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 성장률 부진에…현대차, 아세안에 사활
中부진 외에 한국시장 작아
젊은인구 많고 성장성 큰
아세안 시장으로 돌파구 모색
원자재 조달부터 생산까지
미래차 거점으로 낙점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 판매 증가폭이 경쟁 완성차 업체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미국 테슬라, 중국 전기차 업체와 판매 격차가 벌어지고 본격적으로 EV 세일즈에 돌입한 완성차 업체에는 추격을 허용하는 형국이다.
8일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 대수는 18만6744대였다. 완성차그룹 기준으로 봤을 때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르노·닛산보다 앞선 세계 7위에 해당하는 판매량이다. 1위는 테슬라(106만2469대), 2위는 중국 BYD(64만8752대)였다. 문제는 판매 증가 속도다. 현대차·기아의 상반기 EV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8%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테슬라는 59.2%, BYD는 99.8%, 폭스바겐은 42.5% 확대하며 현대차그룹과 격차를 벌렸다. 르노·닛산(28.2%)과 BMW(82.1%)는 빠른 속도로 현대차그룹을 추격하고 있다.
일각에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현대차그룹 존재감이 없는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데이터를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판매 국가에서 중국을 제외해도 현대차·기아 전기차 판매량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순위가 올라간다. 하지만 증가율 면에선 현대차그룹보다 EV 판매 대수가 적은 스텔란티스(14.1%), 메르세데스-벤츠(69.7%) 등에도 밀린다.
잘나가던 현대차·기아 전기차 판매에 제동이 걸린 이유로 '홈그라운드 이점'이 사라진 점이 꼽힌다. 국가별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인 'EV 침투율'이 한국은 8.5%에 불과하다.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노르웨이(66%)를 비롯해 스웨덴(31.9%), 네덜란드(27.6%), 독일(13.6%) 등 유럽 국가의 전기차 침투율이 대부분 높다.
쉽게 말해 유럽 브랜드는 유럽 내 판매를, 중국 브랜드는 중국 내 판매를 기본으로 확보할 수 있지만 현대차·기아는 그게 안 된다는 뜻이다. 권은경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조사연구실장은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과 줄어드는 보조금, 전기차 화재 가능성에 대한 불안 등이 겹치면서 국내 전기차 판매가 둔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작년 상반기만 해도 차량용 반도체 물량 확보에 애를 먹었던 유럽 브랜드가 반도체 수급 상황이 나아진 올해부터 생산량을 크게 늘린 것도 현대차그룹 EV 판매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세안과 인도 자동차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태국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은 도요타 등 일본 브랜드가 잡고 있지만 이들은 판매 중인 전기차 모델이 없거나 극히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EV 생산과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나서고 있어 현대차·기아는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자동차 판매 세계 3위인 인도 역시 EV 판매 비중을 전체의 30%까지 확대하려 한다.
한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7일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셀 합작공장 'HLI그린파워'를 방문해 공정별 세부 사항을 살폈다. 이어 현대차 아세안권역본부 임직원과 현지 전동화 생태계 구축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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