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무릎 꿇어라"는 학부모에 시달리다…또 선생님의 죽음
우리 사회가 또 한 분의 선생님을 잃었습니다. 무엇이 선생님을 죽음으로 내몰았을까요? 감당하기 어려운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릎 꿇고 빌라", "당장 치워라, 그 선생"이라는 모멸적이고 위협적인 말들을 학부모로부터 들었다고 하는데요, 마음의 상처가 깊이 패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악성 민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
학교를 찾아온 학부모들이 '무릎 꿇고 빌라'라고 요구하거나, A 씨(숨진 교사)를 향해서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 갖은 협박을 일삼았습니다.
A 씨(숨진 교사)와 학부모들의 거주지역과 생활권이 겹치는데 얼마 전에도 지역 한 아웃렛에서 마주치자 해당 학부모가 위아래로 훑어보는 눈짓을 하는 등의 외압을 느끼고 힘들어했습니다.
- 숨진 A 교사 동료, '연합뉴스' 보도 내용
대전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초등학교 교사의 동료가 '연합뉴스'에 전한 내용입니다. 숨진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무릎 꿇고 빌라'는 요구에 시달리면서 심한 모멸감을 느끼고 협박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숨진 A 교사의 남편도 빈소에서 '서울신문' 기자에게 아내가 생전에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털어놨습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학부모와 마주칠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린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내가 20년째 교직에 있는 동안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 2019년 1학년 담임 때부터 '학생 지도가 어렵다'는 말을 자주 했어요.
같은 동네에 사는 그런 학부모와 마주칠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린다'는 말을 하며 두려워했어요.
학부모가 '당장 치워라, 그 선생'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 숨진 A 교사 남편, '서울신문' 보도 내용
동료 교사와 남편의 말을 들어 보면 갑질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만한데요, 악성 민원에 시달린 지 4년이 됐다고 합니다.
특히 2019년 말 학부모에게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뒤 스트레스가 극심했다고 합니다. 대전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당시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서 폭행 사건이 있었는데요, A 교사가 가해 학생을 교장실로 보내자 가해 학생 학부모가 '우리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며 여러 차례 사과를 요구하고 A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교사의 남편은 "(학부모의) 고소 이유가 정서적 아동학대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송을 당하면 교사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있을 줄 알았지만 학교, 교육청 어느 곳도 도와주지 않았다. 1년간 직접 변호사를 찾으며 아내 혼자 대응했고, 도와준 건 동료 선생님들 뿐이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서이초 사건으로 더 힘들어했다"
"아동학대 고소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학교도 옮겨 상태가 계속 좋아지고 있었다. 그러다 서이초 선생님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서는 굉장히 슬퍼하고 매우 분노했었다"고 남편이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변화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희망을 품고 교권 관련 집회에 자주 참석해 목소리를 냈지만, 결국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고 더 낙담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A 교사는 서이초 교사 사건의 진상 규명과 교권 회복을 위해 토요 집회에 자주 참석했다고 합니다.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맞은 지난 4일에는 학교 측에 병가를 신청하고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에도 참석했다고 합니다.
A 교사는 이날 가족행사에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A 교사 시아버지는 빈소에서 "며느리로부터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 참석으로 가족 행사에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는 전화를 받은 것이 마지막 통화였다"고 했는데요, 그 통화가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마지막 대화가 됐습니다.
'공교육 멈춤의 날' 다음 날, A 교사는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남편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틀 뒤인 어제(7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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