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훔치려고…모텔 통째 빌려 곡괭이로 땅굴 판 일당 '징역형'

송유관이 지나는 지점의 모텔을 빌려 삽과 곡괭이로 땅굴을 파 기름을 훔치려 한 일당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8일 뉴스1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나상훈)는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한송유관공사 직원 A씨(65)와 기술자 B씨(44)에게 각각 징역 4년,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범행을 계획한 C씨(49)와 D씨(58)는 각각 징역 2년6개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A씨 등은 지난 1월 충북 청주 소재 모텔을 빌린 뒤 3월3일까지 지하실부터 길이 9m, 깊이 3m가량의 땅굴을 파 송유관 기름을 훔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씨와 D씨는 지난해 5월부터 범행을 계획해 A씨 등 기술자들을 모집해 같은 해 11월부터 본격적인 기름 도둑질을 시도했다.

경찰은 국가정보원 등의 제보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해 지난 3월 송유관에 거의 근접할 때까지 땅을 판 이들을 현장에서 붙잡았다. 매몰 표시나 탐측기를 활용해 송유관 위치를 파악한 뒤 삽과 곡괭이, 호미 등을 이용해 땅굴을 팠다고 알려졌다.

법정에 선 이들은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으나 D씨는 "나는 총책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재판부는 D씨가 범행자금을 조달하고 장소 물색 및 판로 확보 등 핵심 역할을 수행했지만 총책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동종 범죄 전력이 있음에도 출소 1년여, 1개월여 만에 범행에 가담한 A씨와 B씨 같은 기술자들의 죄책이 더욱 무겁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범행 발각 후 모텔을 원상복구 하는데 노력하는 등 피해회복에 나선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사회적 해악이 크고 다수의 공범이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한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밖에 범행에 가담한 공범 4명에 대해서는 "동종 전과가 없고 가담한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점, 이 사건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매우 적거나 없다"며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