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까지 개입한 머스크…우크라군 인터넷 끊었다는데 무슨 일이

머스크 평전 내용 언론 공개
“머스크, 러 핵 쓸까봐 공포 느껴
우크라 러 함대 공격 무산시켜”
美, 스페이스X 결정에 매달린 꼴

일론 머스크 [AFP = 연합뉴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창업자이자 자사 위성통신 시스템인 ‘스타링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스타링크 서비스를 차단해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흑해 함대 공격 작전을 무산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핵 공격을 우려한 조치로 알려졌으나 독보적 혁신 기업의 권력이 한 국가의 군사 주권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미 CNN은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집필해 오는 12일 출간될 머스크의 새 평전 ‘일론 머스크’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머스크가 지난해 러시아 흑해 함대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기습 공격을 막기 위해 크림반도 근처의 스타링크 위성 통신망을 끄도록 비밀리에 엔지니어들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아이작슨에 따르면 당시 크림반도에 주둔한 흑해 함대에 접근했던 우크라이나군의 수중 드론은 인터넷 연결이 끊어지자 무력화됐고, 작전 수행에 실패해 인근 해변으로 떠밀려왔다.

머스크의 결정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러시아군의 핵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다. 아이작슨에 따르면 머스크는 러시아 고위 관리들과의 대화를 통해 핵 전쟁에 대한 공포를 품었으며, 우크라이나의 수중 드론 공격이 이를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에 따르면 머스크는 해당 사건 이후 우크라이나와 미국 관리들이 통신망 복구를 직접 호소한 다음에야 서비스를 재개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통신 시스템을 파괴한 후 본격적인 침공을 개시하자 스타링크 위성통신 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무상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머스크의 지원은 우크라이나군의 성공적인 방어 작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스타링크를 공격 작전에 활용하자 ‘내적 갈등’에 빠졌다. 자사의 서비스가 전쟁에 활용되는 게 온당하냐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진 것이다. 아이작슨의 전기에 따르면 머스크는 “스타링크는 전쟁이나 드론 공격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학교 수업을 위해 온라인에 접속하는 등 평화로운 일에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가 우크라이나의 군사 작전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스페이스X라는 혁신 기업의 권력이 일국의 주권 행사를 방해할만큼 압도적으로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링크를 대체할만한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등 각국 정부가 스페이스X의 결정에 매달리고 있는 꼴이기 때문이다. 독일 마셜 재단 산하의 ‘민주주의 확보를 위한 동맹(ASD)’의 브렛 쉐퍼 분석가는 “우크라이나군의 군사 임무를 중단시킨 건 통신 플랫폼의 힘이 소수의 민간 기업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꼬집었다. CNN도 “머스크는 의도했는지 여부와는 상관 없이 미국 관리들이 무시할 수 없는 권력 브로커가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