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파는 출연자 방치한 '나는 솔로' 제작진, 뭐가 문제일까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3. 9. 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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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로’ 역대급 논란이 된 영숙 씨를 위한 조언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다양한 형태의 일명 짝짓기 프로그램이 등장한 가운데 화제성 갑은 단연 SBS PLUS <나는 솔로>다. 문제는 그 화제성이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 망종이네, 개념 없다, 무례하다. 답답하다, 사회성이 떨어진다' 등등 대부분 출연자를 향한 날선 지적이라는 거. 그간 출연자의 무분별한 사생활이 논란이 된 적도 있고, 이혼 사실을 숨기고 나온 출연자도 있었다.

제작진이 출연자 검증을 제대로 못해서? 그럴 리가. 다년간 연애 프로그램을 제작해 와서 오히려 반 무당에 가깝지 않을까? 자신들이 투입시킨 출연자들이 장기판의 말처럼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아마 잘 알고 있지 싶다. 검증을 잘 못해서 문제 있는 출연자를 섭외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요즘말로 '빌런'이 될 만한 적임자를 잘 골라서 넣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얘기다.

연애 리얼리티를 포함 관찰 예능의 장점은 출연자의 언행이 시청자에게 반면교사가 된다는 거다. 따라서 어찌 보면 연애 리얼리티는 인생 교과서라고도 할 수 있겠다. 화제만발인 16기 <나는 솔로>의 최대 교훈은 '남의 말을 옮기지 말 것. 또 남의 말을 듣고 부화뇌동하지 말 것'. 쌍쌍이 데이트를 할 때 본인들 얘기만 하면 되는데 16기는 유독 남 얘기를 즐긴다. 본인의 추측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하고 그 얘기들이 실타래처럼 엉키면서 역대급 사태가 벌어졌다. 이 모든 것이 설정일 수는 없을 게다. 짜고 하는 거라면 16기까지 진행되는 동안 누구에게든 말이 안 나올 수는 없었을 테니까.

2021년 12월에 방송된 4기 남성 출연자 영철의 태도도 당시 크게 논란이 됐다. 누가 봐도 폭력적인 언행이 이어졌건만 여성 출연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러브라인으로 엮는 편집이 비난을 샀었다. 왜 제지를 하지 않았는지, 왜 중재에 나서지 않았는지, 면접만으로도 성향 파악이 가능했을 터, 문제 소지가 있는 인물 섭외부터가 의문이었다.

이번 16기 영숙 또한 파문을 일으킬 적임자로 섭외했지 싶다. 인터뷰 때 보니 '이길 자신 있어요. 직진할 거예요', 어조가 단호하다. 평소 사람 다루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신해온 모양인데 방송에서 보여준 면면을 보면 사회성이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비공개 상태지만 SNS를 통해 카피 제품도 팔고 있었다. 제작진이 방송에 앞서 출연자들의 SNS를 살폈을 텐데 그렇다면 미리 정리하라고 조언을 해야 옳지 않은가. 넷플릭스 <솔로지옥> 출연자 프리지아가 짝퉁 논란으로 한참 잘 나가던 날개가 꺾였었다는 사실을 있었나?

일단 SNS에서 뭘 파는 출연자는 진정성 자체를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도 짝퉁을 판다?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불을 보듯이 빤하건만 제작진이 방치한 거다. 이번 출연으로 인지도가 올라가고 판매에 큰 도움이 되겠다, 기대를 했을까. 현재 중고등학교 무용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데 인성 논란을 겪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이게 다 옆에 올바른 조언자가 없어서다.

인지도가 오르고 수익이 늘 수는 있다. 그러나 수많은 연애 리얼리티 출연자 중에 정말 잘 된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대다수는 반짝 화제가 된다한들 그때뿐인 것을, 후폭풍을 겪는 출연자가 오히려 부지기수라는 사실을 왜 인지하지 못하는지. 방송 이후 영숙과 러브라인이 이어진 상철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많다. '상철 씨 여자 보는 눈 없다, 상철 씨 도망쳐!'. 상철이 인터뷰를 통해 밝힌 이상형은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 고집스럽지 않고 예의바른 사람'이다. 그렇다면 영숙은 그의 이상형이 아닌 셈이다. 오히려 고집스럽지 않고 예의바른 사람은 정숙이 아닐까? 사랑이 그래서 어렵다. 머리로 원하는 것과 마음 끌리는 건 다르니까.

30대 초반의 나를 떠올려 보면 이불킥을 할 일이 많다. 겉은 분명히 성인인데 속은 어정쩡하니 덜 익은, 그러나 스스로 설익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던 시절. 남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30대는 그랬다. 논란의 중심에 선 영숙에게 이런 말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영숙 씨, 누구나 가지고 태어나는 고통의 무게는 같다고 합니다. 고통이 밀어 닥치는 시기와 양의 차이가 있을 뿐. 영숙 씨가 고통을 남보다 조금 일찍 받았다고 여기면 좋겠네요."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SBS PLUS,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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