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동료였는데, 한 번 더 안아줄 걸"… 대전 초등교사 추모 행렬

정민지 기자,최다인 기자,유혜인 기자 2023. 9. 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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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얼마나 더 죽어야 교육부가 움직일지 교권이 옛날과 참 달라졌습니다."

지난 7일 대전 한 초등교사가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가운데 8일 오후 해당 교사가 생전 근무했던 학교 정문 앞에서 한참을 서서 묵념하던 한 동료교사는 눈물을 보이며 이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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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40대 교사가 생전 근무했던 학교 앞에 근조 화환이 놓여져 있다. 사진=김영태 기자

"사람이 얼마나 더 죽어야 교육부가 움직일지… 교권이 옛날과 참 달라졌습니다."

지난 7일 대전 한 초등교사가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가운데 8일 오후 해당 교사가 생전 근무했던 학교 정문 앞에서 한참을 서서 묵념하던 한 동료교사는 눈물을 보이며 이 같이 말했다.

추모를 하러 온 이 교사 또한 악성민원 피해자라고 했다. 이 교사는 "민원 스트레스로 정신과 약을 타러 나왔다가 비보를 듣고 찾아 왔다"며 "어디서든 민원으로 고생하는 교사들이 너무 많다"고 토로하며 더 이상 말을 맺지 못했다.

학교 앞은 추모 행렬을 제외하면 비교적 한산했다. 숨진 A 씨를 추모하기 위해 소속 학교는 단축 수업을 결정, 오전 수업만 진행해서다.

때때로 저학년 자녀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과 말간 얼굴로 학부모에게 뛰어가는 저학년 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 뒤로 학교 정문 앞에 길게 늘어서 있는 근조화환이 대조돼 슬픔을 더했다.

A 씨가 악성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진 전 학교에서도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학교 앞에는 어두운 옷을 입고 눈물을 흘리며 묵념하는 시민들이 보였다. 교복을 입고 추모하러 온 학생들도 일부 있었다.

대전에서 12년 넘게 교직생활을 했다는 한 교사는 "10년 전만 해도 교권이 이 정도로 추락하지 않았는데 해마다 교권침해가 심해지고 있다"며 "모두 오랜 꿈을 안고 교사를 시작했을 텐데, 교육부는 교사를 마치 건전지 갈아끼우듯 소모품처럼 소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추모 공간에 꽃다발을 조심스레 놓은 30대 부부는 "교사도 사람"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들은 "교사와 학생 사이의 일에서 부모는 제3자"라며 "학부모의 과한 개입은 교사 지위를 끌어내리는 교권침해"라고 비판했다.

8일 오후 대전 서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대전 초등학교 교사의 빈소에 근조화환이 늘어서 있다. 사진=최다인 기자

A 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빈소에서도 슬픔이 가득했다.

복도에는 근조화환들이 줄줄이 세워져 있었다. 조문객들은 침착한 모습을 보이기도, 새어나오는 눈물을 막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빈소 안에서는 '아이고'하는 통곡소리가 들린 뒤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A 씨의 남편 지인들은 남편 대신 조문객을 안내하고 있었다. 차분한 표정 속 눈은 눈물로 빨개져 있었다.

A 씨 남편의 한 직장동료는 "아내(A 씨)가 학부모 민원에 너무 힘들어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었다"며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 하다가 서이초 교사 집회에 참석한 이후 더욱 고통스러워 했다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문제가 발생했던 학교에서 함께 근무했다는 동료교사는 "올해 2월에 마지막으로 보고 연락만 주고 받다 갑자기 이런 비보를 들어 가슴이 먹먹하다"며 "항상 밝은 동료였는데, 그때 한 번 더 안아볼 걸… 후회된다"고 울먹였다.

한편 지난 5일 대전에서는 한 초등학교 교사 40대 여성 A 씨가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7일 끝내 숨졌다. 올해로 20년차 교사인 A 씨는 2019년 당시 1학년 담임을 맡았던 반 학부모들로부터 4년여 동안 악성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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