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추모도, 오염수 반대도 툭 하면 ‘종북몰이’···“헛웃음만 나온다”

강은 기자 2023. 9. 8.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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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 종교인들이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시민 분향소에서 열린 300일 추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여당 지도부가 이태원 참사 촛불시위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까지 싸잡아 “북한의 지령이 실현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은 “헛웃음 나오는 막말”이라며 반발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어민들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 문효균씨 아버지 문성철씨는 8일 통화에서 “너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니까 웃음밖에 안 나온다”면서 “유가족들이 정말 북한과 연관됐다고 본다면 떠들지만 말고 고발해서 정당하게 수사하라”고 말했다. 문씨는 “정치인들이 실체도 없는 얘기를 하면서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면서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아무런 책임과 의무를 지지 않겠다는 말을 이렇게 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희생자 고 김의진씨의 어머니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일말의 (대응할) 가치도 없는 발언”이라며 “우리 귀와 입만 더럽혀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북한의 간첩 공작과 대공수사권 이관 점검’ 정책세미나에서 ‘북한 간첩 공작’에 의해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태원 참사 촛불시위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에 대해 “북한이 지령을 보내면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고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이 세미나에서 “이태원 참사 때 (북한이) 서명운동, 촛불시위, 추모문화제를 하라고 지령을 내리고 ‘이게 나라냐’ 국민의 죽어간다‘ 구호까지 지정하면 현수막이 실제 집회에 등장했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주영씨의 오빠 이진우씨는 정치인들이 유가족들을 ‘종북몰이’하면서 혐오 감정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참사 초기에는) 공감해주는 척 진상규명을 하자고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얘기해놓고 지금은 근거 없는 의혹을 동원해 유가족들을 매도하고 있다”며 “참사를 정쟁화하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본인들이 자꾸 정치판으로 끌어들이고 있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정치인들이 말을 뱉으면 극우단체들이 그대로 따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심판 기자회견 때도 보수 단체들이 와서 ‘북한 소행’이란 막말을 쏟아냈다”고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민변 10·29 참사대응 TF 단장을 맡은 윤복남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유가족들이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한 고소·고발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집회에 참석했던 어민들도 국민의힘의 ‘북한 소행’ 발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어민회총연맹 전남 완도군 감사를 맡은 위장명씨(47)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면서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평범한 시민들을 매도하면 어떡하나”라고 말했다.

20년 넘게 전복 양식을 해왔다는 위씨는 “본인들이 ‘친일 정권’으로 비판받으니까 역으로 우리를 ‘빨갱이’로 몰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국민을 완전히 적으로 돌리겠다는 건데 정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또 “어민들 모두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이라며 “방류 때문에 속상해서 일본으로 반대 집회도 가고 서울로 시위도 가고 하는 것인데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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