밀성이나 기동성 같은 능력은 분명히 떨어지기 때문에 2차 보복 능력보다는 선제 핵공격에 중점을 둔 운용을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즉, 원점을 타격하기 어려운 미사일이 바다 저편에서 날아오게 되는 셈이죠.
[앵커]
우리 입장에서는 더 예측하기 어려운, 예측불가한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뭐 어느 쪽이건 우리 입장에서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로미오급 잠수함들 속에서 이 잠수함만 구분하기가 어렵고, 바다에서의 탄도미사일 공격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또다른 골칫거리가 생겼다고 평가해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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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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