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년만에 최악 물폭탄…홍콩 '셧다운'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3. 9. 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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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160㎜ 내려 흑색 경보
곳곳 침수로 사상자 110여명
기반시설 피해로 1억弗 손실
증시 폐장·모든 학교 휴교령
인근 '中실리콘밸리' 선전도
71년만에 최대 폭우로 마비
물에 잠긴 홍콩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홍콩의 한 도로에서 배수 작업자가 고립됐던 운전자를 구출하고 있다. 넓은 도로인데도 성인 남성 허리까지 물이 차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태풍 하이쿠이가 중국 남부를 강타하면서 아시아 금융 허브와 중국 실리콘밸리를 멈춰 세웠다. 홍콩과 중국 선전시에 각각 139년, 71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교통과 경제가 마비됐다. 강력한 태풍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집중호우가 닥치면서 두 도시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8일 홍콩 천문대(기상청)는 7일 오후 11시부터 1시간 동안 홍콩에 158.1㎜의 폭우가 내려 '흑색 폭우' 경보를 발령했다. 흑색은 최고 단계의 폭우 경보로, 2년 만에 발령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흑색 경보 유지 시간은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정오 이후까지도 흑색 경보가 유지되면서 경보 지속 시간은 12시간을 넘어섰다. 이전 최장 기록은 1999년 5시간47분이었다.

강우량도 측정 기록이 남아 있는 1884년 이후 최대 규모다. 홍콩 천문대에 따르면 7일 저녁 6시쯤부터 밤 12시까지 홍콩 대부분 지역에 최소 70㎜의 비가 쏟아졌다. 홍콩섬과 함께 양대 중심지로 꼽히는 주룽반도에 내린 비는 200㎜ 이상으로 집계됐다.

짧은 시간에 쏟아진 비로 도시 곳곳이 물에 잠기며 홍콩 시민의 발이 묶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면서 좁은 거리에는 급류가 형성됐다. 도로 위 차들이 침수됐고, 일부 지하철 노선 운영은 중지됐다. 홍콩 버스 운송업체 KMB는 모든 버스 운행을 중단했다. 홍콩섬과 주룽반도를 연결하는 주요 지하 터널 '크로스 하버 터널'도 물에 잠겼다. 홍콩 정부는 광범위한 홍수에 따른 교통 혼란을 이유로 이날 오전 긴급 휴교령을 내렸다.

흑색 경보가 계속 유지되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홍콩 증시는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문을 닫았다. 기업, 상점 등도 영업을 중지했다. 태풍 경보 5단계 중 3단계인 8호 경보가 발령되면 홍콩 기업과 상점은 임직원 안전을 고려해 업무 유연화 조치를 취하고 대부분이 문을 닫는다. 홍콩 정부는 8호 경보를 공식 발령하지는 않고, 그에 준하는 주의를 당부했다.

홍콩과 인접한 중국 도시인 선전시에서도 폭우로 홍수 피해가 속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선전시에 7일 저녁 6시부터 8일 오전 6시까지 누적 강우량은 465.5㎜로, 이는 선전시가 강우량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2년 이후 71년 만에 최대 규모다. 중국 기상당국은 9일까지 선전 등 중국 남부 지역에 계속 비가 내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홍콩과 마찬가지로 선전시의 교통과 경제도 멈춰 섰다. 선전시는 지하철 6개 노선 가운데 선전과 광저우를 연결하는 노선 등 일부 노선의 운행을 중단했다. 도시의 모든 학교와 유치원에는 휴교령을 내렸다.

선전시 기업도 문을 닫았다. 선전시에는 중국 실리콘밸리로 불릴 만큼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을 개발·활용하는 첨단 기업이 몰려 있다. 화웨이와 텐센트 등 중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 본사가 선전에 있다.

선전은 당시 열차 수천 편과 비행기 100여 편의 운행을 중단하고 기업·학교를 폐쇄했다. 사올라에 이어 하이쿠이는 지난 3일 대만을 거쳐 광둥성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하이쿠이의 영향으로 형성된 저기압이 이날 홍콩과 선전에 비를 쏟았다.

블룸버그는 홍콩의 피해 규모가 최소 1억달러(약 133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대부분은 자동차와 사회기반시설 침수로 발생한 비용이다.

한편 홍콩 기상당국은 이날 오후 흑색경보를 하향 조정했다. 다만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15분을 기준으로 사망자 1명 외에 중상자 4명을 포함해 총 117명이 부상당해 병원에 이송됐다. 홍콩 내에서는 당국이 사전 대비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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