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잘 마쳤다'는 새만금잼버리, 병 주고 약 주나?
[최인 기자(=전주)(chin580@naver.com)]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새만금잼버리’, 폐영 한지 한 달이 지나면서 '잘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렇지만 여진은 엉뚱한 곳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준비 부실'로 세계적 망신을 산 새만금잼버리 파행의 책임이 몽땅 전북에 있는 것처럼 과대포장해서 보수언론과 공동전선(?)을 형성해 무차별적으로 전북을 공격하던 정부여당 관계자의 입에서 처음으로 ‘잘 마쳤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새만금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이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7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잘 마무리했다”고 평가했다.
잼버리 파견이 죄라고 '죄인'처럼 지낸 지난 한 달
새만금잼버리 기간 조직위원회에 전북도와 시·군에서 파견한 공무원은 총 48명이다. 실제 인원수로만 보면 가장 많은 인원이 투입됐다. 급별로는 4급(과장급) 1명, 5급(팀장급) 9명, 6급 이하 38명이다.
이를 두고 지난 16일 이만희 국민의힘 행안위 간사는 “김관영 전북지사는 조직위에 많은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조직위 구성원 122명 중 44명 민간위원 제외한 78명 중 60명이 넘는 인원은 전북도 관계 공무원이다. 이래도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냐”며 ‘전북책임론’을 부각시켰다.
같은 당 권성동 의원 역시 “조직위 사무국 인원의 절반 가까이가 전북도와 전북 기초단체가 파견한 공무원으로 전북도지사가 조직위에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한 인적 구성”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일할 사람 없다며 파견공무원 수를 늘려 달라고 지속적으로 부탁해 놓고 이제 와서 전북도에서 파견한 공무원 수가 많으니 책임지라는 주장은 참으로 황당하다”는 반응였다.
부실준비 논란 책임, 전북도는 공무원 포상계획?
김관영 전북지사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조직위가 정부 및 민간의 인력 채용이 잘 이뤄지지 않자 전북도 및 시군의 인력 파견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며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의 성공을 위해 파견을 확대했고 월급도 전북도에서 주는데 일은 조직위에서 한 셈”이라고 항변했었다.
이에 앞서 00일보는 지난 9일자 기사에서 "부실준비 논란이 이는 잼버리에 대해 전북도가 공무원 포상계획까지 세웠었다"면서 마치 준비부실의 모든 책임에 전북도가 관련돼 있고 파견 공무원들에게 책임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무슨 유공 공무원 포상이냐?"는 식의 공세까지 펼쳤다.
이 때문에 잼버리 기간에 파견됐던 전북도 공무원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죄인처럼 지내왔다고 말한다.
파견 공무원 D씨는 “처음에는 세계적인 잼버리대회에 국가를 대표해 파견을 나가게 된 것에 대해 자부심도 있었고 기대가 컸다”고 한다. 끝나면 표창과 함께 포상 휴가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회가 파행으로 끝나면서 “기대는 물거품이 됐고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전북책임론’에 마치 내가 일을 잘못해서 그러는 것처럼 파견 갔었던 일도 말 못하면서 죄인 인냥 지낼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잼버리 전세버스 임대료 왜 안줘?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닥친 태풍 '카눈'으로 조기퇴영을 하게 되면서 지난 8일 전국 각지로 퇴영하는 것에서 부터 12일 세계 각국의 대원들이 각자의 나라로 출국할 때까지 이용한 전세버스 3천4백여대의 임대료 지급도 전라북도가 떠 안았다.
조직위는 영내 이동, 영외 이동과 해산은 전북도가 맡기로 한 조직위의 결정 때문이다.
전라북도가 우선 지급하고 나중에 정부에서 보전해준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새만금 잼버리 참가 스카우트 대원 수송에 긴급 투입됐던 전세버스 업체들은 행사 종료 한 달이 다 되도록 임대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상경 집회까지 예고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아직 전체 비용은 확정이 안됐지만 늦어도 다음주 까지는 지급 관련한 모든 행정 절차가 확정될 것이며 추석 전 단계적으로 비용을 지급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실준비‘ 새만금잼버리를 빌미로 정부,여당이 엉뚱하게 화풀이를 해 댄 대표적인 사례는 새만금SOC 관련 사업 예산삭감이다.
내년 국가사업예산 가운데 새만금 주요 SOC 사업은 무려 78%가 깍였다.
새만금SOC사업 예산의 삭감 역시 '누구의 지시와 생각'였는지 지금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난도질을 해 댄 흔적이 여실히 밝혀지고 있다.
전북 지역 각계 각층이 윤석열 정부의 새만금 예산 삭감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새만금 예산의 졸속 편성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성과계획서의 예산안과 전혀 다른 예산 금액이 정부안에 편성된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성과계획서에 작성된 새만금 국제공항의 경우 ‘‘22.6월 기본계획 수립·고시 후 ‘24년 하반기 착공 예정인 새만금 신공항은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공사비를 연차별 계획에 맞추어 적기 편성’(p.380)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새만금 신공항 2024년 정부예산은 부처 요구액의 89%를 삭감한 단 65.5억 원을 편성햇다. 반면에 아직 구체적인 계획도 잡히지 않은 부산 가덕도신공항의 경우 무려 5963억이 반영됐다. 새만금 신공항의 중기재정계획상 투자계획대로라면 내년도 사업비는 이의 10배가 넘는 790억 원 가량이 반영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만금신항 인입철도 건설사업 역시, ‘철도 물류인프라 확충을 위해 새만금항 인입철도 건설사업 등 추진’(p.326)이라고 새만금신항 인입철도 사업을 대표 사업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실상 정부안의 철도건설 계속 사업 중 유일하게 새만금신항 인입철도만 단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성과계획서는 정부 예산안을 바탕으로 작성되는 것이 원칙인데 사업설명과 편성내용이 전혀 맞지 않은 것은 그만큼 충분한 검토 없이 보복성 졸속 편성임을 반증한다”면서 “중앙관서 장의 예산 편성 자율권을 보장한 국가재정법 제31조를 위반해 예산 편성의 불법성도 크다”고 주장했다.
마무리가 잘됐다면서 무슨 악감정이 있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7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잼버리에 대해 "출발과 준비는 상당히 미진한 점이 많았던 것이 틀림없다"면서도 "자화자찬할 일은 아니지만 잘 마친 걸 인색하게 평가할 건 없지 않겠나. 마무리는 잘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잼버리 참가자 4만명이 지낼 숙소를 하루 만에 마련하고 사흘 뒤에 K팝 콘서트를 치렀다면서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이 빛났다“며 ”처음의 부실을 극복하고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거기에서 세계적 규모의 제25회 새만금잼버리스카우트대회가 잘 되기만을 바라고 기대했을 전북도와 도민의 바람이 제외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지금 새만금잼버리대회를 옆에서 바라보며 직접 치른 전북도민들은 마음 고생과 생채기 투성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경이다.
말로만 그쳐 서는 안된다.
지난 4일 어느 신문에는 "전라도에 실패한 새만금만 있나, 00의 성공도 있다"는 식으로 실패의 책임을 전북으로 단정하는 듯 한 내용의 사설이 실리기도 했다.
더 이상 전북도민의 자긍심과 열정에 생채기를 내고 호남에서 전남과 전북을 ‘갈라치기’하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
준비부실 과정에 대한 책임 여부는 이미 착수한 감사원이 가려 내면 된다.
이상민 장관의 말이 진정성있게 들리려면 명분이 없고 보복성 졸속 삭감 성격이 강한 새만금SOC 예산을 되돌려 놓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최인 기자(=전주)(chin5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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