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잇는 '재무통'…KB, 리딩금융 굳히기
전임 윤종규와 장기간 호흡
그룹 비전·가치관 훤히 파악
5년간 손보 안정적으로 경영
해외사업 순익 비중 높이고
비은행 역량 강화 과제 맡아
국내 리딩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를 이끌 차기 수장 후보로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이 선정됐다. 2008년 KB금융지주가 설립된 이후 15년 만에 내부 출신이 최고경영자(CEO) 후보자로 지목됐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8일 양 부회장을 차기 수장 후보로 확정한 것은 KB금융그룹의 다음 단계인 '리딩 금융그룹 굳히기'의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양종희 후보자는 KB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에서 윤종규 회장과 오랫동안 손발을 맞췄다는 점에서 KB그룹 비전과 중장기 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다. 윤 회장 곁에서 KB금융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비은행 부문 사업 다각화에 기여했다.
특히 KB금융이 후계 경영인 양성을 위해 신설한 부회장직에 가장 먼저 발탁됐고, 오랫동안 경영 승계 프로그램에 맞춰 '포스트 윤종규' 수업을 받은 인물이다. 한마디로 잘 준비된 신임 회장이란 의미다.
회추위는 "양 후보자는 윤 회장의 뒤를 이어 KB금융의 새로운 미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갈 역량 있는 CEO 후보"라며 "은행과 비은행 전반에 걸친 탁월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디지털, 글로벌, ESG 경영에 대한 높은 식견과 통찰력까지 겸비했다"고 평가했다.
양 후보자는 전주 출신으로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국민은행에 입행했다. 국민은행에서 서울 서초역지점장을 거쳤고 KB금융지주로 옮겨 전략기획담당 상무, 재무 부사장 등 주로 재무 분야의 핵심 업무를 맡았다. KB금융지주 전략기획담당 상무로 재직했을 때 LIG손해보험을 성공적으로 인수했고 KB손해보험을 5년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KB손보는 다른 금융지주에 없는 계열사로, KB금융 실적을 끌어올리는 '효자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양 후보자는 다독가로 유명하며 독창적인 발상에 능하다. 옆집 아저씨 같은 소탈함 때문에 KB그룹 내에서 'KB의 휴머니스트'란 별칭도 가졌다. 한편으론 까다로운 업무를 직접 처리하는 해결사이자 카리스마가 강한 리더이기도 하다.
이번 회장 선임 과정은 특히 금융권에 지배구조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첫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대다수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은 '셀프 연임' '관치 논란' '파벌 다툼'과 같은 갖은 진통과 구태로 얼룩졌다. 그러나 이번 KB금융에서는 윤 회장이 일찌감치 용퇴를 선언했고, 회추위는 차기 회장 인선 절차와 원칙을 미리 공개하며 별 잡음 없이 최종 후보자 선임을 마쳤다. 그룹 내부 갈등이나 외풍 없이 KB금융의 자체 경영 승계 프로그램과 차기 회장 선출 과정이 잘 작동한 셈이다.
양 후보자는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당장은 그룹 전반에 급격한 변화를 주기보다 안정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기 불황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기인 만큼 조직을 안정화하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론 과감한 인사를 통해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그룹의 중장기 경영 로드맵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가시적인 글로벌 성과를 낼지도 주목된다. KB금융은 선진국과 신흥국으로 나눠 '투 트랙' 전략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왔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KB금융은 한 자릿수인 해외 사업의 순이익 비중을 2030년에 3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양 후보자는 "KB금융그룹이 시장과 사회에서 존경받는 금융산업의 스탠더드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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