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사적 대화'(?)…적어가며 대장동 설명한 김만배
부산저축은행 수사 관련 모호한 답변…'짜깁기'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이도흔 기자 = 김만배씨는 신학림씨를 사적으로 만났다고 강조하지만 뉴스타파가 7일 공개한 녹음파일을 보면 그대로 넘기기엔 석연치 않은 여러 대목이 눈에 띈다.
김씨는 7일 구속만료로 석방되면서 "이 사건 속에서 패닉상태에 있었고 오랜 지인으로서 위로 자리가 되지 않을까 해서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거의 20년만에 만난 지인과 사적 대화였다지만 김씨는 대장동 사업의 과정을 꽤 상세히 설명한다.
신씨는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자 화천대유, 천화동인 같은 주역(周易) 글귀로 회사 이름을 지을 사람은 김씨밖에 없다고 생각해 그를 수소문해 연락해 만났다는 입장이다.
그는 1일 "보도 목적이 아니었다"며 대장동 의혹에 대한 개인적 의문이 연락의 동기라는 취지로 말했지만 대화의 내용과 분위기는 자못 '취재'와 가까운 수준이다.
뉴스타파가 7일 공개한 음성파일의 약 25초 시점에 신씨는 "이거는 그러니까 기획개발이라는 거잖아? 초반에 리스크를 안고 이렇게 해서 투자해서 하는 건데"라며 바로 대장동 관련 얘기를 꺼낸다.
김씨는 "이거 좀 잠잠해지면 고문료나 많이 가져가서 형 편하게 살아. 부정한 회사 아냐. 알았지?"라며 자신이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를 언급한다.
이어 "여기는 내가 설명해줄게. 형이 그다음에 질문을 해. 대장동 사업지에 밝혀지지 않은 얘기들이 있는 거야"라며 사업 과정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대장동 사업에 대한 의문을 해명할 준비가 돼 있다는 투의 언급이다.
김씨는 대화 내내 사업 진행 과정을 숫자로 매겨 노트에 써가며 신씨에게 꽤 상세히 설명했다.
신씨 역시 구체적인 숫자를 물어 김씨의 답변을 꼼꼼히 확인하면서 대화는 '사적인 위로의 자리'와 거리가 먼 분위기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신씨는 1일 "앉자마자 '대'자도 안 꺼냈는데 앉자마자 (김씨가) 죽 노트 비닐을 벗겨서 자기 손으로 써가면서 설명하고 내가 또 물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하늘이 분양가를 올리는데 나보고 어쩌라고"라며 자신이 큰돈을 번 것은 부정하게 얻은 특혜때문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 상승 덕이라고 주장했다.
남욱·정영학 씨 등을 거론하며 "얘네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애들한테 돈 주고 그런 거 알 수도 없는 거고. 이재명이도 책임은 없는 거고"라며 법적 책임 소재도 언급한다.
김씨는 대화 도중 5분간 누군가와 전화로 "공모 조건을 성남(시)이 자기네한테 유리하게 해서", "이재명이는 이걸 볼 수 없지. 이걸 특금(특정금전신탁)으로 형이 묶어놨으니까. 누가 했는지(모르지)"라고 사업 내용을 설명하기도 한다.
김씨의 음성은 시종일관 자못 여유롭고 차분하게 들린다.
신씨가 사업 내용을 금방 이해한다며 "형, 대단한 사람이다. 형이 이런 거 해야 하는데"라고 하거나 "(박)영수 형이 왜 특검 됐는지 알려줄까?"라며 자기 영향력을 무용담처럼 과시하기도 한다.
또 김씨는 중간에 제3자와 통화하며 "그거야 수사한다고 해서 뭐 나올 게 있겠어. 형이 망신당하는 것뿐이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가 오랜만에 만난 자신에게 내밀한 얘기를 한 데 대해 신씨는 1일 "김씨가 저를 신뢰하고 따르는 후배였기 때문에 20년 가까이 못 만났는데도 자기가 알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의 주장과 달리 인터뷰 한두 달 전 신씨가 화천대유 사무실을 방문하는 등 두 사람이 소통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에 대해 신씨는 8일 검찰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장기간 소통이 전혀 없다가 만나기 전인 (2021년) 9월14일 전화한 것"이라며 "(화천대유에) 유령이 갔으면 갔겠죠"라고 부인했다.
전체 녹취를 보면 '허위 인터뷰' 의혹의 핵심인 부산저축은행 수사와 관련한 김씨의 발언은 다소 모호한 면도 있다.
김씨는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가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받았던 상황과 관련해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라며 "(주임검사) 박○○가 커피, 뭐 하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라고 말한다.
이후 신씨가 '누구 검사를 만났느냐'고 묻자 "박○○를 만났는데, 박○○가 얽어 넣지 않고 그냥 봐줬지"라고 설명한다.
다만 뉴스타파의 지난해 3월6일 최초 보도에서는 조씨가 박모 검사를 만났다고 답한 부분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의도적으로 음성파일을 '짜깁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신씨는 "뉴스타파의 보도나 내용에 대해서 영향을 미치거나 편집진의 결정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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