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술·고급술에 취했다 韓 주류시장 10조 시대
1년 새 시장규모 13% 성장
수제맥주·전통주로 다양화
MZ는 '하이볼 파티' 유행
30대 직장인 유 모씨는 최근 생일을 맞아 친구들과 서울시내 파티룸을 빌려 '하이볼 파티'를 열었다. 참석자들끼리 돈을 모아 양주를 여러 병 구입하고 음료와 섞어 마시는 방식이다. 유씨는 "예전에는 낯설었던 위스키나 전통주 같은 술을 기념일에 친구들과 함께 마시는 게 유행"이라며 "생각보다 돈도 많이 들지 않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면서 지난해 국내 주류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 10조원에 육박했다. 올해는 10조원대를 훌쩍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기간 유행처럼 번진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혼술(혼자 마시는 술)' 문화에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 회식 등 대면 모임이 다시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 수제맥주, 전통주까지 주류 소비 트렌드가 다변화한 점도 주류시장 파이를 키우는 배경이 됐다.
8일 매일경제가 국세청 주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술시장 규모를 가늠하는 국내 주류업체 전체 출고 금액은 지난해 9조97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보다 13.3% 늘어난 셈인데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5년 이후 최대 규모다.
국내 주류시장 규모는 2000년대 이후 7조~8조원 수준이었다가 2015년 9조4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8조8000억원 선에서 머물다가 지난해 다시 급성장세로 돌아섰다.
최근 1년간 주종별 성장률을 살펴보면 브랜디를 제외한 맥주·소주·탁주·위스키 등 모든 종류의 술이 성장세를 보였다. 가장 규모가 큰 맥주시장이 4조1486억원으로 14.4% 커졌고 희석식 소주시장(3조9842억원)도 12.4% 성장했다.
전통주도 큰 인기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식 오마카세(맡김 차림)'에 전통주를 곁들여 마시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가계소비 통계에서도 주류시장 확대 추세가 확인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 국민이 지난해 술·담배를 사는 데 쓴 돈은 16조9859억원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는 국내 주류시장 규모가 다시금 최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상반기 기준 가계의 술·담배 소비액은 8조5731억원인데,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올 한 해에만 17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문정숙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포스트 팬데믹 국면에 각종 대면 모임 많아졌고 새로운 주종을 중심으로 소비하는 트렌드도 확산됐다"면서 "경기 둔화에 사회적 압박감 역시 심해지며 주류 소비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환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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