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년전 차단됐는데…최신 하이닉스 칩, 어떻게 빼갔나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2023. 9. 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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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3년전 공급 끊어
정상 경로로는 수급 불가능
중개업체서 흘러 들어간듯
中, 미국제재 공조체계 깨려
의도적 공개했다는 시각도
외신 “美마이크론칩도 사용”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 [사진 제공=구글]
중국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SK하이닉스가 생산한 메모리칩이 탑재된 경로를 두고 반도체 업계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8일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과 중국 내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영상·이미지를 보면 이들 제품에 쓰인 SK하이닉스 메모리칩은 올해 3월 이후 생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가 화웨이에 마지막으로 제품을 공급한 것은 2020년 9월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로로는 이들 메모리칩이 화웨이로 향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외신에서는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미국 마이크론의 메모리칩이 탑재됐다는 보도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화웨이가 제재망을 뚫고 메모리칩 수급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대외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화웨이가 ‘메이트 60 프로’에 탑재한 SK하이닉스의 저전력(LP) 더블데이터레이트(DDR) 5 D램 제품과 유니버설플래시스토리지(UFS) 3.1 낸드플래시 제품은 올해 3월 이후 생산된 제품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가 7일(현지시간) 공개한 이미지에는 SK하이닉스의 UFS 3.1 낸드플래시가 담겨있고, 이 이미지에 노출된 제품연번에 따르면 생산 추정시기는 올해 3월경이다.

중국 유튜브 채널 웨키홈(WekiHome)이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를 분해하며 공개한 영상에는 12GB(기가바이트) 용량에 6500 Mbps(초당 메가비트) 속도 사양의 LPDDR5와 512GB 용량의 UFS 3.1 낸드플래시 칩의 모습이 담겼다. 이 제품 역시 연번으로 보면 생산 추정시기는 각각 올해 5~6월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마지막으로 메모리칩을 공급받을 수 있었던 2020년께 확보했던 재고를 이용했다는 추정도 나왔지만, 생산 추정시기를 고려하면 최근 생산된 제품을 우회 경로를 통해 조달받았을 가능성이 더 유력해진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020년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 화웨이가 재고 확보를 위해 메모리칩을 대량 구매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메이트 60 프로에 들어간 메모리칩은 당시 확보했던 재고로 보기는 어려운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9월 이후 화웨이와 거래를 끊었고, 이후에도 거래했던 바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업계에서도 SK하이닉스가 의도적으로 메모리칩을 화웨이 측에 공급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현재로서는 메모리반도체가 유통되는 단계에서 화웨이 쪽으로 메모리칩이 흘러갔을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미국 마이크론의 메모리칩도 탑재됐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면서 중간 유통 과정에서 제재망을 회피했을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원자재’의 특성이 있어 생산기업이 제품을 출하해 중개업체로 보내면 그 이후의 판매망을 파악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이슈로 억울한 상황에 놓인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 측은 “미국 산업안보국 신고 후 내부적으로 조사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화웨이의 이번 제품 공개에 의도성이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LPDDR5 급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세계적으로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정도에 불과하고, 이들 기업 모두 미국의 제재방침을 따라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이 상황에서 화웨이가 우회 경로로 메모리반도체를 확보한 사실을 일부러 드러내 공조체계에 균열을 가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중국이 확보한 D램·낸드플래시 기술의 한계를 확인하는 계기였다는 시각도 나온다. 상당수 부품을 중국 내 생산 부품으로 활용했지만, 메모리칩은 수입이 불가피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화웨이의 신제품이 대량생산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메모리반도체를 대량으로 수급했다면 제재망에 포착됐겠지만, 소량으로 여러 군데에서 암암리에 들여오는 식으로 이를 피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다면 스마트폰 대량 생산에 필요한 메모리칩을 확보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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