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체할 '세계의 성장 엔진' 인도…尹 "방산·IT 협력 강화"
◆ G20 정상회의 ◆
9~10일(현지시간) 이틀간 수도 뉴델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인도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로 올라섰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세계 11위였던 경제 규모가 급성장한 결과다.
지난달 23일 인도가 쏘아올린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는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하며 '슈퍼파워 인도'의 위상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지난 4월에는 중국을 추월하며 세계 1위 인구대국에 등극했다.
인구 14억명이 넘는 거대한 '코끼리 경제'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특히 서방과 중국·러시아의 진영 대립을 격화시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도의 전략적 가치는 수직 상승했다. 두 세력 사이에서 중립적 외교 노선을 취하며 실리와 국익을 추구하는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의 맏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에서 인도는 중국을 대체할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외 경제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즉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지향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새 안식처이자 투자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를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도 8일 인도 일간지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 서면 인터뷰에서 "올해는 한·인도 수교 50주년을 맞는 특별한 해"라며 양국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진행하는 양자회담에서 K-9(인도명 바지라) 자주포로 대표되는 양국 간 방산협력 강화는 물론 IT(정보기술)와 같은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공급망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포괄적 경제 동반자협정(CEPA)' 협상을 진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 월가에서도 최근 인도가 중국을 대신해 세계의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인도가 기술·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에 힘입어 2027년에는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담 데사이 모건스탠리 인도 담당 수석 자산 전략가는 "글로벌 해외 아웃소싱과 디지털화, 에너지 전환이라는 3가지 흐름이 전례 없는 인도 경제 성장의 발판"이라고 분석했다.글로벌 금융 서비스 업체 S&P글로벌의 라지브 비스워스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해 "인도가 2030년 안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는 외국인 투자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인도 투자청에 따르면 2000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23년간을 통틀어 이뤄진 외국인직접투자(FDI) 총 9190억달러 중 65%는 지난 9년에 집중됐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더욱 깊어진 미·중 패권 전쟁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관측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중국 제재 속에 인도를 염두에 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속속 채택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도는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 뉴델리를 방문해 모디 총리와 단독으로 면담하면서 첨단산업 협력을 논의했다. 지난달에는 애플 최대 협력사인 대만 폭스콘이 5억달러(약 6400억원)를 들여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 등에 부품공장 두 곳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애플이 중국 대안으로 인도를 낙점하면서 애플 공급업체들의 인도 러시가 이뤄진 결과다.
지난 6월 말에는 인도계인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워싱턴DC에서 미국을 국빈방문한 모디 총리와 만나 인도 디지털화 기금으로 100억달러(약 13조1000억원)라는 거금을 내놓았다. 당시 피차이 CEO는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 건설 중인 국제금융기술도시(GIFT CITY)에 구글의 글로벌 핀테크(금융기술) 운용센터를 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아마존 역시 지난 6월 말 인도 투자 규모를 2030년까지 260억달러로 늘린다고 공개했다. 기존에 발표한 투자금(65억 달러) 대비 4배 늘어난 규모다. 기술 업종뿐 아니라 그간 벽에 막혀 있던 인도 제조업도 무역 개방을 통해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지난달 말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전에 뛰어든 인도 정부는 현지에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는 기업에 한해 수입 관세를 현재 70~100%에서 15%까지 대폭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도 경제 발목을 잡는 한계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내년 3연임을 앞둔 모디 총리의 지지 기반인 '힌두 민족주의'와 20%대로 낮은 여성 노동 참여율이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 "힌두 민족주의가 다른 종교와 소수민족들을 소외시켜 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모디 총리의 분열적 종교 정치는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카르타 김인오 기자 / 박윤균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장거리 여행 간다면 ‘가장 안 좋은 좌석’ 고르라는 여행 작가…왜 - 매일경제
- 1000만원대 차 몰고 달동네간 회장님…‘애마’라며 3번이나 샀다는데 - 매일경제
- 1200만원 할인, ‘쏘나타값’ 수입차 됐다…3000만원대 진입한 전기차 [왜몰랐을카] - 매일경제
- “아들, 돈 모을 땐 그래도 이게 최고야”…알짜예금 쏟아진다는데 - 매일경제
- 삼성이 돈 맡기는 블로거…부자되려면 ‘이것’부터 하라는데 [Books] - 매일경제
- 젠슨 황 CEO, 엔비디아 주식 팔았다...122배 수익 - 매일경제
- [단독] “지하철·버스 무제한 될까?”…한달 5~7만원 수준될 듯 - 매일경제
- 화장실 급하다더니…택시비 안내고 줄행랑 친 여성들, 기사 ‘황당’ - 매일경제
- 중국 3년전 차단됐는데…최신 하이닉스 칩, 어떻게 빼갔나 - 매일경제
- 우리아스, 메시 경기 보러갔다 손찌검했다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