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광 빼곤 즐길거리 없는 제주 왜 가나"…한국인 40만명 급감
7~8월 외국인만 16만명 늘어
'너무 비싼 물가' 제주 불만족 1위
면세점도 썰렁 "유커만 기다려"
MZ 유인할 문화 콘텐츠 필요
해변·카페서 사진 찍는 게 전부
대형 쇼핑몰 없어 재방문율 '뚝'
부실한 관광 콘텐츠 리셋해야
지난 3일 찾은 제주도의 대표적 관광지 제주시 용두암에선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송모씨(53)는 “국내 경기도 안 좋고 여행객들은 일본으로 쏟아져 나가다 보니 제주를 찾는 국내 관광객 발길이 확 줄었다”며 “용두암은 사진 찍는 것 말고는 즐길 게 없어 요즘엔 젊은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다”고 했다.
송씨의 설명은 각종 데이터로 입증된다. 여름휴가 기간인 지난 7~8월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 수는 230만8261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254만2965명) 대비 9.2% 감소했다.
○가격 경쟁력 떨어진 제주
제주 관광산업은 ‘하늘길’이 활짝 열리면서 외국인이 유입돼 그나마 버티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돌아올 공산이 커진 것도 호재다.
하지만 국내 여행객이 워낙 썰물처럼 많이 빠져나갔다. 이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코로나19 기간의 호황이 재현되기를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7~8월 외국인 관광객은 16만542명 늘었다. 한국인 방문객은 이보다 2.4배 더 많은 39만5246명 줄었다. 엔저 등의 영향으로 7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62만6800명에 달했다. 전년 동월(2만384명) 대비 30배 급증한 수다.
문제는 해외로 향하는 국내 여행객을 유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제주의 경쟁력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해외여행과 비교해 절대 싸지 않은 비용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오는 16일 오전 출발해 3박4일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대한항공 서울~제주 왕복항공권은 19만9800원이다. 여기에 5만~10만원 보태면 저비용항공사(LCC) 비행기로 오사카, 후쿠오카, 삿포로 등 일본 주요 도시 항공편을 구입할 수 있다. 김보형 제주관광협회 실장은 “제주 관광 비용이 일본 주요 지역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내려가려면 무엇보다 제주로 들어오는 항공편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물가가 턱없이 비싸다’는 인식이 굳어진 건 보다 근본적인 문제다. 제주관광공사의 ‘2022 관광객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제주 방문객을 대상으로 여행 불만족 사항을 묻는 질문에 ‘물가’라고 응답한 비중이 53.4%로 압도적 1위였다.
2위 ‘대중교통이 불편하다’(12.1%)의 4배가 넘는 비율이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제주시 애월 카페거리에 있는 주요 카페의 아메리카노 평균 가격은 7000원으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4500원)보다 55.5% 비싸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7월 제주도에선 칼국수가 1인분에 평균 975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싸게 팔렸다.
○“콘텐츠 보완해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끌어들일 대형 쇼핑몰 같은 콘텐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서울의 인기 관광지 10곳을 집계한 결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더현대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등 대기업 유통업체 점포 6곳이 포함됐다. 제주에서는 이마트 서귀포점이 19위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쇼핑시설이 많아지면 관광객이 현지에서 지출하는 금액이 늘어나 제주 관광산업도 활기를 띨 공산이 크다. 7월 기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지출한 총비용 가운데 쇼핑에 쓴 금액 비중은 23.3%에 불과했다. 서울(33.6%)이나 부산(40.1%)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쇼핑시설 부족은 재방문율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으로도 거론된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재방문율(최근 3년간 제주도를 2회 이상 방문한 관광객 비율)은 74.8%로 전년 대비 7.4%포인트 낮아졌다.
외지인에게 배타적이기로 유명한 제주도민의 성향은 쇼핑몰 등의 유치를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제주 입성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제주도민은 국내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이 제주도에서 사업을 하면 도에 머물러야 할 자본이 타지로 흘러간다고 생각한다”며 “주요 기업이 제주에 입성하기는 다른 지자체보다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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